간접 경험의 즐거움

사랑은 모든 곳에 있다 '러브 액츄얼리'

새 날 2019. 12. 2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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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토마스 생스터)의 새 아빠 다니엘(리암 니슨)은 최근 아내와 사별했다. 이후 샘은 방에만 틀어박힌 채 꼼짝도 않는다. 엄마를 잃은 상실감 때문이라고 생각한 아빠의 근심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최근 샘이 벌인 행동은 아빠의 생각과는 달랐다. 기우였다. 샘은 학교에서 가장 인기 좋은 친구를 이성으로 좋아했는데, 정작 그녀는 샘의 존재조차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고민했던 것이다. 아빠는 샘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샘의 수준에 맞는 연애 컨설팅에 나선다.


영국 수상의 집무실 직원 나탈리(마틴 맥커친). 그녀는 새로 부임한 수상(휴 그랜트) 앞에서 자신을 소개하던 도중 연거푸 실수를 저지른다. 그럼에도 그녀로부터 한동안 눈길을 떼지 못하는 수상, 어쩐지 그의 시선엔 애정이 듬뿍 담겨 있는 눈치이다. 이후 두 사람은 일 때문에 자주 접촉하지만, 각기 지위를 의식한 탓인지 속마음과 달리 별다른 내색을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영국을 국빈 방문한 미국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나탈리와 부적절한 행동을 하게 되고, 이 장면이 수상에게 목격된다.    


작가인 제이미(콜린 퍼스)는 프랑스의 한적한 공간에서 작품 구상과 집필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호수가 펼쳐진 공간에서 그는 머리를 식힐 겸 작품을 써내려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머물던 곳의 정리를 도맡을 도우미 오렐리아(루시아 모니즈)를 소개받으면서 그의 일상은 크게 바뀐다. 포르투갈인이었던 오렐리아와는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 의사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함께하는 시간이 점차 늘면서 서로 간에 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기업체를 운영하는 중년의 해리(앨런 릭먼)는 다정다감한 아내, 그리고 어린 자녀 둘과 함께 더없이 행복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젊은 여직원 미아(하이케 마카취일)가 자꾸만 해리의 마음을 헤집어놓기 시작한다. 젊음과 매력적인 외모를 무기로 도발을 일삼았다. 누구보다 촉이 뛰어났던 아내 케런(엠마 톰슨)은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남편 해리에게 수차례 경고하지만, 해리는 젊은 여성의 유혹에 정신을 못 차린다.


해리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라(로라 리니)는 입사하자마자 동료 직원 칼(로드리고 산토르)에게 꽂혔다. 이를 내색하지는 않았으나 수년이 지난 지금은 회사 대표뿐 아니라 모든 직원이 두 사람의 관계를 인지하고 있을 정도로 사라의 칼을 향한 마음은 유별났다. 그녀에게는 오빠가 있었다. 조금은 특별한 질병에 시달리던 오빠는 그녀의 보살핌이 필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라는 칼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하려는 순간 느닷없이 걸려온 오빠의 전화로 인해 모처럼의 기회는 위기를 맞게 된다.  



피터(치웨텔 에지오프)와 줄리엣(키이라 나이틀리)은 사랑의 결실을 맺고 결혼식을 올렸다. 모든 이들의 축복 속에서 두 사람은 결혼 서약을 하고 마침내 부부로서의 연을 맺게 된 것이다. 어느 날 줄리엣은 두 사람의 결혼식 현장을 영상으로 남긴 피터의 절친 마크(앤드류 링컨)를 찾아간다. 자신이 출연한 영상을 얻을 요량이었다. 하지만 마크는 왠지 줄리엣의 요청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비협조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촬영한 영상을 직접 확인하게 된 줄리엣, 알고 보니 마크가 찍은 영상에는 온통 줄리엣 자신뿐이었다. 마크의 속마음을 속속들이 확인한 줄리엣, 그녀는 그녀대로, 아울러 마크는 마크대로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는 크리스마스 시즌 무렵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다양하게 펼쳐지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출연진들은 각각의 이야기속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도 서로가 느슨한 관계로 연결돼 있다. 영화는 초등학생 아이부터 청년, 그리고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층을 아우를 뿐 아니라, 국가 지도자로부터 평범한 소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랑 이야기로 꾸려졌다. 



남녀 사이에서 빚어질 법한 온갖 종류의 사랑, 홀로 전전긍긍하다 결국 스스로 사그라들고 마는 외사랑, 제도와 관습의 틀 밖으로 아슬아슬하게 삐져나올 듯 위태롭기 짝이 없는 중년의 일탈, 도저히 제어 불가능한 청년의 불타오르는 욕망, 끈끈한 우정 등 말 그대로 사랑에 관한 판타지이자 종합선물세트다.


그렇다면 남녀 간의 사랑이란 궁극적으로 어떤 형태를 갖춰야 할까? 상대와 좀 더 소통하고 싶고 상대를 더 잘 이해하고 싶어 기꺼이 외국어 학원에 등록, 상대의 언어를 배우는 게 사랑 아닐까? 진정으로 사랑하는 상대가 그 또한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너무 좋은 나머지 제자리에서 팔짝팔짝 뛰게 되는, 그런 게 사랑 아닐까? 지금은 비록 젊은 여성에게 마음을 오롯이 빼앗겨 갈팡질팡하는 상태이지만, 언젠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리라 믿으면서 꿋꿋이 기다려주는 마음, 이런 게 사랑 아닐까? 



둘 사이를 가로막는 그 어떠한 종류의 장애물도 어떻게든 뛰어넘을 수 있는 열정, 이런 게 사랑 아닐까? 비록 짝사랑에 그치더라도 상대의 앞날을 위해 축복해주고 그를 가만히 놓아주는 마음씀씀이, 이런 게 사랑 아닐까? 사회적 지위나 체면, 그리고 세상의 시선 따위에 굴복하지 않는 진정한 용기, 이런 게 사랑 아닐까?


두 시간에 이르는 러닝 타임 동안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이 작품은 애초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다. 유머 코드와 섹시 코드가 시도 때도 없이 곳곳에서 출몰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려 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상당 분량을 한물 간 노장 가수 빌리 맥(빌 나이) 캐릭터가 소화해낸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는 2003년 첫 개봉한 이래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로코의 정석’처럼 대중들에게 회자되면서 기적처럼 되살아나곤 한다. 이를 입증하듯 올해까지 벌써 네 번째 재개봉했다. 그렇다면 꺼져가던 불씨를 매번 되살리게 하는 원천은 과연 무엇일까? 왠지 어떤 종류의 사랑도 모두 품을 수 있을 것 같고, 괜스레 관대해질 것 같은 크리스마스 시즌만의 고유한 분위기가 이러한 기적을 만드는 게 아닐까? 


영화의 시작과 끝은 모두 히드로 공항에서 만남을 갖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 영상으로 채워져 있다. 서로를 끌어안는 그들의 표정엔 말로 이루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기쁨과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 모두는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명제를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는 특수한 분위기에 편승, 각인시키고 싶었던 감독의 바람은 이번에도 유효한 듯싶다.


“세상엔 증오만 가득 찬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사랑은 모든 곳에 있다.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부모 자식 사이, 부부 사이, 남녀 간, 오랜 친구 사이에도 찾아보면 사랑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감독  리차드 커티스   


* 이미지 출처 : 와이드 릴리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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