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설원 위 핏빛 복수극 '콜드 체이싱'

새 날 2019. 11. 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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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제설차 운전기사 콕스맨(리암 니슨). 그의 아들 카일(마이클 리처드슨)이 어느 날 마약 딜러와 지역 마피아 조직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아들을 잃은 상실감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돌연 복수를 결심하게 되는 콕스맨. 그는 살해 사건에 연루된 조직원들을 찾아낸 뒤 차례차례 처단하고, 그들의 우두머리인 바이킹(톰 베이트먼)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간다.


영화 <콜드 체이싱>은 한스 페터 몰란트 감독의 2014년 영화 <사라짐의 순서: 지옥행 제설차>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 남성이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직접 심판자로 나서, 마피아 조직원들을 일망타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온통 눈으로 뒤덮인 콜로라도의 소도시 키호에서 제설차를 운전하는 콕스맨은 올해의 시민상을 받을 정도로 지역 내에서 착실하기로 소문난 인물이다. 그러나 아들의 죽음을 직면하게 된 그는 평범하기 짝이 없던 아버지에서, 분노를 삭이지 못해 복수심에 불타는 설원의 심판자로 거듭나게 된다. 콕스맨의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지역 간 세력 다툼으로까지 확장된다. 인디언 마약상들과 바이킹 조직 간의 전쟁이 발발하게 된 것이다.



사냥용 총과 제설 장비 등으로 상대방을 단숨에 제압하는 콕스맨 만의 독특한 복수 방식은 키높이 이상 쌓인 눈을 제설차로 깨끗이 쓸어버리듯이 거침이 없다. 광활한 설원 위에서 펼쳐 보이는 그의 제설차 액션은 통쾌하기 짝이 없으며, 뒤처리 또한 깔끔하다. 



카일을 죽인 조직의 보스 바이킹은 극 중 사이코패스로 묘사되어 사람 죽이는 일을 게임하듯 즐기는 잔혹한 인물로 그려져 있다. 때문에 그의 말 한 마디 혹은 손짓 한 번이면 무차별 폭행이 자행되기 일쑤이지만, 코믹이 가미된 위트 있는 연출 덕분에 긴장감이 흐르는 순간에도 왠지 웃음을 유발해온다. 동료인 악역 캐릭터들이 이따금 선보이는 엉뚱한 연기도 재미를 배가시키는 요소다. 



콕스맨의 응징 그리고 조직 간의 세력 다툼에 의해 사람이 한 명씩 죽어나갈 때마다 마치 이를 기리기라도 하듯 스크린 위에는 십자가 모양과 숨진 이의 이름이 동시에 새겨지는데, 엄숙한 분위기여야 할 것 같은 이 장면은 횟수가 반복될수록 되레 코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렇듯 영화는 은유와 풍자적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시켜놓아 평범한 복수극을 세련된 블랙 코미디의 반열에 올려놓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아버지가 자녀의 복수에 나선다는 설정은 언뜻 리암 니슨의 대표작 <테이큰>을 떠올리게 하지만, <테이큰>의 브라이언이 전직 정보기관 요원이었던 것과 달리 콕스맨은 손에 피 한 번 묻혀보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보통사람이라는 점에서 결이 사뭇 달리 다가온다. 리암 니슨의 실제 아들이자 배우인 마이클 리처드슨이 극중 아들 카일 역으로 등장한다는 사실도 이채로운 대목이다. 


공간적 배경이 되었던 미국 콜로라도주 키호의 광활한 설원 풍광은 단연 압도적이라 할 만한데, 이를 위해 앨버타 2천 피트 지대에서 촬영이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잔혹한 액션과 위트가 만나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드넓은 백색의 설원과 그 위에서 펼쳐지는 붉은빛 복수극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감각적인 작품이다. 



감독  한스 페터 몰란트   


* 이미지 출처 : TCO(주)더콘텐츠온,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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