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서서히 저무는 원조 터미네이터의 시대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새 날 2019. 11. 20. 17:56
반응형

다가올 미래, 인류를 구원할 유일한 희망이 된 대니(나탈리아 레이즈). 기계 진영은 그녀를 제거하기 위해 보다 진화한 병기 터미네이터 Rev-9(가브리엘 루나)를 투입시킵니다. 대니를 보호하기 위해 이에 맞서 미래로부터 찾아온 반인반사이보그 그레이스(맥켄지 데이비스). 사활을 건 두 진영 간의 본격적인 추격전이 펼쳐지는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이후 4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온 터미네이터.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와 원조 터미네이터 T-800(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출연, 그리고 전작인 터미네이터1과 2를 연출한 제임스 카메룬의 제작 참여로 그 어느 때보다 팬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은 작품입니다. 


실제로 이 영화에는 터미네이터1과 2를 오마주한 장면이 다수 등장합니다. 특히 이번 작품의 백미로 꼽히는 대니와 그레이스 그리고 Rev-9가 함께 펼치는 차량 추격 장면은 ‘터미네이터2’의 오토바이 추격 신을 연상케 할 정도로 전작의 액션을 쏙 빼닮았습니다.  



그러나 액션 신이 과거에 비해 한층 화려해지고 고난도의 기술이 투입된 건 틀림없지만, 전작의 시각적 충격과 감흥을 뛰어넘지 못하는 점은 다소 아쉬운 대목입니다. 전작을 통해 팬들에게 놀라움을 안겨 주었던 터미네이터의 변신 장면도 이번 작품에서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어 보입니다. 


족보를 놓고 보더라도 Rev-9는 과거보다 한층 진화한 터미네이터임이 분명합니다만 그다지 기술적이거나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대목입니다. 전작에 버금가는 무언가를 바랐던 팬들에게는 실망감으로 다가올 공산이 큽니다. 



다만, 인류를 구원하게 될 인물, 그녀의 보호 임무를 맡은 사이보그, 그리고 그들을 돕기 위해 나선 터미네이터 사냥꾼 모두 여성 캐릭터라는 점에서 여성이 액션 블록버스터의 주역이 되는, 주체적인 여성을 서사의 중심에 세워 온 최근의 경향이 슈퍼 히어로 장르에 이어 터미네이터 시리즈에까지 영향이 미치고 있음은 전작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입니다.



원작 멤버 린다 해밀턴과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팬들을 들뜨게 할 만한 요소입니다만, 그들 역시 세월의 더께를 피해가지 못한 현실의 무게감으로 인해 마음 한켠이 괜스레 무거워지는 느낌입니다.


특히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연기한 터미네이터 T-800은 전작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 사이보그임에도 피부만큼은 사람처럼 노화를 피해갈 수 없었고, 이러한 설정에 걸맞게 이번 작품에서는 4년 전 개봉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보다 한층 나이든 모습으로 등장하여 팬들의 마음을 안쓰럽게 하고 있습니다. 



피부가 늙어가는 데다 사람과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덕분에 감정마저 거의 사람을 빼닮은 유일무이한 사이보그, 원조 터미네이터 T-800. 한 세대를 풍미해 온 그의 시대도 어느덧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감독  팀 밀러


+ 이미지 출처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