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엉뚱발랄한 돌싱의 재혼 프로젝트 '재혼의 기술'

새 날 2019. 10. 2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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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화가이지만 그림을 그리는 일보다는 카페 운영과 강의 등에 더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경호(임원희). 그는 강원도 강릉에 터를 잡아 혼자서 살아가고 있는 이혼남이다. 어느 날 서울에서 살고 있는 후배 현수(김강현)가 그를 찾아온다. 현수는 며칠 묵고 갈 요량이라며 다짜고짜 경호의 집으로 들이닥친다. 경호와 하루 종일 붙어 다니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드러내던 현수는 경호의 연애사에 점차 흥미를 갖게 된다. 


경호는 매 끼니를 늘 같은 가게에 들러 해결하곤 했는데, 이는 영화감독으로서의 촉을 앞세운 현수에게 있어 예사롭지 않은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가게 주인 미경(윤진서)과 경호와의 관계가 심상치 않게 다가왔던 것이다. 미경은 경호처럼 결혼에 한 차례 실패한 여성이었으며, 메뉴판에 없는 음식을 경호에게 정성껏 차려내는 걸로 봐선 경호가 극구 부인하며 손사래를 치는 것과는 달리 누가 보아도 서로에게 강한 인력이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영화 <재혼의 기술>은 결혼과 이혼을 경험한 한 남성이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운명적인 여성을 만나 재혼에 도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작품이다.  


경호와 미경의 관계는 각자의 속내와는 달리 겉으로는 별다른 진척이 없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탓이다. 미경과 이혼한 전 남편은 어떤 연유에서인지 여전히 그녀의 주위를 맴돌며 경호의 신경을 자꾸만 거슬리게 한다. 전 남편의 여동생, 그러니까 미경에게는 시누이에 해당하는 은정(박해빛나) 역시 비록 목적은 다르나 오빠처럼 미경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은정은 직업상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자주 교류를 가져온 덕분에 자연스럽게 경호와 친분을 쌓게 됐고, 그에게서 미술 개인교습을 받는 등 늘 경호의 곁에 머물러 있으려고 한다. 아무래도 경호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눈치이다. 그렇다면 두 여성으로부터 동시에 찍힘(?)을 당한 경호는 능력자일까?



한 차례의 결혼과 이혼까지 경험했음에도 연애만큼은 소질이 1도 없던 경호, 반면 자신의 연애는 어쩌지 못한다 해도 적어도 타인의 연애에 대해선 미주알고주알 할 말이 많았던 영화감독 현수. 경호의 연애사에 현수가 개입하여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면서 이른바 경호의 ‘재혼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현수가 총괄 지휘하고 그가 지닌 기술력(?)을 아낌없이 발휘하게 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주변 인물들 간에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로 인해 셈법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현수의 오지랖을 앞세운 두 남자의 브로맨스는 과연 이 험난하기 짝이 없는 재혼 프로젝트를 무사히 완수할 수 있을까? 



영화는 남녀 간에 발생 가능한 관계를 한 곳에 집대성시켜 놓은 듯 다양한 관계를 스크린 위에 펼쳐놓았다. 신뢰하던 상대에게 버림받아 내상을 입은 연인, 결혼 후 도리어 이혼이라는 자유를 꿈꾸는 남편, 이혼했으나 조금 더 성숙한 사랑을 원하며 재혼을 희망하는 돌싱, 이혼남을 일방적으로 짝사랑하는 미혼녀 등 이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사건과 이야기는 비록 청춘남녀의 사랑처럼 알콩달콩하지는 않더라도 관객들의 잠든 연애 세포를 깨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생활 연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자아내는 배우 임원희의 연기,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마다 감초처럼 등장하여 깨알 웃음을 선사해주던 배우 김강현이 모처럼 주연을 꿰찬 채 투톱의 비중 있는 연기를 선보인 점은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라 할 만하다. ‘궁상민’으로 통하는 연예인 이상민이 카메오로 깜짝 등장하여 얼굴을 비추는 대목도 이채롭다.


강원도를 주요 공간적 배경으로 삼은 영화는 숨은 골목과 작은 술집 등을 스크린에 비추며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강릉과 주문진의 속살을 관객들에게 들춰 보인다. 이곳에서 삼삼오오 둘러앉은 채 두런두런 이어가는 선남선녀들의 대화는 점차 무르익어가는 이 가을에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있어 특급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한다.



감독  조성규   


* 이미지 출처 : 팀웍스 하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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