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달리는 사람들이 이토록 부러울 수 있다니

새 날 2019. 8. 2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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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천변의 산책로를 걷다가 뜀박질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물론 별 게 다 부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을 것 같다. 아니 많을 것 같다(ㅠㅠ). 사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저렇게 열심히 뛰어다녔는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으니 하는 말이다. 마음은 산책로 위를 있는 힘껏 달리는 내 모습을 떠올리고 있으나, 현실은 왼쪽 발뒤꿈치의 아킬레스힘줄에 생긴 염증이 재발할까 봐 최대한 조심조심 발걸음을 내딛는 초라함이 나의 진짜 모습이다.

아킬레스힘줄에 발생하는 염증은 단언컨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평소 물을 마시거나 숨을 쉬는 일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걷는 행위가 하루아침에 쉽지 않은 일로 돌변하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더구나 이 불편한 현상은 무려 연쇄작용까지 일으킨다. 걷고 뛰기 운동을 통해 체중 조절은 물론, 항상성을 유지해온 이들에게는 커다란 난관이 아닐 수 없다.

가장 먼저 변화가 오는 곳은 복부다. 상복부 하복부 구분 없이 부풀어 올라 어느새 살덩이가 옆구리까지 인정사정없이 침범해 들어온다. 마치 바람 가득한 풍선의 한쪽을 눌렀을 때 다른 한쪽이 삐죽하고 튀어나오는 것처럼 손안 가득 물컹하고 잡히는 살집의 형상은 나의 마음을 심히 아프게 한다.



몸을 날렵하게 만드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에 부치는 일일지 몰라도 경험상 망가뜨리는 데는 아주 빠르고 손 쉽다. 단 며칠 동안만 신경 쓰지 않으면 균형이 와르르하고 무너진다. 얼굴은 또 어떤가. 나름 갸름하다고(물론 이는 전적으로 혼자만의 생각이다) 생각했던 얼굴선이 언젠가부터 뭉개지더니 어느 누가 봐도 나태한 형상으로 돌변해 있는 게 아닌가. 야속한 일이다.

아킬레스힘줄은 발뒤꿈치에 위치해 있으며, 종아리의 근육과 발뒤꿈치 뼈를 연결하여 우리 몸을 서 있을 수 있도록 지탱시켜주고 걷고 뛰게 해주는 매우 고마운 녀석이다. 우리 몸에 있는 모든 힘줄 가운데 가장 두껍고 긴 구조물로 알려져 있다. 평소엔 신경조차 쓰지 않던 이 녀석이 심술을 부리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일상생활이 많이 불편해진다.


ⓒpixabay


수개월 전, 나는 이미 해당 부위의 염증을 감지했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방치하다가 지난 4월 우연히 병원에 들러 치료를 받은 이후 나름 관리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며칠 치료를 받고 약을 먹으면 금방 나아지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웬 걸, 몇 주가 지나도, 아니 몇 달이 지나도 차도가 없었다. 관리하지 않은 나의 몸은 금방 무너져 내려 나태한 꼴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이대로 두고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비록 뛸 수는 없으니 조금씩이라도 걸어보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걷는 행위만으로는 예전과 비슷한 운동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나름 열심히 걷는다고 걸었으나 눈에 띄는 체형의 변화는 없었다. 뛰기를 병행했더라면 그 효과가 금방 나타났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이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 아닌가.

그나마 다행인 건 아킬레스힘줄의 염증이 재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조금 오랜 시간 걷고 나면 해당 부위가 묵직해지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겔 형태의 약을 발라주는 등 조금 신경을 기울였더니 다행히 더 이상은 악화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대로 계속할 경우 아킬레스힘줄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다고 해도 예전과 비슷한 운동 효과를 누릴 수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방법을 달리해보기로 했다. 거리를 늘리고 속도를 조금 더 높이는 게 어떨까 싶었다.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서 아킬레스힘줄에 무리가 가는지의 여부를 살피고, 걷는 거리도 대폭 늘리는 방식이었다. 일주일을 실험해보았다. 어떤 운동이든 최소한 일주일 정도는 꼬박 해봐야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아킬레스힘줄에는 염증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정도의 비교적 적당한 텐션이 가해지는 듯싶었고, 운동 효과 또한 뚜렷하게 진척되고 있음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다. 정말 다행이었다.

키 높이만큼 불쑥 자란 이름 모를 풀들이 지천으로 널린 산책로에는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목적으로 걷거나 뛰는 행위에 열중하고 있다. 삶의 질을 현격히 떨어뜨리는 아킬레스힘줄 염증. 아직은 이를 극복 중이고 걷고 있는 나를 뜀박질을 통해 훌쩍 앞질러가는 사람들이 더없이 부러울 따름이지만, 나 역시 곧 다시 뛰기 위해 지금은 담금질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목표는 9월이었으나, 지금 상태로 봐서는 조금 더 늦춰질 공산이 크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조금 더 참고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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