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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귀욤 고익스)은 댄스 교습소를 운영하는 애니(베르나데트 라퐁) 및 안나(헬렌 벤상) 이모와 함께 살고 있는 30대 청년이다. 그는 교습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며 이모들을 지척에서 돕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에게 유일한 위안으로 다가오는 건 근처 빵가게에서 구입한 달콤한 슈게트 빵이었다. 그는 이 슈게트에 유독 애착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폴은 자신과 같은 건물의 다른 층에 살고 있는 마담 프루스트의 집을 우연히 방문하게 된다. 아무나 들어와서는 안 될 곳처럼 은밀하기 짝이 없는 이 공간에는 마담 프루스트(앤르니)가 정성껏 가꿔놓은 조그만 정원이 꾸며져 있었다. 그녀를 방문하는 손님에게는 허브 차와 마들렌 한 조각이 건네졌으며, 이들을 입에 넣는 순간 어김없이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과거 기억이 소환되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어른을 위한 동화다. 2세 때 부모를 잃은 뒤 과거에 갇혀 지내 온 한 청년이 우연히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 들러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하면서 점차 잃었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를 알록달록한 색감, 화려한 음악과 잘 버무려 스크린 위에 펼쳐놓았다.



어릴 적 추억 소환하는 마법... 청년 정체성 되찾다

폴의 부모는 폴이 2세가 되던 해에 모두 숨졌다. 그가 두 명의 이모 밑에서 보호를 받으며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폴에게 남겨진 어렴풋한 기억 속에는 무시무시한 아빠의 인상만이 고스란히 아로새겨져 있었다. 이러한 기억과 부모의 죽음 사이에 깊은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감은 폴을 당시의 상황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도록 옭아 메고 있었다.

극 중 폴이 성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슈게트에 집착하거나 말을 하지 못하는 등의 퇴행 현상이 두드러졌던 건 다름 아닌 폴이 2세 때 받은 충격에 갇혀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모들은 늘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등 일상이 즐거워 보이는 반면, 폴은 무표정한 얼굴로 묵묵히 피아노 건반에만 집중하는 등 언제나 우수에 찬 모습이다. 이들 사이에는 형언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는 듯 보인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상을 누리고 있고 안정을 찾은 듯싶으면서도 이들의 삶 이면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주변 공기를 배회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폴과 마담 프루스트의 극적인 만남이 성사된다. 그녀는 검은 개를 끌고 다니며 집채보다 큰 나무 밑에서 우쿨렐레 연주하는 일을 매우 즐겨했다. 그녀는 특별한 레시피로 만든 허브차 한 잔과 마들렌 한 조각으로 내담자의 과거를 소환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캐릭터다. 폴은 그녀가 제공한 마법에 의해 과거의 추억과 정면으로 맞닥뜨림과 동시에 비로소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폴은 2세 때의 충격으로 마음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스스로 성장하기를 거부한 인물이다. 어느덧 30대 청년으로 훌쩍 자라 있었다. 그랬던 그가 마담 프루스트와 만난 건 천우신조에 가깝다. 폴은 마담 프루스트 덕분에 그동안 스스로를 옥좨왔던 굴레로부터 벗어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유년기 시절 등 과거의 일이 트라우마가 되어 현실에서 족쇄로 작용하는 경험을 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트라우마로 남게 만든 장본인, 그러니까 현실의 족쇄가 되게 한 원인제공자, 가령 부모 등을 원망하곤 한다. 이미 성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폴 역시 2세 때의 굴레로부터 단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삶을 살아오다가 마담 프루스트의 도움으로 비로소 희망을 찾게 된다. 영화는 또 다른 폴일지도 모르는 관객들에게 폴의 신비로운 경험을 풀어놓으며, 저마다 안고 있을 내면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등 마담 프루스트식 처방전을 건넨다.



스크린을 장식하는 다채로운 색감은 안구를 즐겁게 하고,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피아노 연주곡은 피로에 지친 관객들의 청각세포를 말끔히 정화시켜준다. 에너지 가득한 이모들의 유쾌한 움직임은 그 자체로 관객들에겐 즐거움이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트라우마로 인해 과거에 갇혀있던 한 청년의 성장기를 그린 성장담이자 현대인들에게 조용히 건네는 위로다. 이참에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도 마담 프루스트를 영입해보는 건 어떨까?



감독  실뱅 쇼메   


* 이미지 출처 : 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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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ramideunioni.tistory.com BlogIcon 라미드니오니 2019.07.24 17:29 신고

    코러스라던지, 파리넬리라던지 음악이 나오는 영화를 재밌게봤었는데,
    이 영화도 그리 될 것 같네요. 잔잔히 이야기를 풀어나가시는 감상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2. Favicon of https://tokyobreaknews.tistory.com BlogIcon T. Juli 2019.07.24 19:49 신고

    어른들을 위한 동화 너무나 재미있게 보입니다.

  3.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9.07.25 07:22 신고

    동화같은 영화로군요^^
    저도 아주 가끔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4.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9.07.25 08:44 신고

    쭉 읽다보니 비단 영화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어릴 적 경험에 갇혀있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잠시 저를 되돌아보고 갑니다.

  5.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9.07.25 15:19 신고

    손자들 데리고 가고 싶습니다.

  6. Favicon of https://moldone.tistory.com BlogIcon 청결원 2019.07.26 06:49 신고

    오늘도 즐거운 하루 시작 하세요~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