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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훈(연준석)은 아버지(하성광)와 단 둘이 살고 있는 19세 청년이다. 어느 날 아버지가 두 달 동안 미국에 가게 됐는데, 이참에 집도 정리할 계획이란다. 혼자 남은 재훈의 돌봄이 문제였다. 아버지는 결국 재훈으로 하여금 할아버지(장광) 집에서 두 달 동안 신세를 지도록 했다. 뜻하지 않은 할아버지와 손자의 조건부 동거는 이렇게 시작된다.


영화 <60일의 썸머>는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미국행으로 인해 두 달 동안 집을 비우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 집에 얹혀살게 된 19살 소년 재훈과 할아버지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사실 재훈의 할아버지 집 방문은 두 사람 모두에게 다소 뜬금없는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재훈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 진작부터 연을 거의 끊어오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손자의 얼굴을 몰라볼 정도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사이는 냉랭하기 짝이 없었다. 이러한 전후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재훈이었기에 유독 할아버지의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할아버지의 입장도 곤혹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두 달 동안을 신세지겠다며 무턱대고 얼굴을 들이밀고 자신을 찾아온 손주 녀석이 마음 내킬 리 만무했다. 비록 혼자 살고는 있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주변 사람들과 동호회도 만들어 부지런히 취미 생활을 즐기는 등 외부와의 교류도 왕성했던 그에게 손주 녀석은 사실상 애물단지였다. 그의 평화로운 일상을 파고들어온 손주가 꽤나 부담스러웠다.



이런 처지였던 까닭에 두 사람 사이에는 한동안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진다. 더없이 꼿꼿한 데다가 툭하면 잔소리를 일삼는 할아버지가 못마땅했던 재훈, 반대로 잘 다니던 학교를 중퇴하고 하루를 허투루 소일하며 자신을 꼰대라고 호칭하는 손주가 미덥지 못했던 할아버지, 그들 사이에는 결코 좁힐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그토록 자신에게 뻣뻣한 태도로 잔소리만 늘어놓고 꼰대 짓만 일삼던 할아버지는 알고 보니 속정이 꽤나 깊은 사람이었다. 아들과 연을 완전히 끊었다면서도 정작 현관문의 비번을 여전히 아들의 생일 날짜로 지정해놓을 만큼 사실은 평소 자식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아울러 겉으로는 손주 녀석을 그렇게나 못마땅해하고 타박하면서도 뒤에서의 마음씀씀이는 어느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후한 편이었다.



재훈은 또 어떤가. 할아버지의 시선으로 볼 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PC방을 전전하며 게임에 빠져든 채 하루를 소비하는 등 꿈도 없고 희망도 전혀 없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젊은이의 전형으로 비치지만, 알고 보니 ‘웹툰 작가’라는 자신이 지향하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고, 실제로 그와 관련한 재능도 제법 뛰어나다는 사실을 몸소 확인한 것이다. 



좀처럼 좁히기 어려울 것 같은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은 그들이 각기 상대를 인정하고 그 존재를 받아들이면서 점차 좁혀들기 시작한다. 뜻하지 않은 할아버지와 손자와의 60일 간의 동거는 어느덧 절대로 풀릴 것 같지 않던 가족 사이의 갈등마저도 눈 녹듯 사르르 녹이고 있었다. 



가족은 우리 사회를 이루는 근간이다. 아울러 가족 구성원은 서로에게 가장 끈끈한 존재다. 하지만 근래 도리어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잦다. 가장 가까운 존재가 가장 먼 존재로 둔갑하곤 한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가족 해체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촘촘하지 못한 연출과 일부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가 옥에 티이기는 하지만, 영화는 갈등을 푸는 힘도 결국 가족애에 있음을 잘 보여준다. 가족이 쉽게 해체되거나 갈등을 겪는 등 유독 가족과 관련하여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요즘 시대에 이 작품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 가족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감독  김희영


* 이미지 출처 : 마운틴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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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tbnjsd.tistory.com BlogIcon 북두협객 2019.04.17 13:46 신고

    저도 이제 부모님 잘 챙겨드려야겠어요.

  2. 영화는 영화일 뿐이죠...
    현대에서 황혼 시기에 그렇게 사는 노인이 몇이나 될까요?

    제 아무리 많은 제력등을 가졌다 해도
    모든 것들을 혼자서도 잘하는 노인이라...
    무슨 캠페인 홍보 영화같네요...

  3.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9.04.17 17:43 신고

    문제는 서로를 알기 위해 상대의 깊은 속까지 들어갈 생각을 못한다는 것이죠.
    겉으로 보이는 게 다라고 생각하니까요.

  4.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9.04.18 03:30 신고

    좋은 영화같습니다.
    무너진 가정 방향감각을 잃고 멘탈이 된 의시식구조가 으리사회를 황폐화시키고 있는데... 이런 영화가 좀 많이 보급됐으면 좋겠습니다.

  5.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9.04.18 07:36 신고

    소재가 특별하지는 않아 보이는군요..
    차분하게 볼만한 영화로 생각됩니다.

  6. Favicon of https://moldone.tistory.com BlogIcon 청결원 2019.04.18 15:33 신고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오늘도 활기찬 하루 보내세요~

  7. Favicon of https://dldduxhrl.tistory.com BlogIcon 잉여토기 2019.04.18 17:08 신고

    가족의 정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주제네요.
    한번 볼만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