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흐뭇한 감동과 유쾌한 웃음 선사해주는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새 날 2019. 4. 1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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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부모를 여읜 지체장애인 세하(신하균) 그리고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은 지적장애인 동구(이광수), 이들은 한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복지원에서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던 참이다. 복지원 운영을 총괄하던 신부(권해효)의 관심과 보살핌은 남달랐다. 그중에서도 세하와 동구를 향한 사랑은 더욱 각별했다. 덕분에 두 사람은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마치 한 몸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삶을 부지할 수 있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두 사람은 어느덧 성인으로 훌쩍 성장하였으며, 그 사이 신부님은 세상을 떠나고 만다. 주인을 잃은 복지원, 이로 인해 함께 생활하던 원생들 대부분은 다른 시설로 뿔뿔이 흩어져야 했으며, 세하와 동구 역시 자립이라는 또 다른 길을 선택해야 했다. 

 

한 몸처럼 살아온 지체장애인과 지적장애인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형제처럼 의지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던 지체장애인 세하와 지적장애인 동구 앞에 어느 날 동구 엄마(길해연)가 나타나면서 벌어지게 되는 특별한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광주의 한 복지원에서 십여 년을 한 몸처럼 살아온 실존 인물 지체 장애인 최승규씨와 지적 장애인 박종렬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세하는 어릴 적 사고로 머리 아래로는 움직일 수 없는 중증 장애를 갖게 되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에 의해서만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처지였다. 동구는 선천적인 지적장애인으로서 지적 수준이 5세의 지능에서 멈춰져 있는 상태였다. 월등한 수영 실력을 뽐내는 등 유독 신체적 기능이 뛰어났던 동구는 세하의 손과 발이, 그리고 비상한 두뇌를 지닌 세하는 동구의 머리가 되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있었다.


영화는 늘 붙어 다니면서 상대의 일부가 되어야 비로소 ‘완전체’가 될 수 있는 이들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좇으며, 지금보다 훨씬 험난한 세상과 맞닥뜨리게 될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맞서 싸워나가야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뜻하는 바를 이루는 모습은 늘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요소다. 특히 그러한 주체가 약자라면 감동은 배가된다. 그동안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를 다룬 영화는 많았다. 그만큼 감동을 이끌어내기가 쉬운 소재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일 테다. 



장애인을 중심으로 그들을 지척에서 돕는 비장애인이 등장하고,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며, 장애인이 처한 어려움을 부각시켜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감동을 이끌어내곤 했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역시 큰 틀에서 보자면 이러한 전형적인 형식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각기 다른 장애를 지닌 장애인들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며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약한 사람들의 연대를 보여주고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점에서는 기존의 작품들과 결이 사뭇 달리 다가온다.


약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


세하와 동구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미현(이솜)은 취업을 준비하며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어렵사리 이어가고 있는 청년이다. 배우 이솜은 영화 <소공녀>에 이어 이 작품을 통해 또 다시 고단한 현실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된 청년 역할을 맡았다. 그녀는 비좁은 원룸에서 생활하면서 편의점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으로 매 끼니를 소비하는, 이 시대가 낳은 또 다른 약자에 해당한다. 감독은 세하와 동구뿐 아니라 미현을 약자 연대에 합류시켜 약한 사람들끼리 함께 할 때 비로소 강해진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다.



세하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는 처지이다. 덕분에 세하를 연기한 신하균은 오로지 얼굴 표정의 변화와 대사에 의지해 모든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동구 역의 이광수 역시 5세 아동의 정신연령에 불과한 성인 배역을 소화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약자를 향한 영화속 감독의 시선은 따스함 일색이다. 더불어 편견에 견고하게 사로잡힌 이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한다. 아르바이트에 나선 미현이 입은 티셔츠의 등짝에는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생활속 갑질에 노출된 을을 향한 연민을 드러냄과 동시에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는 장치다. 



법정에 선 동구 엄마의 변호사는 장애인과 일반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세하로부터 일반인이 아닌 비장애인으로 바꾸라는 따끔한 꾸지람을 듣는다. 우리 역시 이러한 편견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에 괜스레 뜨끔해지는 지점이다.



비록 많고 적음 그리고 종류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어쨌든 우리 모두는 결핍을 호소해야 하는 입장이다. 늘 부족함에 허덕인다. 어쩌면 이러한 결핍을 메우고 부족함을 채우는 끊임없는 과정 자체가 삶일지도 모른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각기 다른 장애를 지닌 이들이 서로 연대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흐뭇한 감동과 유쾌한 웃음을 선사해주는, 모처럼 만나게 되는 건강한 작품이다.



감독  육상효


* 이미지 출처 : (주)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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