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막말이 얼토당토않은 이유

새 날 2019. 4. 1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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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았다. 경기도 안산시 일원에서 대규모 추모 행사가 마련되는 등 전국은 추모 열기로 뜨겁다. 문화예술계 역시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려는 추모 물결로 넘실거린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남겨진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생일>은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이다. 공연계와 출판계의 추모 열기도 더불어 뜨겁다. 방송을 진행하는 앵커나 아나운서 등 진행자의 가슴 위에는 한결 같이 노란색 세월호 리본이 패용돼있고, 각 포털과 커뮤니티 등 인터넷 공간 역시 “잊지 않겠습니다”는 등의 문구를 대문에 달아놓는 방식으로 추모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추모 열기는 현재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까지 이어지는 등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렇듯 전국적으로 고조되어가는 세월호 추모 열기가 몹시 못마땅한 모양이다. 아니 비록 느리지만 진실과 진상 규명을 향한 뚜렷한 움직임이 매우 두려운 모양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차명진 전 의원이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막말을 퍼부은 것이다.



그는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쳐 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는 등 같은 사람으로서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독설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세월호 사건과 아무 연관 없는 박근혜, 황교안에게 자식들 죽음에 대한 자기들 책임과 죄의식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며 “좌빨들한테 세뇌 당해서 그런지 전혀 상관 없는 남 탓으로 돌려 자기 죄의식을 털어버리려는 마녀사냥 기법을 발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명진 전 의원은 17·18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현재 자유한국당 부천시 병 당협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우리 주변에는 세월호를 둘러싸고 다양한 시각을 지닌 사람들이 존재한다. 물론 차명진 전 의원 역시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제 할 만큼 했으니 “그만 하자”고 말하고, “지겹다”거나 “왜 계속해서 세월호만 이야기하느냐”는 사람들이 있다. 차명진 전 의원의 “징하게 해쳐 먹는다”는 표현 역시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엿보이지만 어쨌든 그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여진다.


ⓒMBC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에서 활동 중인 인권활동가 유해정씨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러한 사람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꼬집었다. “사람들은 왜 세월호만 계속 이야기하느냐고 하지만, 다른 참사들에 대해 이만큼 묻지 않았던 게 더 큰 문제”라며 “세월호를 잊고 넘긴다면 우리 사회는 또 다른 죽음과 참담함, 부정의를 반복해서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명진 전 의원의 주장은 그동안 같은 당 소속 정치인들이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로 비유하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행태의 연장선이자 색깔론으로 여론을 호도, 다분히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몸부림으로 읽힌다.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국가 책임자는 5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나 현재까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책임자는 당시 현장지휘함을 맡았던 전 목포해경 123 정장이었다. 더구나 당시 정부는 국정원과 기무사 등 정보기관을 앞세워 자식을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유가족들을 보듬어주기는커녕 불법 사찰의 대상으로 삼고 심지어 폄훼를 일삼았다.



현재 법원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법정 다툼이 지속되고 있다.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을 은폐하려는 움직임은 있었는지, 아울러 정부가 조직적으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하려는 공작이 있었는지 따위를 다투는 사건은 아직 1심 결과도 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발생한 고성 속초 산불과 마주한 정부의 재난 대처 방식은 지난 정부의 세월호 참사 때와는 너무도 달랐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의 무능함이 유난히 도드라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차명진 전 의원이 지난 정권의 수장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현 당 대표를 언급한 건 아마도 이러한 현실 인식 바탕 위에서 이뤄진 듯싶다. 

만천하에 드러난 정부의 무능,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을 뉘우치거나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한민국 사회는 참사가 벌어진 지 5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진상 규명도, 아울러 처벌도 없는 암울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처지가 그대로 투영된 세월호, 진상 규명에 대한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차명진 전 의원의 주장은 과연 설득력을 갖추었을까? 물론 얼토당토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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