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4대강, 가짜뉴스 그리고 정치인 'PD수첩'

새 날 2019. 4. 1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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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0일, 무려 30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해 물위로 둥둥 떠올랐다. ‘충남의 젖줄’로 불리는 금강에서의 일이다. 물고기의 떼죽음은 열흘이 넘게 계속됐다. 강변에는 파리가 꼬이고 썩은 내가 진동했다. 공무원 및 활동가들까지 동원되어 수습에 나섰지만 이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었다. 과거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괴 생명체도 등장했다. 주로 고인 물에 서식하는 ‘큰빗이끼벌레’다. 


보를 막아 물을 가두기 시작하면서 강은 큰 호수처럼 변했다. 원래 금강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전 공주보 상류 지역은 황금색 모래톱이 넓게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하고 있던 곳이다. 지금은 모래톱이 모두 사라지고 더러운 개흙이 쌓여 악취만 진동해온다. 이 모든 변화는 무려 22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국고가 투입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부터 비롯됐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4대강조사평가단’은 금강과 영산강 5개의 보에 대한 대책을 제시했다. 금강의 경우 세종보는 완전해체, 공주보는 부분해체, 백제보는 유지 그리고 영산강의 경우 승촌보는 유지, 죽산보는 완전해체한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처리 방안이 발표된 후 부분해체 방안이 제시된 공주보 인근 공주시민들이 유독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4대강 찬성 학자들도 공주를 찾아 반대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PD수첩> ‘4대강, 가짜뉴스 그리고 정치인’ 편에서는 공주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과 가짜뉴스로 떠들썩한 공주시를 둘러보고, 주민들을 공포로 떨게 하는 가짜뉴스의 진원지를 찾아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원인에 대해 파헤쳤다.



정부가 다리를 자른다?’ 가짜뉴스 난무하는 공주시, 부추기는 언론


공주시내의 주요 도로는 공주보 해체 반대 현수막으로 도배돼있다시피 하다. 그렇다면 주민들은 왜 공주보 해체를 이토록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4대강조사평가단이 제시한 방안은 공주보의 공도교는 유지하고 아랫부분 물막이만 제거하는 부분해체였다.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 홍종호 위원장은 이에 대해 “공도교는 시설 개보수 때 필요한 차량이 오가도록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를 만들어놓으니 지역 주민들이 사용하게 됐다”며 “공도교에 하루 3천5백대의 차량이 다니다보니 고심 끝에 보 부분만 해체하고 공도교는 그대로 두는, 소위 부분해체라는 방안을 제시하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공주보 해체 반대 단체가 내건 현수막에는 마치 정부가 공주-우성 간 주요 교통로인 공주보 전체를 철거하는 것처럼 적혀있다. 금강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10년 째 취재하고 있는 김종술 시민기자는 “공주보 관련 가짜뉴스가 넘쳐난다”며 작금의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주요 교통로 공주보 철거 반대한다’는 표현은 어떻게 보면 주민을 선동하는 문구다. 이것만 보면 사람들이 공주보가 통째로 철거되는 것으로 이해하게 된다”며 “시내에 걸린 현수막의 모든 문구는 ‘공주보 철거 결사 반대’이다 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공주 시내에는 ‘정부가 다리를 자른다’거나 ‘공주보를 해체해 주민들의 교통로까지 끊는다’는 등의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해 1월부터 공주보 수문을 개방했다. 공주보 해체 반대 단체들은 수문을 개방한 후 지하수가 고갈돼 “농사 지을 물도, 가축 먹일 물도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취재진의 취재 결과 지하수는 잘 나오고 있었고, 주변에는 하천의 물도 많았다. 뿐만 아니다. 지하수가 고갈돼 가축에게 물도 사료도 못 먹인다는 주장과 달리 취재 결과 적어도 주변 농가의 소들은 건강해보였다. 지하수는 잘 나왔으며, 주변의 하천과 저수지에는 물이 가득했다. 취재 결과 공주보 수문을 연 지 1년이 지났지만, 그로 인해 가뭄이 생겼다는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공주 방문은 결코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 전국농민회 공주지회 이병우 사무국장은 “정부 발표 이전부터 모 국회의원의 현수막이 붙었다”며 이른바 가짜뉴스의 뒷배에 일부 정치인들이 개입돼있음을 시사했다. 이 지역 국회의원인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현재 ‘4대강 보 파괴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정 의원은 “올해가 유난히 가뭄이 심하기 때문에 물이 부족하다. 담수를 해야 모내기 때를 대비하고 할 텐데, 이런 걱정들을 하고 있다. 이는 절박한 호소”라며 공주보 철거 반대 단체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공주보 현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의 간담회에서는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들도 쏟아졌다. 정진석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입만 열면 ‘사람이 먼저’ 라고 얘기해오지 않았나. 솔직히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이념이 먼저’라고 이야기하라”며 선동했고, 같은 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우리 충청인을 우롱하는 것이다. 지금 공주보, 세종보를 먼저 철거하겠다는 것은 다른 지역의 보를 철거하는 것보다 이곳이 저항이 약할 것이라 오판한 것으로 생각되고, 충청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모욕감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일부 언론이 이들의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2월 공주보가 수문을 연 뒤 "지하수가 고갈됐다"며 말라죽은 파와 농부의 사진을 실었다. 조선일보가 가뭄 피해 사례를 보도한 곳은 공주보 인근의 쌍신동이다. 취재진이 지하수가 고갈돼 "농작물이 말라죽는다"고 보도한 해당 마을을 직접 찾았다. 그러나 부근 비닐하우스에는 파가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었으며, 수로에는 물이 가득 차 있어 조선일보의 기사 역시 사실과 거리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김영기 부여 농민은 “제대로 된 정보가 잘 전달되지 않은 상태다. 농민들은 무작정 두려움에 떨고 있다.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그렇게 얘기하니까, TV에서 자꾸만 그렇게 떠드니까 그게 모두 진짜인 줄 안다”며 일부 정치인 및 언론의 여론몰이 행태와 가짜뉴스의 횡행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부여와 전혀 달랐던 공주의 해법, 보상금 때문에?


2017년 11월, 환경부는 백제보 등 금강 보의 수문을 개방했다. 보에 가두었던 물이 빠지면서 금강의 수위가 떨어졌다. 이때 백제보 인근 부여의 농장에서 피해가 발생, 공주와 청양의 피해 농가들과 연대를 꾀했다. 그런데 공주 농부들은 앞서 언급됐던 사실들과 달리 피해가 없다며 이에 참가하지 않아 결국 부여의 피해 농가들만 대책위를 꾸려 정부와 협상을 벌였다. 정부는 피해 농가에 보상을 하는 한편 지하수 수위가 떨어진 마을에 공동 관정을 파서 가뭄피해가 없도록 대책을 세웠다. 



공주의 해법은 부여와 전혀 달랐다. 우성면은 공주보 개방으로 가장 큰 피해를 봤다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취재진의 확인 결과 지난 1년 동안 실제로 접수된 피해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들은 구체적인 피해 사례가 없는 데도 농업용수가 부족하여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공주 농민은 “삼중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모래 준설을 성토하면서 이미 한 차례 보상을 받았고, 모래를 팔 때 또 다시 보상을 받았다. 이제 물이 부족하니 행정적으로 안 되면 금전적으로 보상해 달라 요구할 것”이라며 결국 이들의 무리한 행동 뒤엔 피해 보상이라는 노림수가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 4대강 살리기 사업 당시 공주와 부여 지역에 지급된 각종 보상금은 279억 원에 달한다. 강병원 국회의원은 “1인당 많게는 2억 원 가까이, 평균 5천만 원씩 약 400명의 농민들에게 보상비가 지급됐다. 보상을 어떤 분들이 받았는지, 왜 받았는지 추적해 보면 실제 농민들에게 피해 보상이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이와 관련된 무언가 조직적인 거래들이 있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주장한다. 


방송은 보 해체에 대한 지역 여론이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는지도 살펴봤다. 지역 행사에서 정진석 의원의 안내를 받으며 등장하는 강사는 다름 아닌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였다. 그는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옹호해온 대표적인 학자다. 그는 “물을 가둬놓는 게 수질이 더 좋다”거나 “녹조가 고마운 존재”라고 주장하는 학자다. 



가짜뉴스와 지역감정으로 여론몰이에 나선 정치인


박석순 교수는 “외국에서는 녹조를 이용한다. 녹조가 굉장히 중요한, 우리가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기존의 플라스틱을 대체함으로써 환경적으로 여러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외국에서는 실제로 그걸 하고 있는데 우리는 계속 녹조 욕만 하고 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펴고 있다. 



한편 정진석 의원은 본인 이름의 현수막을 내거는 등 공주보 해체 반대 투쟁에 어느 누구보다 앞장서온 인물이다. 공주시 관계자는 “여론을 이끌어왔던 인물이 정진석 의원이다. 해체 철거를 반대하는 사람들 쪽의 관변단체들이 사실은 정 의원 지지 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며 작금의 공주보 논란을 야기하고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몰아간 주체로 일부 정치인을 지목하고 있었다. 



2017년 11월, 환경부가 금강 상류 세종보의 수문을 열었다. 보문을 연지 1년이 지나자 금빛 모래톱이 생겨나고 떠났던 물떼새가 돌아와 새끼를 낳는 등 자연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세종보의 수문을 개방한 지 불과 1년만에 나타난 놀라운 변화다. 이는 왜 4대강 사업과 보를 재검토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들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해야 할 때다. 환경보존과 지역발전 그리고 장기적인 물관리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개별 보에 맞는 처방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중차대한 상황에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일부 정치인들과 이를 여과 없이 내보내는 언론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이득을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기도 한다. 생태계를 처참히 무너뜨린 4대강 사업. 그도 모자라 특정 이익을 위해 선동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4대강 사업과 그의 폐해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다. 때문에 황학수 PD의 마지막 멘트(아래)가 더욱 절실히 다가온다.


“이제 우리는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각종 보들에 대해 더 냉정하게 따져보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강이야 썩든 말든 관심을 두지 않고 갈등만을 부추겨서는 안 됩니다. 더 이상 강을 정치의 도구로 삼아서도 안 될 것입니다. 강을 썩게 하는 데는 긴 세월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4대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발생한 상처, 그것으로부터 뼈저린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강, 그것을 만들어갈 때입니다.”



* 이미지 출처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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