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트럼프의 사업가적 기질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새 날 2019. 3. 4. 10:01
반응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치인보다는 부동산 사업가로서 더 오랜 세월을 보낸 인물이다. 덕분에 명분이나 대의보다는 실리를 추구하고 파격적인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타고난 사업가에 가깝다.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도 그러한 그만의 사업가 기질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비록 회담은 결렬됐으나 실리는 두둑이 챙긴 그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전격 방문, 정작 회담은 결렬시키고 미국과 베트남 사이의 통상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베트남에 항공기 110대를 판매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를 액수로 환산하면 무려 23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성과다. 사업가로서 특유의 면모를 과시한 셈이다. 


그의 사업가적 기질은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의 종료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이번 훈련의 종료와 관련하여 한미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고자 하는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니까 이를 해석해보면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의 종료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장으로부터 이탈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미국이 결단한 일종의 상응하는 조치에 가깝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훈련 종료의 진짜 배경에는 트럼프의 치밀한 돈 계산이 깔려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군사 연습에 엄청난 비용이 든다”며 운을 뗀 뒤 “한국도 비용을 부담하지만 극히 일부분에 해당한다”면서 진작부터 불만을 토로해온 바 있다. 지난해에도 그랬지만 올해도 그랬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북한의 비핵화와 연결지어 의식하기보다는 돈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드러내는 지점이다. 결국 키리졸브 연습, 독수리 훈련의 종료는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당근책이기도 하지만, 이를 종료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에는 트럼프만의 돈과 관련한 셈법, 즉 동맹관계를 돈으로 환산하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있음을 의미한다. 군 안팎에서도 이러한 시각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도 이러한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지난 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한국과 군사훈련을 원치 않는 이유는 돌려받지 못하는 수억 달러를 아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것은 내가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줄곧 나의 입장이었다"면서 "지금 시점에서 북한과의 긴장을 줄이는 것도 좋은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일각에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특별한 성과 없이 끝난 뒤 한미연합훈련 종료 결정까지 취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연합훈련만 양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이러한 비판을 고려한 것으로 점쳐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사업가다운 그만의 독특한 기질을 발휘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 협상이 결렬된 데엔 북한과 미국 서로의 입장차와 비핵화에 대한 해석의 차이 등 다양한 분석이 뒤따르고 있지만,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만의 그 특출한(?) 사업가적 협상 스타일이 적어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잘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도 아니라면 돈과 관련한 계산만큼은 치밀했던 트럼프 대통령이었기에 그만의 셈법에 의해 또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이번 협상 타결이 자신들에게 이익을 도출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 합의 자체를 아예 일방적으로 거부했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앞에서는 비록 2차 남북정상회담을 결렬시키면서 정치적인 비난을 자초한 것인지는 몰라도 뒤에서는 베트남으로부터 한 몫 단단히 챙긴 셈이니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회담이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손해는 또 다시 예측 불가능한 혼돈의 상황 속으로 빠져든, 오로지 우리 한반도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