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하루아침에 외모가 바뀐 여성, 그녀에게 일어난 일 '아이 필 프리티'

새 날 2019. 1. 2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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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필 프리티>에서 잘나지 못한 외모로 인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르네 베넷(에이미 슈머)은 덕분에 매사에 자신이 없고 불만투성이인 직장 여성이다. 외모만 뛰어났더라면 세상 두려울 게 없고 어떤 일이든지 잘해낼 것 같은데, 그녀에게는 정확히 이 한 가지가 부족했다. 르네에게는 결정적인 콤플렉스였다.

어느 날 그녀가 헬스장에서 트레이너의 구호에 맞춰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굴리던 찰나, 너무 집중한 나머지 정신을 잃은 채 쓰러지고 만다. 얼마 후 정신이 돌아온 르네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그만 깜짝 놀라게 된다. 외모와 몸매가 평소 선망해오던 형태로 감쪽같이 변모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르네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그녀는 평소 탐탁지 않아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화려함의 대명사격인 명품 화장품 브랜드 회사의 안내직에 합격하게 된다. 없던 남자친구도 생겼다. 활력 넘치는 그녀는 주변사람들의 마음을 동화시키며 자신의 영역을 거침없이 넓혀나간다.



르네의 착각, 감쪽같이 바뀐 외모

영화 <아이 필 프리티>는 외모 콤플렉스에 갇혀 괴로워하던 한 여성이 우연한 기회에 원하던 외모로 변모했다는 착각을 하게 되고, 이를 토대로 거침없이 세상에 맞서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하나둘 성취해나간다는 약간의 판타지가 가미된 코믹 장르의 작품이다.



르네는 헬스장에서의 충격으로 자신의 외모가 바뀌었다고 믿고 있으나, 실제로 외모가 변한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르네 본인의 착각일 뿐, 영화 속 다른 인물들과 관객들은 그녀의 외모에 하등의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모두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이뤄진 르네 역의 에이미 슈머의 연기는 천연덕스럽고 능청스러웠다. 다소 후덕한 체형에 이쁜 척하는 행동은 관객으로 하여금 절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그녀는 화려한 뉴욕 5번가에 위치한 명품 화장품 브랜드 회사에 지원, 면접을 통해 당당히 합격하게 된다. 평소 같았으면 어림없었을 남성에게 먼저 접근하는 일도 거침이 없다. 이든(로리 스코벨)과 전화번호를 주고받으며 관계를 이어간다. 평소 선망해오던 회사의 CEO 앞에서 결코 주눅 들지 않고 스스로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일도 똑 부러지게 잘해낸다.

르네의 과감한 행동이 관객에겐 카타르시스로

이 모든 일들이 오로지 외모 하나 바뀌었다는 전제 하나로 이뤄졌다. 놀랍다. 평소 르네를 짓눌러온 외모 콤플렉스가 어느 정도의 수준이었는가를 짐작 가능케 한다. 비단 르네뿐이겠는가. 르네의 행동에 공감하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관객들 역시 크든 작든 비슷한 콤플렉스를 모두 갖고 있지 않을까?



르네가 앓고 있는 외모 콤플렉스는 사실 정도가 각기 다를지언정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앓고 있는 종류의 질병이다. 외모지상주의와 마른몸매 부추기기가 횡행하는 가운데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특정 형태의 외모만이 정답이라는 식의 학습을 강요받아왔고 이를 머릿속에 각인시켜놓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와 가정 그리고 미디어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주입된 이러한 인식은 또 하나의 편견으로 고착화되어 우리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기 일쑤다.



르네의 착각과 그로 인한 다소 과감한 행위들은 평소 그렇게 하고 싶었으나 못해온 이들, 그러니까 또 다른 르네에게 대리만족이라는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아울러 외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은 결국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다소 빤한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해준다.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일갈

르네의 헬스장 동료(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는 어느 누가 봐도 부러워할 만한 외모와 몸매를 갖추고 있어 무엇이든 완벽할 것 같았지만, 정작 본인은 외모 외에 다른 콤플렉스를 갖고 있어 연애를 할 때마다 번번이 실패, 눈물을 짜내고 만다. 외모는 한 사람의 전부가 아닌, 사람이 갖춰야 할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감독은 에둘러 표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작품은 코믹 장르답게 적당히 웃겼고, 메시지 또한 과하지 않게 적절히 품고 있는 듯싶다. 다만, 르네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한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 방식은 무언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갉아먹는 역할을 한 게 아닐까 싶다. 차라리 극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르네의 착각, 그리고 그녀의 헬스장 동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듯이 외양은 또 다른 편견에 지나지 않기에 결국 이를 배제한 진짜 자신을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감독은 일갈한다. 외모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한 번쯤 귀 기울여봄직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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