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개성 강한 다섯 캐릭터의 절묘한 조화 '극한직업'

새 날 2019. 1. 2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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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건 채 건물에 매달려있다가도 순간 온몸을 내던져 바닥을 나뒹구는 등 열과 성을 다했으나 마약반은 결국 해체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고반장(류승룡)은 해외 범죄 조직의 마약 밀수 정황을 포착, 모처럼 반전의 기회를 잡게 된다.

범죄 조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기 위해 마약반원 전체가 그들의 은신처 부근 치킨집에서 일제히 잠복수사에 들어간다. 하지만 며칠을 잠복하였음에도 일당은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이번 사건에 사활을 건 고반장은 원활한 수사 활동을 위해 아예 치킨집 인수에 나선다. 이때부터 마약반은 치킨집 운영과 잠복수사라는 두 가지 일을 병행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마형사(진선규)의 치킨 레시피가 의외의 대박을 터트리면서 이들이 운영하는 치킨집은 이른바 맛집으로 등극하게 된다. 장사가 워낙 잘 되는 바람에 마약반원들은 치킨집 운영에 대부분의 시간을 빼앗기게 되는데, 과연 이 상태로 범죄 집단을 잡을 수 있을까?



영화를 지탱하는 힘, 개성 강한 다섯 캐릭터

해체 위기의 마약반원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 창업한 치킨집이 맛집으로 등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 영화 <극한직업>이 현재 70%에 가까운 놀라운 예매율을 기록 중이다. 개봉 이틀 만에 72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것이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극한직업>은 지난 24일 하루 동안 전국 33만1650명의 관객을 동원, 이틀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날까지의 총 누적 관객 수는 72만4287명에 달한다. 1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둔 상황이다.

마약반에는 모두 다섯 명의 형사가 소속돼 있다. 고반장을 필두로, 장형사, 마형사, 영호, 재훈 이 다섯 사람이다. 이들은 각기 개성 강한 독특한 캐릭터의 소유자다. 좌충우돌하는 이 맛깔스러운 캐릭터들이 바로 이 영화를 지탱하는 힘이다.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실적 때문에 승진에서도 매번 밀려났던 고반장은 이번 마약 밀수 사건을 일생일대의 반전의 기회로 삼고 모든 걸 걸기로 작정한다. 치킨집 인수라는 모험도 그에 따르는 일종의 승부수다. 능력 있는 형사가 되기 위해 과감히 치킨집 사장을 자처한 그는 의외로 자영업자로서의 탁월한 경영 역량을 드러낸다. 소시민 생활 연기의 달인 류승룡이었기에 캐릭터가 온전히 살아난 느낌이다.

정의감 앞에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마약반의 홍일점 장형사(이하늬)는 치킨집의 홀 서비스 매니저로 변신, 대박 신화를 이어가는데 일조한다. 마형사의 변신은 가장 극적이라 할 만하다. 마약반의 골칫덩어리였던 그는 절대미각을 소유한 덕분에 대박 맛집을 일궈낸 장본인으로 급선회하기 때문이다. 영호(이동휘)는 유일하게 치킨집 운영으로부터 조금은 벗어나 있는 능청스러운 캐릭터로 그려진다. 마약반의 막내 재훈(공명)은 하루종일 양파를 까거나 써는 등 치킨집의 주방 보조 역할을 톡톡히 한다.

깨알 같은 드립과 몸 개그가 펼치는 웃음 향연


마약반 형사들의 치킨집 운영, 왠지 그 품질이 형편없으리라 예상되지만 생각과는 달리 분업 체계도 잘 갖춰지는 등 상당히 고퀄리티로 운영되면서 그 엉뚱발랄함으로 인해 관객으로 하여금 웃음을 절로 유발시킨다. 그렇다고 하여 오로지 웃음 포인트만 있는 건 아니다. 작품 전반에 깔린 코믹 코드 안에는 자영업자들의 애환도 적절히 담겨 있어 관객들의 호응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조연들의 감초 연기도 좋다. 서로 최고의 악당임을 자처하는 이무배(신하균)와 테드 창(오정세)의 잔인하면서도 조금은 귀여운 면모의 악당 연기 대결을 지켜보는 건 제법 흥미로운 일이다. 마약반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형편없는 실적을 안쓰러워하는 경찰서장 역의 김의성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으며, 고반장의 아내로 출연하여 독특한 매력을 뽐낸 김지영의 연기도 볼 만했다. 이들의 연기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작품의 결이 온전히 살아난 셈이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입을 열 때마다 깨알 같은 드립력이 폭발하고, 때로는 몸을 내던지는 몸 개그의 향연이 펼쳐질 때마다 관객들의 폭소가 사방에서 터져 나온다. 영화가 중반에 이르기까지, 그러니까 치킨집 운영이 대박 터지면서 본격적인 맛집으로 올라설 때까지 코믹한 분위기는 멈추지 않고 관객들을 지속적으로 즐겁게 해준다. 배우들이 의미 없이 떠드는 듯한 대사 속에서도 의외의 웃음을 찾게 하는 요소도 흥미롭다. 감독이 아예 작정하고 과거의 여러 유명 작품들을 패러디한 대목도 엿보인다. 이러한 부분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흥행 돌풍은 입소문 덕분, 설날 대목까지 이어질까?


다만, 중반을 지나면서부터 점차 힘이 빠지는 느낌은 다소 아쉽다. 범죄와 관련한 내용이니 조폭이 등장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겠지만, 식상한 소재를 또 다시 우려먹는 바람에 전반부에서 느꼈던 그 신선함은 점차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예 대놓고 웃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품 가운데 하나로써 합격점을 주고 싶다.

이 영화의 초반 돌풍은 입소문 덕분이다. 이는 마치 영화 속에서 절대미각의 소유자 마형사가 선보인 수원왕갈비의 레시피가 이를 맛본 이들이 그 독특한 맛을 입소문을 통해 널리 전파시켜 치킨집을 맛집으로 등극시킨 효과와 닮아있다. 흥행 돌풍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이 분위기가 과연 설날 대목까지 이어질 것인지 이를 지켜보는 일도 자못 흥미진진할 것 같다.



* 이미지 출처 : CJ엔테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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