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황홀한 여수 밤바다 그리고 남해 여행

새 날 2018. 2. 19.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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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출발했음에도 하루종일 지정체를 반복한 도로 상황 때문에 차는 점심시간대를 훌쩍 넘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차안에서 이것저것 주워 먹느라 특별히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대신 몸이 몹시도 고달팠다. 똑같은 자세로 10시간 가까이 앉아있으려니 좀이 쑤셔 미칠 지경이었다. 어쨌든 우리 일행은 여수에 무사히 도착했다. 일단 식사부터 해야 할 것 같다. 


푸짐한 해물이 곁들여진 밥상이었다. 싱싱했으며 맛 또한 일품이었다. 이곳의 특산물인 갓김치를 비롯하여 반찬으로 나온 음식들도 정갈했다. 위안이 된다. 그동안 쌓인 피로를 이 음식으로 풀어버린 느낌이라고 할까. 



서울에 비해 위도가 낮아 그런지 기온은 확실히 높았다. 다만 날씨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맑은 것도 아니고 흐린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의 기후가 여행 내내 계속됐다. 



이순신대교라고 하는데, 낮보다는 밤에 더 아름답단다.



실제로 얼마나 아름다운가는 야심한 밤 시간에 이 케이블카를 통해 확인해볼 참이다.



네덜란드인 하멜의 전시관과 등대도 볼 수 있다.



여수 하면 오동도 아니겠는가. 기온이 높아 외투를 입고 다니기엔 영 거추장스럽다. 조금 걸었더니 어느새 땀이 날 지경이다.



겨울바다는 역시나 쨍한 맛이 있다. 오동도 등대에 위치한 전망대 꼭대기에 올라 주변 바다를 구경하고, 이곳을 빠져나올 땐 코끼리열차를 이용했다.



이윽고 향일암으로 향한다. 이미 해가 넘어간 뒤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소화를 시킬 겸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거대한 암석들 사이로 좁다란 길이 나있고, 그 위에 암자를 지은 형국이다. 낮에 왔다면 저 아래로 바다가 손에 잡힐 듯 펼쳐져 있을 텐데 이건 뭐 어둠 천지라 눈에 뵈는 게 없다. 



향일암을 떠나 드디어 해상 케이블카에 올랐다.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를 들으며 발 아래를 굽어본다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이순신대교의 야경이 아름답다고 하더니 실제로 보니 이쁘긴 하다. 멋진 야경을 많이 남기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내 카메라는 어둠을 너무나 싫어라 한다.



아침 이른 시각, 남해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너무 피곤한 탓에 창 밖으로 펼쳐진 풍광도 마다한 채 달달한 잠에 빠져든다. 도착한 곳은 우리나라 3대 해상 사찰 가운데 하나인 보리암이었다. 이곳도 꽤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탓에 조금은 걸어야 했다. 산행 중 발 아래 펼쳐진 남해바다, 하지만 날씨가 도와주지를 않는구나.



기암괴석들이 멋지게 자리잡은 모습이다.



남해바다와 암자가 어우러지니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는 듯싶다.



다도해, 실제로 둥글둥글한 모양의 섬들이 바다 위로 즐비하다.



이곳의 산세는 제법 험악하다. 저 아래로 계단이 펼쳐져있는데, 왕복 30분이 걸린다는 말을 듣고선 눈을 질끈 감은 채 다녀왔다. 실제로는 20분가량이 소요된 듯싶다.



아래에 펼쳐진 해변이 상주면 은모래비치다. 곧 그곳으로 갈 예정이다.



보리암을 상징하는 석불, 많은 사람들이 와있다.



이곳이 바로 상주면에 위치한 은모래비치다. 겨울이라 그런지 썰렁하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원예예술촌과 독일마을로 가기 위해 우리 일행은 다시 차에 오른다.



원예예술촌은 전국적으로 비슷한 테마공원이 많은 까닭에 특별한 감흥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그냥 한 바퀴 돌았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할 듯싶다. 독일마을에는 사진에서 보이는 집과 유사한 형태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중간중간에 독일 맥주와 소시지 그리고 커피와 차 등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위치해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치리오. 독일산 맥주와 소시지를 주문하여 일단 맛을 본다. 뭐 그럭저럭이다. 맥주의 향이 조금은 독특한 듯도 싶다. 물론 이름 따위는 기억나지 않는다. 짐작컨대 M자로 시작했던 것 같다. 이제 이곳을 끝으로 서울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가는 길은 또 얼마나 막힐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래도 몸이 피곤한 상태이니 잠에 쉬이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너무 장거리를 단시간 내에 돌아다니다 보니 심신이 지친다. 다음에는 가까운 곳을 골라 한 곳에 머무른 채 그냥 푹 쉴 수 있는, 그런 형태의 여행을 해야 할 것 같다. 나이가 들어 그런가. 이제 이런 류의 여행은 피곤하구나.


여수 남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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