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육지와 바다의 생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새 날 2016. 6. 7.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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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동안 두 곳의 생태공원을 둘러보았습니다. 한 곳은 육지 그리고 또 다른 곳은 바다였습니다. 전라남도 함평은 나비로 유명한 고장입니다. 적어도 제 기억에는 그렇습니다. 원래는 명품난이 자생하는 지역이자 한국춘란의 최대 분포지역이기도 한 함평에 일찍이 난공원이 조성되었으나 나비가 이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떠오르게 되면서 이를 비롯한 각종 곤충 등을 연계, 생태 체험이 가능토록 생태공원으로 거듭나게 된 곳이 다름아닌 함평자연생태공원입니다. 입구에 들어서게 되면 대나무로 엮어 만든 조형물이 가장 먼저 입장객을 반기는데요.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이 대나무통이 일제히 흔들리거나 부딪히면서 맑은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대나무만이 낼 수 있을 법한 이 소리는 흡사 개울물이 흐르는 듯한 아주 맑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어찌나 청아하던지 해당 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으나 아쉬운 대로 이미지만 담아보았습니다. 이미지를 보면서 맑고 청아한 대나무 소리를 연상시켜 보시기 바랍니다.



이곳 공원 내에 유독 많이 세워진 나무 한 종이 있었는데요. 이 나무에서는 엄청난 개체의 벌들이 군집을 이루며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무서워서 가까이 접근하기가 꺼려졌지만, 불행히도 일행 중 한 사람이 그만 벌에 쏘이고 말았답니다, 나무는 진한 향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벌들이 괜히 모여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게 도대체 무슨 나무이길래 벌들이 이리 모여들까 급궁금해졌습니다. 도대체 뭔 나무지? 네, '먼나무'라 불리는 나무였습니다. 주로 남부지방 섬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의 오른쪽 길가로 줄줄이 심어져있는, 바로 그 나무랍니다.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주변은 온통 푸르름 일색입니다. 풀꽃과 나무 그리고 곤충들을 관찰하며 여유롭게 한참을 거닐다 보면 어느덧 동물원과 놀이공원을 지나 커다란 저수지와 맞닥뜨리게 되는데요. 그 규모가 생각보다 어마어마했습니다.



함평자연생태공원을 한 바뀌 휙 둘러보았더니 허기가 몰려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지요. 부근 식당에서 일단 허기를 달래고 다음 이동 장소로 자리를 옮기기로 합니다. 이웃 지역인 무안으로 갈 예정입니다.


서해안 남부에 위치한 무안갯벌은 12,705,000평에 이르는 광활한 면적에, 생성된 지 무려 3천년 가량이나 흘렀고, 행정구역상 전라남도 무안군과 함평군에 걸쳐 속해 있는 한국의 갯벌습지보호지역 제1호로 지정된 곳입니다. 이의 효율적인 이용과 체계적인 보호 관리, 그리고 관광자원화를 통한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무안갯벌생태공원과 센터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해가 저물고 어스름이 본격적으로 몰려오기 시작할 무렵 이곳에 도착하였습니다. 휴일임에도 주변에는 사람이 전혀 없었습니다. 덕분에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센터 건물은 규모가 꽤 큰 편인데, 폐장 시간이 지나는 바람에 그냥 멀찌감치 떨어져 외관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센터 내에서 갯벌 체험 프로그램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참고로 해당 경로를 통한 체험 외에 개인적으로 갯벌에 들어가는 행위는 금지되고 있었습니다. 



이 황량해 보이는, 마치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삭막한 주변 풍광과는 달리 조금 더 미시적으로 자세히 살펴보게 되면 엄청난 종의 생물들이 각자의 생존 방식에 따라 꿈틀거리며 삶을 유지해 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그마한 게며, 망둥이 등 익숙한 생물들이 눈에 띕니다. 그만큼 건강하다는 방증입니다.



갯벌 위로 만들어진 나무데크를 한참 따라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바다 헌장' 조각상입니다. 



함평과 무안은 서로 이웃하고 있는 지역으로, 이들로부터는 나비와 갯벌 내지 낙지가 쉽게 연상되듯 제각기 서로 다른, 개성 있는 생태 환경을 지니고 있는 곳입니다. 다소 생경한 바다와 육지의 생태 환경을 두루 살펴보며, 도시 생활을 통해 지쳐 있던 심신을 아주 조금은 덜어낼 수 있었던 게 이번 여행의 수확이었던 같습니다. 


서울에서는 제법 먼 곳입니다. 때문에 언제 다시 이곳에 오게 될 지 전혀 기약이 없습니다. 우린 좋은 풍광을 만나게 되면 일단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부터 꺼내 이를 남기려고 애를 쓰는데, 정작 중요한 걸 빠뜨리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먼저 가슴과 눈으로 이를 충분히 받아들인 뒤 조금 천천히 카메라렌즈를 들이대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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