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개파라치' 도입, 이종 생물과의 공존을 위한 필요악

새 날 2018. 1. 1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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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견주가 반려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거나 반려견에 목줄을 제대로 채우지 않을 경우 이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이른바 ‘개파라치’ 제도가 시행된다는 소식이다. 또 이르면 내년부터 공공장소에서 반려견의 목줄 길이가 2m로 제한될 예정이며, 개가 사람을 공격해 사고가 발생하면 견주가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반려인들과 비반려인들의 갈등은 상상 이상으로 첨예하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민폐를 끼치는 등 펫티켓을 나 몰라라 내팽개친 채 오로지 견주 자신과 반려견만을 생각하던 소수의 이기적인 반려인들 덕분이다. 때문에 비반려인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는 양상이며, 이렇듯 고조돼 가던 비반려인들의 불만은 어느덧 폭발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양측의 험악한 분위기는 이번 개파라치 제도 시행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반려인들은 견종이 굉장히 다양한데 모든 개의 목줄을 2m에 맞추라는 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하거나 정부가 몰카 행위를 조장한다는 등의 격앙된 반응 일색이다. 반면 비반려인들은 반려견 사고가 많았던 만큼 이런 제도가 꼭 필요하다거나 목줄을 안 하고 다니는 견주 그리고 길게 늘어뜨리는 견주들 때문에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불편함을 겪었다며 개파라치 제도를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왠지 반려인들 전체를 잠재적인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듯한 개파라치 제도를 바라보는 반려인들의 격앙된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반려인 전체가 감시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는 만큼 작금의 상황이 영 못마땅하게 다가올 게 뻔하다. 하지만 반려견이라는 이종 생물과 사람이 한 공간에서 공존을 꾀하기 위해서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들이 있다. 이른바 펫티켓이다. 


ⓒ연합뉴스


하물며 동종인 사람들 사이에서도 으레 지켜져야 할 것들이 잘 지켜질 때에 만이 비로소 모두가 편안함을 누릴 수 있듯이 이종 생물인 반려견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반려인들의 펫티켓은 그동안 엉망이었다. 한때 같은 반려인이었던 시각에서 보더라도 그렇다. 물론 모든 반려인들이 그렇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분위기 전체를 흐리는 경우가 다반사이듯이 반려인들 또한 마찬가지다. 늘 일부가 문제다.


때문에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드디어 올 것이 온 게 아닌가 싶다. 그동안 반려견 인구가 늘어나면서 더불어 이와 관련한 각종 민원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불편함을 호소하는 비반려인들이 넘쳐난다. 특히 얼마 전 불거진 인기 연예인 최시원 씨 사건은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갈등이 가뜩이나 첨예하게 대립하던 상황에서 비반려인들의 불만을 일거에 폭발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말았다. 



반려견의 관리에 대한 책임을 견주에게 묻는 제도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인해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경향이 크다. 이른바 '개파라치'라 불리는 포상금 제도는 다양한 부작용이 예측될 만큼 그다지 바람직한 형태의 제도가 아님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동안 부실하게 운영됐던 기존 제도상의 허점을 일정 부분 메우는 데는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 당국이 견주들을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범법행위를 가려낼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반려인들이 자발적으로 펫티켓을 잘 지키고, 법 테두리 내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이행했더라면 비반려인들과의 갈등이 지금처럼 첨예하게 불거지지 않았을 테며, 반려인들이 비반려인들을 배려하고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는 노력을 스스로 경주했더라면 비반려인들의 불만이 지금처럼 크게 부각되지도 않았을 테다. 개파라치 제도 도입은 결국 공동체 내에서 이해 관계가 상충할 경우 구성원들 각자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다시금 일깨우는 훌륭한 기회가 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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