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이젠 올림픽마저 색깔론인가

새 날 2018. 1. 20. 20:41
반응형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기 위함인 올림픽 정신이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크게 훼손되고 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와 공동입장, 단일팀 구성, 한반도기 사용 등을 빌미로 꼬투리를 잡고, 아울러 종북몰이에 나선 야당과 일부 언론, 그리고 이들의 비호 세력들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평창올림픽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있지만 평창은 사라지고, 올림픽도 사라지고, 북한만 남아 있는 형국"이라며 비판했다. 


평창동계올림픽 패럴림픽 조직위원인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한술 더 뜬다. IOC 및 IPC에 남북 단일팀 구성 반대 서한을 보낸 뒤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둔갑시키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를 맹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들도 일제히 십자포화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대화 테이블에 앉아 한반도 평화를 구상하는 현실이 너무도 못마땅한 모양이다. 북한을 향한 적대적 감정을 조직적으로 부추기고 나섰다. 



그 끝을 도무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긴 터널 속을 헤매던 북한과의 긴장 관계 속에서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모처럼 찾아온 해빙 무드, 그런데 이 중요한 순간에 자유한국당과 일부 언론은 북한이라는 연결고리를 트집 삼아 또 다시 종북몰이에 나선 셈이다. 그 파상 공세가 심상찮다. 야당이 전면에서 떠들면 언론이 비슷한 논조를 총동원, 여론몰이에 나서고, 이들의 우군인 댓글부대가 네이버 등 포털과 각종 커뮤니티, 그리고 SNS를 장악, 순식간에 해당 공간을 도배하며 더럽히는 방식이다. 


자유한국당이 평창올림픽을 자꾸만 평양올림픽이라고 호칭하고 나선 데엔 나름의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평화의 제전인 평창동계올림픽의 이미지를 이참에 아예 종북 이미지로 덧씌우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궤멸 위기에 놓인 자칭 보수세력을 끌어모아 정치적 이득을 꾀하려 함이다. 그동안 이 색깔론은 중요한 길목마다 이들에게 짭짤한 재미를 안겨주었던 터, 북한을 올림픽에 참여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 마뜩잖은 상황에서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올림픽마저 또 다시 색깔론으로 덧씌우려는 속셈이다.


나경원 의원


이들의 무리수에는 물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9일 공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전 주에 비해 2%포인트 감소한 9%로 조사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사태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 종합세트로 인해 점차 좁혀 오는 검찰의 칼끝은 자칭 보수의 궤멸을 불러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음에도 이른바 태극기로 대변되는 정치세력이 여전히 태극기를 흔들며 도심을 활보하고 다니는 건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연명 중이던 그들의 생명이 이제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상징한다. 숨을 거두기 직전 거칠게 내쉬는 마지막 호흡을 연상시킨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연일 막말을 쏟아내고 있고, 이명박 정부 당시 유치에 성공한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 호칭하며 색깔론으로 뒤집어 씌우고 있는 건 자신들과 비슷한 부류의 지지세력을 결집시켜 고작 한 자리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려보자는 속셈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저들에 의해 유치됐으며, 문재인 정부가 개최하는 명실상부한 범 국가적 이벤트다. 정치적 색채나 진영을 막론하고 모두가 하나되어 성공을 기원하며 함께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올림픽마저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근대 올림픽은 1894년 쿠베르탱에 의해 창시됐다. 스포츠를 통해 정치적 격변 및 종교, 인종적 차별을 뛰어넘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그동안 상호 적대행위를 일삼으며 한반도 평화, 아니 더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협해오던 상황을 종식시키고 남북이 스포츠를 매개로 다시금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만큼 올림픽 이념에 부합하는 사례도 사실상 드물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과 일부 언론 그리고 이들의 비호 세력이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 호칭하며 범 국가적 이벤트, 아니 전 세계인의 이벤트에 훼방을 놓고 결국 종북으로 덧칠하려는 시도는 평화를 근간으로 하는 올림픽 정신을 크게 훼손시키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는 국제적인 망신이자 토픽감이다. 하다하다 이젠 올림픽마저도 색깔론인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