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미세먼지 대책이 좀처럼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

새 날 2018. 1. 1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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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숨이 막힐 듯 하늘을 온통 뿌옇게 뒤덮은 정체 모를 무언가가 좀처럼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운동이고 산책이고 간에 아예 문밖으로 나서지 않는 게 몸에 이로울 만큼 상황은 최악이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표현이 요즘처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드물 것 같다.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수도권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하는 조치로, 2017년 2월 1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치가 이틀 연속 시행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란다. 그만큼 작금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차라리 한파가 더 낫다는 우스갯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올 정도로 말이다. 해당 조치가 발령되면 행정공공기관 차량 2부제와 사업장 및 공사장의 조업이 단축 실시된다. 서울시에서는 출퇴근 시간에 한해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중교통 무료 운행으로 서울 시내 출근 시간대 도로 교통량은 2주 전 같은 시간대보다 1.7%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의 감소율은 1.8%였다.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자가 차량의 이용을 줄여 배기가스로 인한 미세먼지의 발생 유인을 최대한 억제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행된다. 일각에서는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고 하거나 심지어 포퓰리즘이라며 힐난에 가까운 냉소를 보내고 있으나 서울시가 1회당 50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 대중교통 무료 정책의 시행에 나선 건 바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이를 독려하기 위함이다. 시민 스스로의 참여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몸소 경험해보자는 취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자면 이번 정책은 실패에 가깝다. 고작 1.7%의 차량 감소로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 까닭이다. 시민들이 협조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작정 시민들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행 차량 2부제는 행정공공기관 차량에 한한다. 이들이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 차량에는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를 기대했던 바다. 


그러나 누구보다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정치권과 공직자들, 심지어 미세먼지 관련 정책을 다루는 부서까지 해당 조치는 남의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결과엔 여야의 구별이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SBS의 보도에 따르면 여당 대표인 추미애 의원은 물론이며, 국회 미세먼지 대책 특위 소속인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까지 차량 2부제를 어기고 있었다. 



청와대도 예외가 아니다. 미세먼지와 가장 밀접한 부처인 환경부는 한술 더 뜬다. '보여주기식 행정이란 바로 이런 거다'라는 사실을 뽐내고 싶기라도 했던 걸까? 2부체 실시로 환경부 산하기관 주차장에는 해당 번호 차량만 들어오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었으나 이에 해당하지 않은 번호의 차량들은 주차장에만 들어서지 못할 뿐, 주차장 주변에 줄줄이 주차해놓는 볼썽사나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차량 이용을 줄여보자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며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앞서도 살펴 봤듯 그 실적은 매우 저조하기 짝이 없다. 마땅히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이 이러할진대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반 시민들의 차량 이용을 자제하라는 정책이 제대로 먹혀들 리 만무하다. 결국 환경부는 칼을 빼들었다.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될 경우 행정공공 기관 임직원에게 적용하던 차량 2부제를 민간 차량까지 전면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를 위반하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단다.



일부 정치인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해당 정책에 비난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작 자신들은 시민들도 동참하고 있는 미세먼지 저감 조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14년 수도권 미세먼지의 27%가량은 자동차 배기가스로부터 비롯된다고 밝혔다. 중국발 미세먼지는 차치하더라도 자동차의 운행 감소만으로도 수도권 미세먼지 저감에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 대책이 좀처럼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과연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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