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음성 기반 인공지능 합종연횡, 패권 누가 잡을까?

새 날 2017. 12. 1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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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혁신은 '손가락'을 매개로 한다. 전문가들은 작금의 혁신을 잇는 차세대 혁신의 매개로 주저없이 '음성'을 꼽는다. 왜일까? 실제로 음성 기반 인공지능 기술은 스피커를 통해 서서히 그의 존재감을 드러냄과 동시에 점차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그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방증이다. 아니나 다를까, 전 세계 IT기업들은 이 차세대 혁신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그 물밑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3분기 전 세계 인공지능 스피커 출하량은 지난해 보다 708%나 급증한 740만 대로 집계됐다. 제조사별로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알렉사'가 탑재된 제품이 66.9%, 구글 홈 등 구글 어시스턴트 인공지능이 실린 스피커가 25.3%로 집계되어 두 회사의 제품이 전체의 9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음성 기반 인공지능 시장을 이 두 회사가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서 특히 눈여겨 봐야 하는 지점은 바로 구글의 약진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구글홈은 당해년도엔 집계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실적이었으나 올해에만 무려 190만 대를 팔아 치우며 아마존에 이어 2위로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아마존과 구글, 이 두 회사를 제외하면 나머지 회사들의 실적은 아주 보잘 것 없다. 그나마 징동닷컴과 샤오미, 알리바바 등이 나란히 뒤를 이으며 간신히 중국의 체면을 살리고 있다는 점만이 눈에 띌 뿐이다. 이렇듯 급성장하며 차세대 혁신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음성 기반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미국과 중국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의 움직임은 어떨까? 



아마존이나 구글에 비하면 한참이나 후발 주자에 속하는 우리 기업들도 최근 음성 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놓고 생태계의 외연 확대를 꾀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업체 간 동맹이 시작됐다. LG는 네이버와 손을 맞잡았다는 소식이다. 스마트홈 업계 1위인 LG가 보유한 IoT와 네이버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결합, 소비자들의 거실을 공략하겠노라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카카오와 결합했다. 하지만 이들의 동맹은 앞서의 그것과는 방식이 조금 다른 모양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휴처럼 각기 회사가 보유한 인공지능 '빅스비'와 '카카오i'를 연동,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백색가전으로부터 스마트폰까지, 그동안 승승장구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삼성전자 등의 하드웨어 업체가 플랫폼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혁신에서는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글로벌 IT기업에 그 자리를 내어줄 것이라는 우려는 단순히 우려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더욱 똑똑해지고 정교해지는 인공지능의 속성상 지금까지 통용됐던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한 혁신이 실제로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탓이다. 


종국엔 플랫폼 싸움이 될 전망이다. 차세대 혁신은 구글처럼 플랫폼을 갖춘 기업이 유리해질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글로벌 기업인 구글과 아마존이 이에 가장 근접해 있으며, 그나마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포털 기업이 상대적으로 조금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아마존과 구글처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아닌 국내 서비스에 갇혀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다. 상대적으로 글로벌 수준에 근접해 있는 하드웨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포털 기업과 제휴를 맺고 있는 건 바로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 시장만이 갖는 특성 때문이다. 



비단 우리뿐 아니라 글로벌 IT기업들은 진작부터 플랫폼의 외연 확장을 위한 합종연횡을 거듭해왔다. 아마존과 자동차 회사인 포드,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제휴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생태계 확대와 동시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려는 전략이다. 아울러 우리 기업들이 최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생존 전략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아마존의 음성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인 알렉사를 통해 이용 가능한 스킬, 즉 알렉사를 통해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능 수가 무려 2만5000개를 넘어섰다고 한다. 물론 지금 이 시각에도 딥러닝을 통해 그 기능 수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와 유통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IT기업으로 이를 토대로 전 세계 음성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의 7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추격하고 있는 구글의 움직임도 예사롭지가 않다. 매섭다. 이제 걸음마 단계인 데다가 국내 서비스에 머물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과연 이러한 녹록치 않은 환경을 극복하고 차세대 혁신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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