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구글과 아마존이 기싸움 벌이는 이유

새 날 2017. 12. 14.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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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글과 아마존, 이 두 거대 글로벌 IT기업이 충돌했다. 서로를 향해 벌이는 자존심 싸움이 점입가경에 이른 것이다. 두 공룡기업 사이의 크고 작은 마찰은 이미 수년 전부터 지속돼온 것으로 읽히나 지금처럼 갈등이 첨예하게 불거진 건 아마존으로부터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아마존은 오랜 기간 '크롬캐스트'나 인공지능 스피커인 '구글홈'과 같은 구글의 제품을 자사 온라인 매장에서 판매하기를 거부해왔다. 아울러 안드로이드용 프라임 비디오 앱을 제공하지도 않았으며, 구글 크롬캐스트 기기로는 프라임 비디오 콘텐츠를 볼 수도 없게 했다. 


2년 전 인공지능 스피커인 '에코'를 출시한 아마존은 최근 해당 기기를 통해 유튜브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으나 구글은 자신들과 공조하지 않고 있는 아마존에 유튜브 서비스 제공을 허락하지 않았으며, 서비스 차단에 나섰다. 물론 구글은 이번 결정이 인공지능 스피커와 동영상 전송 기기 등 구글의 제품을 아마존이 그동안 홀대해온 것에 대한 보복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아마존 역시 구글 제품인 '네스트'의 판매를 중단하고 나선 것이다. 


세계 인터넷 검색 시장과 모바일 생태계를 쥐락펴락하는 구글, 그리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이자 유통 플랫폼이기도 한 아마존의 자존심을 건 기싸움은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걸까? 두 회사는 최근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여왔다. 스피커는 인공지능을 매개로 사람과 사물을 촘촘히 연결시켜주는, 일종의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기특한 녀석이다. 우리나라 IT 기업들 역시 이에 뒤질세라 부지런히 인공지능 스피커를 시장에 쏟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네이버의 '프렌즈'와 카카오의 '카카오 미니'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스피커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음악을 들려주는 건 물론이며, 날씨나 뉴스를 찾아주기도 하고 쇼핑을 가능케 해주는, 디지털 비서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각종 사물과 연결, 다양한 영역에서의 응용을 가능케 하고 활용성을 높여주는 확장성 또한 무궁무진할 전망이다. 이렇듯 인공지능 스피커가 돈이 된다는 판단이 선 탓인지 구글이나 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삼성,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도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거나 출시 계획을 줄줄이 내놓으며 경쟁에 합류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인공지능기술이 융합된 차세대 혁신의 아이콘은 바야흐로 스피커로 낙점된 셈이다. 이 혁신의 한가운데엔 다름 아닌 구글과 아마존이 일찌감치 자리해왔다. 앞서도 언급했듯 아마존은 이미 2년 전에 음성비서 '알렉사'가 내장된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를 선보였으며, 이를 추격하기 위해 구글도 본격적으로 승부수를 띄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비록 아마존보다는 후발 주자였으나 '에코'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의 '구글홈'을 출시, 저가 공세에 나선 것이다. 


ⓒ케이벤치


이들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잇달아 출시하는 이유는 가정에서 사용되고 있는 인터넷과 연계 가능한 각종 가전이나 관련 기기 시장을 먼저 장악하기 위함이다. 미국 경제전문방송사 CNBC는 주요 기업들이 스마트폰을 넘어서는 새로운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으며, 상당수가 스마트 디지털 비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미국 시장조사기업 ABI리서치는 음성 비서 부문이 기술 기업들의 새 전쟁터로 떠올랐으며 이 시장을 거머쥐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아마존과 구글이 6년 안에 스마트폰과 주변 생태계를 둘러싼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두 기업이 지금처럼 한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감정 싸움을 벌이고 있는 건 차세대 혁신을 놓고 벌이는 주도권 경쟁에서 상대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함이다.


실제로 인공지능 스피커로 대변되는 음성비서 기술 영역이 스마트폰의 혁신을 뛰어넘는 차세대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될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기술의 융복합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왔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의 모호해진 경계로 인해 차세대 기술 시장에서는 단순히 하드웨어 기술력이 앞서거나 혹은 소프트웨어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점만으로는 시장을 주도할 수 없음이 보다 명확해졌으며, 때문에 결국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디지털 공룡기업이 이를 선도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구글과 아마존 기싸움의 승자는 누구일까? 세계 최대 유통 플랫폼인 아마존에서 구글 하드웨어의 판로가 막힐 경우 빠르게 선점해야 할 관련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놓치게 되기에 결국 아마존이 승자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구글은 자동으로 패자가 되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시장은 둘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IDG의 JR Raphael은 IT world 기고문을 통해 이렇게 밝히고 있다. "기업이 자사의 탐욕을 잠깐 내려놓고 사용자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가 있는데, 아마존과 구글에는 지금이 바로 그때다." 두 기업의 이기적인 고집으로 인해 결국 손해를 입는 건 소비자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IT전문 뉴스사이트 테크크런치 역시 해당 분야에서 각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두 기업간의 갈등은 선택의 폭이 좁은 소비자들의 불만만 커지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과 아마존의 갈등은 거대 IT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확대되면서 그에 따르는 영향력이 얼마나 커졌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만하다. "소비자들은 아마존을 통해 무엇을 구입할지를 결정하고, 구글 검색에서 나타난 결과는 행동으로 이어지게끔 하는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AP통신의 분석처럼 우리는 지금 구글 및 아마존의 강력한 시장 지배력과 영향력을 새삼 경험하면서 이를 곱씹고 있는 셈이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차세대 IT기술의 혁신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훌륭한 기회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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