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애플 사과에도 소비자 반발 왜 가라앉지 않나

새 날 2017. 12. 3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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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일부러 낮춰 불거진, 이른바 애플 '배터리 게이트' 논란은 회사가 공식 사과에 나서고 배터리 교체 비용까지 할인해준다는 당근책을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애플코리아는 지난 29일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 표명문을 발표했습니다. 애플 본사의 입장문을 우리말로 번역한 형식이었는데요. 


팀 쿡


아이폰 6와 7 계열의 배터리를 교체할 경우 50달러, 그러니까 현재 배터리 교체 비용이 10만 원에 이르니 이를 66000원 할인한 34000원에 가능케 해주겠노라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애플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제대로 뿔이 난 것 같습니다. 집단소송 등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는데요. 해외에서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소송인단을 모으고 있는 법무법인들은 다음 달 안으로 애플 코리아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법무법인에 따르면 이번 소송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힌 국내 아이폰 이용자만 벌써 십수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왜 애플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소비자들의 관점에서는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로 낮추고 배터리 유상 교체 형식을 빌려 기업의 책임을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떠넘긴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만, 애플은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린 적이 없다는 일관된 주장을 펴고 있는 와중입니다. 애플이 이렇게 나오는 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제기된 소송전만 해도 1000조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고의로 기기 성능을 조작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사실을 소비자에게 숨기지도 않았다는 논리를 펴서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집단소송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치밀한 전략으로 읽힙니다. 


여타 기업의 소비자들에 비해 나름 충성 고객임을 자처해오던 애플의 소비자들은 전적으로 기업의 이익에만 초점이 맞춰진 듯한 회사의 이러한 무미건조한 대응에 잔뜩 화가 난 셈인데요. 하지만 소비자들이 정작 반발하고 있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USA TODAY


애플이 올 한 해 2억3300만 대의 '아이폰'을 팔아치우며 일약 '2017 세계최다 판매 IT기기'로 등극했노라는 언론보도가 있었습니다. 리서치회사 GBH인사이트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보도한 것인데요. 이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냐면, 2위부터 5위까지의 판매 대수를 모두 합쳐도 1위인 아이폰의 그것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모두를 더해도 아이폰 판매량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9200만 대에 불과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최신 갤럭시 시리즈가 3300만 대로 그나마 2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3위는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닷이 차지했습니다. 총 2400만 대가 판매됐습니다. 그러나 이들 2위 3위의 판매 기록과 애플 아이폰의 그것의 격차는 너무나 커보입니다. 시쳇말로 넘사벽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관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아이폰은 2111만 대를 판매하며 1위에 오른 바 있습니다. 2018년 또한 이변이 없는 한 세계 최다 판매 디바이스의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렇습니다. 애플은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링 IT 기기를 만들어내는, 명실상부한 최고 기업임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입니다. 배터리 게이트 등 기업의 소비자 기만 행위에도 불구하고 앞서도 언급했듯 아이폰은 내년 역시 세계 최다 판매 기기에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소비자들은 바로 이 대목에서 뿔이 난 겁니다. 세계에서 IT 기기를 가장 많이 판매하는 기업이라면 소비자를 기만하는 등 지금처럼 오만한 태도로 일관해도 상관없다는 듯한 애플의 행동이 괘씸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애플을 일약 세계 1위의 기업으로 올려놓은 건 다름 아닌 소비자들입니다. 애플은 그동안 혁신과 감성으로 소비자들의 욕구와 니즈를 만족시켜왔으며, 소비자들 또한 그러한 기업의 노고와 열정에 화답하며 다양한 제품 구입을 통해 해당 기업을 세계 최고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하지만 기술적 결함을 혁신으로 메우려 하기보다 변명으로 일관하며, 그들을 믿고 소비해준 소비자들에게 외려 부담 형태로 자신들의 책임을 떠넘기려 시도하고 있는 모습은 실망 그 자체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기보다 작년, 그리고 올해 심지어 내년에도 세계 최다 IT 기기 판매 회사라는 명성에만 기댄 채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애플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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