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영화관에서의 음식물 섭취가 어때서요?

새 날 2016. 9. 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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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무더웠던 지난 여름 어느날의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더위도 피하고 영화도 볼겸 평소 자주 이용하던 멀티플렉스를 찾았다. 난 영화 관람 도중 음식물을 섭취하는 건 해당 영화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물론 한낱 개똥철학에 불과하다. 어쨌거나 그러한 연유로 영화를 관람할 때면 웬만해서는 음식물을 잘 섭취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날은 다른 날보다 유독 더웠다. 영화관으로 가는 길조차 힘에 부칠 정도였다. 올 여름의 더위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공감이 될 만한 상황 아니었나 싶다. 영화 시작 시각까지는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는 터라 간단하게 탄산음료로 목을 축이고자 했다. 혹시 자판기가 있을까 싶어 둘러보았으나 있을 리 만무했다. 어쩔 수 없이 영화관 내 스낵코너에서 주문해야 할 것 같다. 정작 음료는 별로 없고 얼음으로 반 이상 채워진 콜라의 한 잔 가격이 2천 원이란다. 물론 주문을 포기했다. 불합리한 가격이라는 인식이 목을 축이고자 하는 욕구를 압도한 탓이다.


나를 더욱 놀라게 했던 건 이후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 봐도 눈에 띄지 않던 자판기가 티켓팅을 하고 상영관 입구로 들어서자 복도에 떡하니 설치돼 있는 게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우선 콜라부터 찾아 보았다. 다행히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이곳의 가격대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다. 비록 캔에 불과하나 스낵코너에서 파는 콜라의 몸값과 정확히 일치하는, 놀라움을 선사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처럼 개똥철학을 지녔거나 그렇지 않거나 그와는 별개로, 상영관 내에서 부스럭거리며 유독 냄새가 심한 음식물을 섭취하는 건 누가 보아도 민폐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영화 관람 행위란 나름 초집중해야 하는 상황이거늘, 음식물 섭취로 인해 다른 관객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거나 집중력을 흐트러뜨려서는 안 될 노릇이기 때문이다. 모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심지어 짜장면이나 국밥 그리고 떡볶이 따위의 음식물을 싸들고 와 먹는 관객들이 근래 늘어 다른 관객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단다. 영화관이 푸드코드인 줄 아느냐며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대변해 주는 듯한 모양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애초 외부로부터의 음식물 반입이 제한되어 있느냐 하면 실은 그렇지가 않다. 관객 개인이 얼마든 자유롭게 음식물을 가져와 즐길 수 있도록 허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같은 음식물이라고 해도 기왕이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건 일종의 기본 에티켓이자 전적으로 개인의 몫에 해당한다. 사회 구성원 상호간 공통적으로 필요한 덕목인 배려에 기댈 사안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일견 민폐 행위를 지적하는 듯 보이는 해당 기사의 행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게 되면, 실상 그보다는 최근 불거진 영화 관람료와 스낵코너의 가격 담합 논란과 관련하여 그에 따르는 합리화의 구실을 위한, 일종의 교묘한 논리적 수단으로 다가온다. 그러니까 일반 관객의 민폐를 호소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우아한(?) 표현 뒤로는, 오로지 자본의 이익을 지키고자 하는 아주 철저한 사명감과 담합의 당위성이라는 흡사 맹수의 발톱과 같은 날카로움을 숨겨놓은 듯싶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좀 더 근원적인 질문 하나를 던져보자. 영화 관객들은 영화관 내 스낵코너에서 구입하여도 충분할 음식물을 굳이 왜 힘들게 외부에서 구입해 오는 걸까? 핵심은 서두에서 언급했던 탄산음료 가격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무언가 불합리한 데다 무자비해 보이는 가격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상황에서 영화 관람료와 영화관 내에서 판매하는 팝콘 등의 가격을 영화관들이 서로 담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팝콘의 경우 사실상 아주 예전부터 용량이나 칼로리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논란이 돼온 데다, 영화관끼리 서로 가격을 엇비슷하게 책정하여 심한 폭리를 취해 오지 않았는가 하는 의심마저 더해지는 탓에 의혹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팝콘 가격은 하나 같이 5천 원 가량에 판매되고 있으며, 탄산음료 역시 2천 원 수준으로 맞춰져 있다. 콤보 제품인들 결코 다르지 않다. 부풀린 가격대는 국내 멀티플렉스들마다 한결 같다. 그러니까 앞서 언급한 매체는 소비자 서로가 서로에게 끼칠 수 있는 민폐를 호소하는 듯싶지만 이를 역이용, 오로지 값비싸게 책정된 영화관 내 스낵류만 반입 가능하도록 종용에 나선 셈이다.


가뜩이나 올해 3월부터 CGV를 시작으로 멀티플렉스 3사가 불과 한두 달 간격으로 좌석별, 시간대별 가격 차등화 정책을 실시하며 요금이 공통적으로 1천 원 가량 인상되는 불상사(?)가 발생하였고, 급기야 평균 관람료가 사상 처음 8천 원을 돌파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터라 담합 의혹은 더욱 짙어지는 모양새다. 소비자들이 뿔이 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멀티플렉스의 관람료와 스낵코너의 가격 담합 현상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것도 다름아닌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뉴스1


소수의 특정 대기업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멀티플렉스, 현재 이들이 우리 앞에 펼쳐 보이고 있는 온갖 폐해는 흡사 경제학 교과서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독과점 폐해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자신들만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 시장 질서를 교란시켜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나 개인의 성장을 저해하고, 더 나아가 경쟁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 소비자들에게 그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전가시키고 있는 양상이다. 


소비자 스스로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자신들의 주권을 찾고자 불합리하면서도 불공정한 요소에 대헤 적극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자 일부 매체는 소비자들의 다수가 평소 영화관에서 느꼈을 법한 불편함을 매개로, 마치 소비자들을 배려하고 있는 것처럼 겉으로는 그럴 듯하게 포장하고 있으나, 실은 언제나처럼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고 그들의 끝없는 이익 추구에 누가 될까 봐 전전긍긍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흡사 고양이가 쥐 생각해 주는 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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