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본 시리즈의 화려한 귀환 '제이슨 본'

새 날 2016. 7. 29.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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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혔던 과거의 기억이 점차 되살아나기 시작한 건, 원래 해병대 대위였던 '데이빗 웹'을 '제이슨 본'으로 탄생시킨 CIA의 비밀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해당 정보가 고스란히 담긴 파일을 과거 제이슨 본과 인연이 있던 요원 니키(줄리아 스타일스)가 해킹하면서 본의 과거 및 그의 아버지를 둘러싼 베일이 점차 수면 위로 그 실체를 드러낸다. 


그리스에서 은둔자적 삶을 살아가던 제이슨 본(맷 데이먼)은 니키와 접촉한 이래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하여 CIA가 깊숙이 연루돼 있을 것이라는 심증을 굳히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또 다시 CIA의 추격을 받기 시작하는데... 



본 시리즈의 화려하면서도 멋진 귀환이다. 9년 만에 돌아온 맷 데이먼은 여전히 쫓기는 신세이긴 하나 한층 노련해진 모습이다. 상체를 과감히 벗고 격투 상대에게 강력한 펀치를 날리는 장면은 그가 여전히 건재하고 있음을 알린다. 과거 본 시리즈에서 줄창 쫓겨다니던 제이슨 본은 이번 작품이라고 하여 결코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그를 둘러싼 모략과 음모의 실체들이 이번 작품을 통해 비로소 밝혀지기 시작한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복잡한 얼개의 이야기 구조가 아닌 까닭에 이전 시리즈를 관람하지 않은 분이라 해도 이해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으리라 짐작된다.


영화는 크게 세 구도로 그려져 있다. 당연하겠지만 CIA에 의해 철저하게 이용만 당하다가 결국 쫓기는 신세로 전락한 제이슨 본이 그들 중 핵심 축이다. 그는 이번에도 발에 불이 나도록 열심히 뛰어다닌다. 그와 대척점에 놓인 인물은 다름아닌, 음험하기 짝이없는 노회한 CIA국장 '듀이'이다. 마지막으로 출중한 컴퓨팅 실력을 뽐내며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롭게 합류, 향후 시리즈의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 짐작되는 CIA 사이버 전문요원 헤더 리(알리시아 비칸데르)가 그에 해당한다. 



본 시리즈 하면 쫓고 쫓기는 액션씬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염병이 난무하는 그리스 시위 현장을 헤집으며 이번 작품속 추격전은 본격 시작된다. 그리스 도심은 흡사 80년대의 우리 모습을 빼닮았다. 그 혼란한 틈바구니에서 제이슨 본은 열심히 뛰고 또 달린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가 없는 처지이다. 


간혹 시위 장비를 이용하거나 경찰 오토바이를 훔쳐 타고 달아나는 등 그의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능력은 신출귀몰할 정도다. 우리는 추격전 하면 으레 자동차씬을 떠올리게 된다. 당연히 이를 빼놓을 수는 없다. SWAT의 장갑차를 훔쳐 달아나던 저격수와 라스베가스 시내에서 벌이는 제이슨 본의 추격 액션이 이번 작품의 백미다. 물론 아이슬란드와 독일 등 여러 유럽국가의 현장 로케이션도 흥미진진한 요소가 될 법하다.



듀이는 비록 애국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작전 수행을 벌이는 휘하 요원이, 그러니까 여기서는 앞서 잠깐 언급했던 저격수가, 사람 목숨을 마치 파리 목숨 다루듯 하면서 그의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본질적 성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쉬울 땐 같은 동료마저 자신들의 입맛에 맞도록 활용해 오다가 불필요해질 찰나, 혹은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인식되는 순간, 가차없이 목숨까지 앗아가는 국가정보기관의 비윤리적 행태는 제이슨 본을 더욱 분노케 한다. 


특히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SNS의 사용 패턴과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이들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려는 CIA의 계획은,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테러리즘을 빌미로 글로벌 IT업체로부터 개인정보 열람을 공공연하게 요구하던, 얼마 전 실제 있었던 미국 정보기관의 생얼을 문득 떠올리게 한다. 



맷 데이먼은 한결 같다. 2시간 내내 단 몇 마디의 대사만 읊을 뿐 계속해서 쫓겨다니거나 적의 뒤를 추격하며 그동안의 시리즈물과 일관된 행동을 보여준다. 새롭게 등장한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탁월한 컴퓨팅 실력을 한껏 활용, 맷 데이먼과 CIA 사이에서 교묘히 줄타기를 하며 향후 본 시리즈의 주요 축이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 어떤 장르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는 그녀의 연기는 이번 작품에서도 똑 소리가 날 만큼 완벽에 가깝다. 약간은 허스키한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어쩌면 지극히 뻔한 설정인 데다 예측 가능한 전개와 액션이 내용의 주를 이루는 탓에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싶지 않았을 것 같다.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를 승화시키고 있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 따위를 갖게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소 아쉽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추격 액션은 별 감흥이 없으며 식상하기까지 하다. 큰 스케일과 해외 로케이션 등 제법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었을 듯싶으나 결과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친다. 물론 소재의 한계를 무시할 수는 없다. 창의적인 연출의 부재는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찜통 더위 속에서 시원한 액션을 관람하며 더위를 잠시나마 식히겠노라는 뚜렷한 목적을 가진 분들께는 그럭저럭일 것 같다.



감독 폴 그린그래스


* 이미지 출처 :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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