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밀림의 전설, 탐욕에 맞서다 '레전드 오브 타잔'

새 날 2016. 7. 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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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세기 중반 무렵이다. 벨기에는 아프리카 대륙의 콩고를 침탈하여 식민지화하고, 원주민들을 노예로 삼거나 다이아몬드 등의 값비싼 광물을 마구 채취하고 있었다. 오로지 약육강식의 논리만이 세상을 지배하는, 이른바 야만의 시대다. 롬(크리스토프 왈츠)은 벨기에 황실의 의중을 충실히 따르는 충복으로서 다수의 용병을 이끈 채 콩고 침탈의 선봉에 선 인물이다. 


한편, 아프리카 밀림을 떠나 영국 런던에서 아내 제인(마고 로비)과 함께 그레이스토크 경이자 존 클레이튼으로서의 새 삶을 조용히 살던 타잔(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이 밀림으로 되돌아가게 된 건, 당시 세계를 지배하던 열강 국가들 사이에서의 이해 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온전히 욕망에 의한 산물이다. 수년만의 귀향인 터라 타잔과 제인은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쉽지 않다. 마침내 아프리카 땅을 다시 밟게 된 그들이다. 타잔과 제인의 귀향을 반긴 건 비단 원주민들뿐만이 아니다. 동물들 역시 타잔과의 재회를 극적으로 환영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콩고에서의 달콤했던 휴식은 불과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산산조각나고 만다. 롬의 용병부대가 타잔이 머물던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원주민들을 모두 잡아갔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히 타잔은 탈출하는 데 성공하나 그 사이 제인이 인질로 잡히고 만다. 이후 타잔은 미국인인 그의 조력자 조지 워싱턴 윌리엄스(사무엘 L. 잭슨)와 원주민 여럿을 규합하여 롬 일당을 뒤쫓기 시작하는데...


선과 악의 구도가 너무도 뚜렷한 작품이다. 콩고를 횡단하는 열차의 화물칸에 가득 실린 코끼리의 '상아'는 흡사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상징하는 듯싶으며, 그 중심에는 롬이라는 제국주의를 특징할 만한 인물 하나가 놓여 있다. 사람 목숨이 마치 파리 목숨이기라도 한 양 마구잡이로 살육을 일삼거나 노예로 팔아 돈을 챙기려는 이들에게서 일말의 양심 따위를 바라는 건 그 자체로 모순이자 사치가 아닐 수 없다. 그들에게는 오로지 입신양명과 돈만이 전부이다. 이렇듯 평화롭던 콩고를 일순간 지옥으로 바꿔놓은 제국주의의 씨앗은 다름아닌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그 기반인 셈이다.



반면, 밀림에서 태어나 동물들과 함께 생존해 오던 과거의 삶이 인연이 되어 밀림속 생태계와 원주민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을 돕고, 제국주의의 침탈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게 되는 인물이 바로 타잔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타잔을 매개로 하여 오로지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려는 롬 일당의 악행과 그들의 뒤를 쫓으며 밀림을 탐욕으로부터 보호하려는 타잔의 고군분투를 담고 있다.



롬은 노쇠하지만 그에 반해 그가 지닌 필살기는 놀라울 정도로 발군의 실력이다. 오늘날 그가 누리는 지위가 거저 얻어진 게 아님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가 9살 때 천주교 신부로부터 건네받은 뒤로 항상 몸에 지니게 된 묵주는 우리가 알고 있는 평범한 그것이 아니다. 그의 한쪽 손목에 채워진 채 그동안 꿈꿔온 온갖 종류의 탐욕이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자신을 보호하는 일종의 수호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잔 역의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는 영화 '디스커넥트'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이다. 그러니까 4년 전 작품인데, 당시엔 그냥 평범하고 호리호리한 몸매의 소유자였건만, 어느새 이렇듯 근육질의 우람한 체형으로 변모하게 된 건지 놀랍다 못해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제인 역의 '마고 로비'는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남자 주인공 '팀'의 첫사랑 상대인 '샬롯'으로 깜짝 등장, 육감적이면서 매력적인 비주얼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각인시킨 바 있다. 한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의 연분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롬으로 분한 배우 '크리스토프 왈츠'는 악역으로 자주 등장한다. 그 때문인지 영화 '빅 아이즈'에서의 비열하고도 치졸했던 남편의 이미지가 이 작품을 통해서도 언뜻 오버랩되는 느낌이다. 사무엘 L. 잭슨은 어느덧 7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으나 타잔의 조력자로 등장, 시종일관 그의 동선과 함께하며 노익장을 과시한다. 진지함 일색인 상황에서 가벼운 웃음을 선사해 주는 건 그나마 그의 역할이 유일하다. 



실사와 CG의 조화가 전혀 어색하지 않아 몰입을 방해할 만한 요소는 딱히 없다. 되레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타잔과 여러 맹수들이 시원한 밀림속을 헤집으며 다니는 장면만으로도 답답했던 가슴이 절로 뻥 뚫리는 느낌이다. 더위와 긴 장마로 지치기 쉬운 요즘 같은 계절에 걸맞은 영화 아닐까 싶다. 기대를 적당히 내려놓고 마음을 비운 채 관람한다면 강추까지는 아니더라도 시간 때우기용으로는 그럭저럭인 것 같다.  



감독  데이빗 예이츠


* 이미지 출처 :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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