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중국 애니메이션 가능성 엿보게 한 '몬스터 헌트'

새 날 2016. 5. 2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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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요괴가 더불어 살던 아주 먼 옛날, 둘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져 요괴들은 모두 깊은 산중으로 쫓겨나게 되고 이제 세상은 인간계와 요괴계로 양분되고 만다. 그러던 어느날 요괴계를 새롭게 이끌 왕의 후계자를 임신한 왕후가 쫓겨다니다가 그만 인간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데, 목숨 부지하기가 힘들다고 판단한 왕후는 우연히 만난 인간 천음(정백연)의 몸속에 자신이 품고 있던 태아를 이식하고선 이내 숨을 거둔다.

 

남자의 몸으로 졸지에 요괴를 임신하게 된 천음은 요괴로 인해 우연히 인연을 맺은 여성 요괴 사냥꾼(바이바이허)의 도움으로 천신만고 끝에 요괴왕의 후계자 '우바'를 낳는다. 두 사람은 우바를 자기 자식인 양 애지중지 키우며 교육도 시켜 보지만 함께할 수 없는 운명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결국 요괴 딜러(탕웨이)에게 우바를 넘기고 마는데... 

 

ⓒ네이버영화

 

지난해 하반기 중국 영화 시장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온 화제작이다. 중국 역대 최다 기록인 6,500만 관객 동원에, 4,300억 원이라는 놀라운 흥행 수익, 아울러 중국 박스오피스 랭킹 1위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남기며 모든 기록을 새롭게 갈아치운 영화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수치상의 흥행 기록보다 이 작품 덕분에 중국 영화의 수준이 적어도 몇 단계는 높아졌으리라는 전문가들의 극찬에 더욱 눈길이 쏠린다.

인간과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요괴는 중국의 신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이 작품은 그로부터 모티브를 차용해왔다.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결합된 판타지 장르의 영화다. 때문에 어설픈 영상 기술로는 자칫 졸작이 탄생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다행히 감독이 할리우드의 드림웍스 애니메이터로 활약했던 이력 덕분인지 요괴 자체의 움직임이나 실사와 결합된 장면에서의 이질감 따위의 어색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중국의 애니메이션 기술이 진일보했음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요괴의 생김새는 서양의 그것과 차별화하기 위함이었는지 귀여운 모양 일색이다. 특히 프로펠러가 달린 작은 정찰 요괴나 요괴왕의 후계자인 우바 캐릭터는 우리나라 모 사채 회사 광고 속에서 자주 등장하던 무 캐릭터를 빼닮았다. 뿐만 아니다. 영화관 광고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던 모 성형의원의 징그러운(?) 지방 흡입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설정 자체가 다소 유치하게 다가오는 데다 왠지 권선징악 따위의 뻔한 소재일 것 같고, 아이들을 주 관객층으로 삼았을 것 같은 이유 때문에 처음부터 기대감을 접은 채 관람했지만, 요소요소마다 배치돼 있는 깨알 같은 웃음 코드 덕분에 생각보다는 제법 흥미로웠다. 그렇지만 중국 역대 기록들을 모두 갈아치울 만큼 중국 내부에서 일었던 커다란 반향에 비한다면 상대적으로 보잘 것 없는 느낌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애니메이션과 관련하여 이미 첨단 기술을 구비해놓는 등 한껏 높아진 중국의 영화 제작 역량 덕분에 개성미 넘치며 상품성이 뛰어난 콘텐츠가 그와 결합하게 될 경우, 세계 시장에서 통하게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았노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짐직하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작품만큼은 요란한 중국내 기록과는 달리 단순히 기술적 우위를 드러내며 성공 가능성만을 확인시켜 준 사례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요괴 캐릭터는 앞서도 언급했듯 광고를 통해 많이 접해오던 것들과 흡사할 정도로 개성이 부족해 보이고, 반면 애니메이션의 움직임은 할리우드의 그것 자체일 만큼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듯싶으나 여기에 참신한 콘텐츠보다는 예의 그 진부하기 짝이없는 중국식 무술이 결합되다 보니, 결국 그다지 새롭지 않은 단순한 이야기 얼개와 함께 얼기설기 짜놓은 그저그런 색깔 없는 작품이 된 게 아닐까 싶다.

 

 

감독  라멘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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