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운동은 하루 중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다

새 날 2016. 5. 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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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을 벗어난 지 두 달이 됐다. 비단 운동이 아니더라도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닌 이상 뭐든 꾸준히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노릇이다. 내가 얼마 전까지 헬스장을 꾸준히 다녔던 것도 다름아닌 이러한 연유 때문이다. 즉, 어떤 작업이든 습관화하여 몸에 체화시키는 과정이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임은 두 말 하면 잔소리일 테다. 그와 관련하여 무언가 적절한 수단은 필요악이다. 결국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나가게 된다는 헬스장이라는 매개를 통해 억지로 길들여지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했다. 

 

두 달 전 헬스장을 그만두면서 우려했던 대목도 다름아닌 이 지점에 있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운동은 비용이 전혀 들지 않아 여차하면 이를 빼먹더라도 당장의 손실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 때문에 운동을 꾸준하게 유지 가능할지의 여부가 헬스장 탈출 및 나름의 운동 습관화 프로젝트에 있어 가장 큰 변수였다. 의지와 관련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일단 한 달을 무사히 넘겼고, 어느덧 두 달이 지났다. 시간은 언제나 전광석화와 같이 빠르다. 다행히 운동을 멈추지는 않았다. 오히려 초기보다 여러모로 발전하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나름 뿌듯해하던 찰나다.

 

ⓒ머니위크

 

그다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일상이건만, 그렇다면 난 왜 이토록 이에 집착하는 걸까? 지금처럼 굳이 이의 흔적을 포스팅으로 남겨놓는 이유는 나태해질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나 스스로를 자극하려 함이다. 실내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다가 바깥으로 나와 걷고 뛰다 보니 발바닥에 닿는 접촉면의 질감이 전혀 색다르게 와닿고, 온몸으로 전해지는 물리적인 충격의 강도가 기계장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다가온다. 그러다 보니 적어도 한 달 가량은 이에 단련하느라 몸이 무척 고달팠던 기억이 있다. 자세가 조금만 어긋나거나 속도를 빠르게 할 경우 여지없이 몸에 이상이 생기곤 했는데, 이도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였다.

 

예전에는 걷고 뛰는 일을 그저 가벼운 일상 중 하나로 받아들이며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근래엔 180도 바뀌었다. 천변 산책로에서 매일 걷고 뛰다 보니 툭하면 십자인대에 무리가 가게 되어 통증이 오거나 발등 윗부분에 힘이 너무 들어가는 바람에 특정 부위가 아파오곤 했다. 걷거나 뛰는 일만으로도 허리가 아플 수 있음은 내게는 진정 새로운 경험이었다. 잘못된 자세로 오랜 시간 움직이다 보니 그로 인한 후유증을 유발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운동을 한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온몸이 온통 욱신거리는 현상 때문에 내가 살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운동을 하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몸이 환경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가장 편안하고 익숙한 자세를 갖추기 시작했고, 몸도 한결 가벼워져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걷거나 뛰고 나면 다리 근육들이 일제히 놀라곤 했는데, 이제는 그러한 현상마저 깨끗이 사라졌다. 현재는 전체 코스 중 절반 가량을 걷고, 나머지 절반 가량을 뛰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물론 무 자르듯 정확하게 측정한 건 아니고 대충 그렇다는 얘기다.

 

러닝머신 위에서 뛸 때면 왠지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경우가 많았다. 힘에 부치는 탓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산책로에서 뛰는 동안에는 그러한 현상을 느낄 여지가 없다. 지루할 틈이 없는 데다, 시시때때로 불어오는 바람과 주변 요소로부터 적절한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헬스장을 다니는 동안에는 정말 마지 못해 운동을 하던 참이었는데, 산책로로 장소를 옮기기 시작한 뒤로는 적어도 하기 싫어 억지로 나서는 상황은 피하게 된 것 같다. 아니 되레 운동 시간이 기다려지곤 하여 나 스스로도 놀랍다.

 

그랬다. 헬스장을 벗어난 지 두 달만에 이젠 나만의 운동 방식에 몸이 제법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하여 단순히 익숙해지고 습관화된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운동량도 제법 늘었기 때문이다. 초기에 6킬로미터 정도에 불과했던 걷고 뛰던 거리가 어느덧 8킬로미터에 육박하고 있다. 물론 운동량이 늘었다고 하여 특별히 더 피곤하거나 몸이 고달프다는 신호를 보내오지도 않는다. 이쯤되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나름 진화에 성공한 셈이 아닐까?

 

 

물론 운동을 방해하는 요소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니 수많은 사람들이 산책로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워낙 다양한 부류의 불특정다수가 오가다 보니 예측 불허의 상황이 간혹 벌어지곤 한다. 가끔은 산책 나온 반려견 때문에 곤혹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날씨나 대기 상태도 주요 변수 중 하나다. 특히 근래엔 미세먼지가 너무 심한 탓에 더욱 신경이 쓰이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 시각 조용한 산책로를 열심히 걷고 뛰다 우연찮게 먼발치를 바라보게 될 경우, 가로등 불빛이며 주변 건물로부터 새어 나오는 형형색색의 빛이 하늘과 어우러지며 왠지 초저녁이나 새벽녘의 어스름한 분위기의 빛깔을 연출하곤 하는데, 신기하게도 이 느낌이 내겐 너무 좋았다. 그럴 때마다 무언가 묘한 기분이 들며 감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곤 하기 때문이다. 이때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머니위크'의 기사에 따르면, 조깅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한다고 한다. 직접 경험해 보니 충분히 가능한 얘기일 것도 같다.

 

운동을 습관화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운동을 하루 24시간 중 오롯이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면, 하루 한 시간 가량의 투자가 그렇게 어려운 일만도 아니다. 난 오늘도 걷고 뛸 참이다. 적어도 이 때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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