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헬스장 벗어난 지 한 달, 어떤 변화 있었나

새 날 2016. 4. 2. 12:44
반응형

뜻하지 않은 계기로 인해 10년 동안 다니던 헬스장을 그만두었노라는 포스팅(기계에 길들여진 우리 몸, 극복할 수 있을까?)을 얼마 전 남긴 적이 있다. 그로부터 정확히 한 달이 지났다. 워낙 유리몸인 데다, 운동신경마저 유달리 떨어지는 편이라, 아니 그보다는 현실적으로 몸을 쓰는 일이 영 맞지도 않거니와 좋아하지도 않는 탓에 남들만큼 거창하게 하지는 못하나, 어쨌든 헬스장을 통해 몹시도 하기 싫어하던 생활속 운동을 습관화하는 데 나름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편이다. 그동안 헬스가 내게 맞는 운동인지에 대한 고민이나 고찰 따위 없이 의무적으로 다녔던 경향이 크다. 

 

물론 헬스장을 떠나면서 다소 간의 두려움이 없었다면 이 또한 거짓말일 테다. 그동안 쭉 학원을 다니며 학습을 해 오던 학생이 어느날 갑자기 저 혼자 공부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의 심리와 비슷하다면 이해가 되려나? 헬스장이라는 매개 없이 꾸준한 운동을 지속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내겐 가장 큰 관건이었다. 한 달이 지난 시점,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쿠키뉴스

 

습관은 무서웠다. 헬스장에서의 10년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던 셈이다. 다행히 동네 천변에 형성된 산책로에서의 걷기와 뛰기 운동을 멈춤 없이 지속할 수 있었다. 이 정도라면 비단 헬스장이 아니더라도 얼마든 운동이 가능하다는 자신감 하나만큼은 확실히 챙긴 느낌이다. 아울러 내게 가장 큰 관심사이기도 했던, 기계에 의존하다시피 하던 몸에도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점 역시 커다란 수확이다.

 

우선 산책로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걷거나 뛰는 와중에도 난 헬스장의 러닝머신을 이용하던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에 나도 모르는 사이 몸을 러닝머신 속도에 맞추곤 했는데, 적어도 그 기계적인 느낌으로부터는 벗어났음이 확실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나의 몸은 무수한 변화를 겪으며 베타테스터가 되어야 했지만 말이다. 러닝머신의 그 평탄하고 고른 바닥이 아닌, 거리와 산책로를 잇따라 걷다 보면 각기 다른 재질과 고르지 못한 면을 접해야 하고, 아주 심하지는 않더라도 때로는 오르내림의 경사 따위와도 만나야 한다. 기계에 길들여진 몸은 수많은 외적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처음엔 바닥으로부터 전해지는 물리적인 충격이 크게 다가와 몸이 고달프다며 아우성이었다.

 

 

발바닥도 발바닥이지만, 바닥의 충격은 온몸을 지나 정신 상태마저 혼미하게 만들 정도였다. 분명 몸살은 아니나 몸살 이상의 고단함 따위가 매일 흔적으로 남아있곤 했다. 더구나 처음엔 러닝머신에서 일정 시간 분량만큼 뛰던 습관을 그대로 따르느라 비슷한 분량의 시간을 열심히 뛰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러닝머신 상에서의 시간과 실제 산책로에서의 그것을 동일한 운동 효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실제로 뛰고 걷는 게 훨씬 힘든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며칠이 지나고 난 뒤 몸이 먼저 반응을 보여 오길래 난 뛰는 시간과 구간을 조금씩 조절해 본다.

 

걷거나 뛸 때의 자세도 만만치 않다. 조금 과하거나 약간 어긋난 자세만으로도 몸에서는 연신 신호를 보내오기 일쑤이다. 결국 이런 저런 시도 끝에 나의 몸에 가장 최적일 법한 자세를 조금씩 찾아갈 수 있었다. 그렇다. 내 몸은 어느덧 헬스장에서의 틀에서 벗어나 나만의 운동법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헬스장으로부터 벗어나던 당시만 해도 기대감과 두려운 감정이 교차했었는데, 일단 두려움을 떨쳐냈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더구나 헬스장에서는 결코 즐길 수 없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헬스장의 좁은 공간에서는 예의 그 퀘퀘하고 땀냄새 절은 공기로 인해 늘 답답함을 호소해야 했지만, 탁 트인 산책로에서의 그것은 헬스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쾌적하다. 야심한 시각 조명빛이 곱게 내려앉은, 나름 조용한 산책로를 걷고 있노라면, 어느새 답답했던 안구마저도 덩달아 정화되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근력 단련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방바닥 내지 방구석 단련법을 주로 활용한다. 구체적으로는 윗몸일으키기 등의 맨몸운동을 축으로 하고, 아령 정도의 가벼운 도구를 살짝 더하는 방식이다. 물론 목숨 걸고 할 만큼 나의 근육이나 몸상태 아울러 정신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까닭에 헬스장을 다니던 때라고 하여 지금의 방바닥 내지 방구석 패턴과 비교하여 그다지 더 나았다고 볼 수도 없다. 결론적으로 헬스장 내의 기구를 온전하게 활용하지 못해 왔던 내겐 방바닥에서의 간단한 운동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끝으로 한 달 동안 내가 매일 걷고 뛰던 산책로의 환경은 어떠한지 몹시도 궁금하던 찰나 '엔도몬도'라는 휴대폰 앱을 이용, 해당 구간을 측정해 보았다. 대략 매일 한 시간 가량을 뛰고 걸었으며, 거리로는 5킬로미터가 약간 넘는 구간이다. 물론 운동을 자꾸만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해당 거리가 짧게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리 될 경우 몸을 다시금 해당 환경에 자연스레 맞추면 될 일이다. 체중은 변화가 없었으며, 몸 상태 역시 헬스장을 다니던 당시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비록 한 달밖에 안 되었으나 지금까지의 성과라면 나의 몸은 어느덧 헬스장과 그곳의 기계적인 환경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