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4.13 총선, 청년 스스로가 쏘아올린 희망

새 날 2016. 4. 1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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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포스팅인 정치 참여를 통해 삶의 토대를 바꾸자던 일성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2016년 병신년의 첫발을 뗀 지도 벌써 한 분기가 훌쩍 지나버렸다. 세월은 이토록 무심히 흘러만 간다. 당시 포스팅에서는 주 타깃에 대해 구체적으로 콕 집어 언급한 건 아니지만, 사실상 청년 계층이었음을 애써 숨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 시대정신과 사회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우리 청년 계층은 그동안 이를 외면해온 경향이 전혀 없지 않던 터라 사회 일각으로부터 늘 성토의 대상이 되곤 해왔다. 물론 안쓰럽다.

 

선거 때마다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건 언제나 2,30대 젊은 세대였다. 51% 대 48%의 불균등한 균형 따위는 이들 청년 세대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로 얼마든 뒤집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작 그렇지 못한 결과 때문에 언제나 진한 아쉬움을 남기곤 했다. 어느덧 국민들은 패배감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한 두번도 아니고 매번 비슷한 결과로 이어지다 보니,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때문에 이번 20대 총선 역시 모두가 비슷한 결과를 예측해야 했다. 더구나 야당의 분열은 분명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었다.

 

ⓒSBS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고 보니 결과는 놀라웠다.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은 49,4%에 달한다. 28.1%였던 18대와 41.5%였던 19대에 비하면, 그야말로 반전에 가까운 수치다. 30대라고 하여 크게 다르지 않다. 49.5%의 투표율로 앞선 총선에서의 그것을 훌쩍 넘어선다. 13일 저녁 투표 결과가 속속 전해지는 동안 야당의 승리가 점쳐졌던 탓인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20대를 욕하지 말라는 반 우스개의 글이 회자되고 있었다. 그들 스스로도 현재의 정치 구도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노라는 방증이다. 썩 나쁘지 않은 반응이다.

 

비례대표 정당득표율에 있어 야당이 획득한 표는 이들 젊은 계층의 영향력이 압도적이었음을 입증한다. 20대의 76%, 30대의 79.5%, 40대의 72.9%가 집권 여당이 아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그리고 정의당 등 야권 성향의 정당에 표를 던졌다. 이쯤되면 몰표라 할 만하다. 결국 이번 선거 결과 야당의 압승은 젊은 계층의 높은 투표율이 견인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20대 총선 승리의 일등공신은 다름아닌 청년 계층이었던 셈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정작 투표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현실의 어려움을 입으로만 성토하며 술자리에서 쓰디 쓴 술을 입 안에 연거푸 털어넣고 백날 욕지기를 남발해오던 게 그저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을 테니, 결국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스스로 걷어차온 셈이기에, 그동안 자신들에게 되돌아오는 건 더욱 고달퍼질 앞날과 쓴 알콜의 흔적이 다였을 테다. 작금의 청년들은 어려운 현실에 대해 헬조선이라 부르짖으며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막막함에 대해 자조 섞인 반응을 드러내놓곤 해왔다. 청년 실업 문제는 그들의 삶의 질을 형편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셈이니 이후의 삶은 더욱 엉망이 될 테고, 미래에 대한 희망 따위는 이들에겐 사치로만 다가올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여당은 온갖 감언이설을 섞어가며 노동관련법만 개정되면 마치 청년 실업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거짓말을 늘어놓은 채 야당을 압박해왔다. 그 와중에 미래 권력 재편의 밑그림을 그리고자 니편 내편 편가르기 행위 따위도 결코 잊지 않는, 매우 주도면밀한 모습 일색이다. 한 마디로 국민, 아니 청년 계층의 고민이나 안위에는 관심조차 없으며, 이러한 문제들은 오로지 권력 유지의 수단에 불과함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그 어느 때보다 열악하고 위급한 상황에 처한 청년들이 이러한 세태에 대해 위기 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면 외려 그게 이상하다. 스스로의 처지에 대해 한탄과 자조만 늘어놓고 있을 뿐, 현실의 고단함을 변화시킬 수 있는 희망을 그동안 단 한 차례도 맛보지 못했던 그들이거늘, 다른 세대들이 그러하듯 이번 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끝모를 패배감에 젖어들었으리라 짐작된다. 언론이 선거 이전에 내놓은 뜨악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며, 암담함 속으로 몰아넣는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청년들 스스로 서로를 위로해가며 투표장에서 자신들의 분노를 폭발시킬 것을 독려하고 나섰다. 물론 이러한 모습은 앞선 선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던 장면이긴 하다. 하지만 결과는 판이했다. 청년 계층의 분노가 한 표 행사라는 형태로 일제히 폭발한 것이다.

 

ⓒ머니투데이

 

이번 총선을 통해 국회를 여소야대 국면으로 만든 사실도 놀랍지만, 그보다는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 형국이었던 정치 지형을 청년들의 권리 행사로 올곧게 세웠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18일 리얼미터의 총선직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지지율이 창당 이후 처음으로 새누리당을 앞섰다는 소식이다. 청년들의 시대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오늘날 이러한 결과를 빚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야권 내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대권과 관련한 불협화음이 불거지는 등 한층 복잡해진 역학 구도로 인해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건 여전히 경계의 대상이다. 제발 민심을 올바로 읽고, 올곧은 정치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오늘날의 결과가 무엇보다 반가운 건, 이제껏 아무리 노력해 봐도 세상을 바꿀 수 없을 것이라며 자괴감과 패배감에 젖어들었던 세대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 행사를 통해 비로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노라는 희망을 쏘았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십수 년 내엔 결코 맛볼 수 없었던 놀라운 결과 앞에서 대중의 정치 참여가 삶의 토대마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소중한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음직하다. 이번 선거 결과가 우리에게 주는 놀라운 교훈이다.

 

불의한 정권과 그의 꼭두각시 노릇을 일삼아온 언론에 의해 공감 능력을 거세 당한 우리 사회에 다시금 세월호와 관련한 진실을 밝히게 할 불씨를 되살리게 하고,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 따위의 말도 안 되는 정책에도 제동을 걸 수 있는 힘을 싣게 해준 건 다름아닌 우리 청년 세대들이다. 이들에게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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