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새해 소망, 정치 참여로 삶의 토대를 바꾸자

새 날 2016. 1. 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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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병신년 새날이 밝았다. 우린 새해가 시작되면 으레 덕담과 희망을 노래하곤 한다. 나라고 하여 다를까? 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새해 소망과 꿈 따위를 말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다. 그러나 올해를 맞이하는 사회 각계의 반응을 살펴 보니 기대와는 짐짓 다른 듯싶다. 고단한 일상을 잠시 뒤로 하고 새해 해맞이를 위해 저마다 바다로 산으로 발길을 옮긴 수많은 인파들의 새해 소망을 바라는 모습을 비추는 것을 제외하곤 온통 우울한 전망 일색인 탓이다.

 

"취업난 20대, 은퇴기 50대, 먹고살기 더 팍팍해졌다" "뼛속부터 디지털, 그러나 가장 우울한 10대" "웃음기 사라진 한국인, 공동체 깨진 불행사회".. 새해 첫날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는 기사 제목이다. 흡사 중국발 스모그로 인해 미세먼지 가득한 근래의 한반도 하늘처럼 온통 잿빛 투성이다. 그래도 병신년 새해 첫날인데, 아울러 비록 바람에 그칠지라도 통상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예년 같았으면 긍정적인 전망이 주류를 이룰 법도 한데, 어쩌다가 새해 소망을 전하기보다 되레 올 한 해의 삶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고단해질 것임을 강력하게 암시하고 있는 걸까.

 

ⓒ아시아경제

 

우리의 삶은 갈수록 피곤해지고 있다. 관련 지표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은 두드러진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피로도가 어느 특정 세대와 계층에만 국한된 게 아닌 모든 세대가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지난해 말 스마트행복포럼이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이를 조사한 5년 이래 최저 수준이란다. 10점 만점에 5.46점을 기록했다. 아울러 갤럽의 2014년 웰빙지수 역시 전년보다 42계단이나 떨어진 117위에 랭크됐다. OECD가 발표한 '2015 더 나은 삶의 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34개 회원국 중 고작 27위에 머문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인의 행복감은 극히 낮게 평가되고 있다. 

 

한편, 행복감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더라도 그에 일정 정도의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물질적 풍요와 관련한 지표도 공개됐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의 '2015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와 50대의 빈곤율이 가장 많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의 빈곤율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66세 이상의 빈곤율이 61.4%로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이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OECD 부동의 1위라는 사실을 재차 각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대의 빈곤율은 2013년 10.5%에서 2014년 11.0%로, 30대는 8.6%에서 8.9%로, 50대는 14.5%에서 14.9%로 각각 상승했다.

 

그렇다면 10대는 어떨까? 행복할까? 언론보도에 따르면 인류 역사상 가장 ‘우울한 세대’가 바로 그들이란다. 한 매체는 이들에게 'K세대'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영화 헝거게임의 주인공 '캣니스'로부터 따온 이니셜이란다. 이들은 미래로부터 희망을 찾지 못한 탓에 회의감이 짙게 배어 있고, 이로 인한 불만이 기성세대와 사회를 향한다. 자신들의 부모세대이기도 한 기성세대를 적대시하거나 사회에 대한 불신이 짙으며, 초라한 미래를 살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안고 사는 세대다. 실제로 한 매체가 고교 2년생을 대상으로 한 신뢰도 조사에서는 정부 6.8%, 정치권 5.4%, 언론 12.4%로 나타났으며, 상대적으로 가장 믿을 만한 매체를 SNS으로 꼽고 있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신용등급이 역대 최고라며 작금의 경제 상황이 위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심지어 혼란을 야기하는 불순세력은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윽박지르기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IMF 구제 금융을 지원 받았던 외환위기 직전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신용등급은 최고였으며, 정부 역시 문제될 게 전혀 없다고 앵무새와 같은 말만 되풀이한 기억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새해 첫날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겠노라며 국민 앞에 호기롭게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의 국민소득은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고, 끝없이 증가하던 1인당 부채는 어느덧 소득마저 앞지르며 3만 달러를 돌파했다.

 

부의 편중에 따른 양극화의 후유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가와 대기업은 지금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기업소득과 개인소득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며 개인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중산층? 대한민국 사회에 과연 중간지대라는 게 존재하던가? 계층간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가 끊긴 지는 이미 오래이며, 오로지 부자와 빈자만이 존재할 뿐이다. 국민소득이 얼마를 달성하고 세계 몇 대 기업에 우리 기업이 이름을 올린다고 한들 정작 우리 자신이 잘 살지 못하고 있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우리의 삶은 시간이 지날수록 되레 팍팍해지고 있는데?

 

하지만 이러한 현실보다 우리를 더욱 갑갑하게 만드는 건 미래로부터 희망을 찾을래야 도무지 찾을 수 없노라는 대목이 아닐까? N포세대로 전락해 버린 10대 20대에게는 내일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아 결국 자포자기 상태가 되거나, 헬조선이니 흙수저와 같은 자조 섞인 비하 표현을 남발하게 되고, 도무지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은 현실의 아픔을 또 다른 양태로 발현하게끔 사회가 자꾸만 조장한다. 중장년층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된 상황에서 대거 일자리를 잃고 있으며, 자영업이라는 막다른 무덤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기 일쑤다. 다수의 노년층은 빈곤에 허덕인 채 서글프면서도 우울한 황혼기를 보낸다.

 

지난해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로 혼용무도가 선정된 바 있다. 무능한 지도자 탓에 세상이 온통 어지럽다는 의미이다. 다소 어려운 용어이지만, 그 의미로 볼 때 지극히 적확한 표현이 아니었는가 싶다. 그렇다면 비단 지도자만 그럴까? 국민의 의식 수준이 곧 정치인의 수준이듯 우리의 정치는 여전히 최악이다. 입으로는 민생을 떠들고들 있지만 실상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엄연히 따로 존재한다. 가진 자들을 위한 세상이다. 가뜩이나 부의 편중으로 인해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러한 구도를 영원히 굳히려는 치밀한 음모다.

 

ⓒ헤럴드경제

 

현재의 삶이 갑갑한가? 미래가 불투명해 불안한가? 그렇다면 부조리한 세상과 삶의 토대에 태클을 걸어 보는 건 어떨까? 올바른 방향으로 급선회시킬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나 정치 참여뿐이다. 시기적으로는 병신년 올해가 최적이다. 삶의 질과 향방을 가늠하게 될 굉장히 중요한 한 해다. 대략 3개월 후면 국민의 대표기관인 입법부에서 일할 일꾼들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아야 한다. 아울러 1년 여 후면 새로운 국가 지도자도 뽑아야 한다. 우리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만 한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줄줄이 예고되어 있는 셈이다.

 

우린 늘 삶이 어렵다며 토로하곤 한다. 정치인들이 썩었다며 하소연하기 일쑤다. 하지만 그뿐이다. 국민들과의 소통이라곤 전혀 없이 일방적인 정책과 외교로 온갖 무리수를 빚어 국격마저 추락시키는 모습을 바라보며 욕을 하고 세상이 어찌 이렇게 돌아갈 수 있느냐며 한탄하면서도 정작 자신에게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이를 걷어차는 그동안의 악습으로는 절대로 우리 스스로의 삶을 바꿀 수가 없다. 삶의 토대가 변하려면 먼저 정치부터 바뀌어야 한다. 아울러 정치가 변하려면 혼용무도를 야기하는 류의 인물이 아닌, 올곧은 사람이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에 신물이 나고 국가 이미지마저 급전직하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못마땅하다면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된 한 표 행사로 깡그리 바꿔 보자. 이참에 민의가 무엇인가를 몸소 보여주고 팍팍한 삶의 토대를 바꾸자. 새해 첫날 내가 바라는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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