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등골 핼러윈' 올바른 문화라 할 수 있나

새 날 2015. 10. 3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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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외 유학파 등 일부 계층에서만 볼 수 있었던 핼러윈 문화가 어느덧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앉은 모양새다. 국내에선 2000년대 초반 영어유치원 아이들에게 미국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소개하기 위한 행사로 시작됐던 핼러윈 축제, 최근 몇년 전부터는 이태원과 홍대, 강남 등의 클럽으로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하더니 이젠 호텔은 물론이거니와 지자체까지 직접 나서 핼러윈 축제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덜한 젊은 세대들에겐 어느덧 하나의 놀이문화이자 그들의 대표 문화로까지 자리 잡은 모양새다. 때문인지 호텔이나 클럽 등지에서 개최되는 핼러윈 파티에 참가하기 위해 의상 등 관련 용품을 구입하는 청춘들이 늘고 있단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지난 열흘간 핼러윈 소품 판매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9% 늘어나고, 여성용 핼러윈 의상 판매액은 24%, 아울러 사탕류 판매액은 무려 362%나 상승했단다. 유통업계에서는 핼러윈을 앞두고 예전엔 유치원 등에서 대량으로 캔디나 초콜릿을 구입하는 매출이 발생했다면, 최근들어선 연령대를 불문하고 핼러윈 장식품이나 관련 상품 구매가 급증하는 추세라며 작금의 확산 분위기를 귀띔한다.

 

JTBC 방송영상 캡쳐

 

물론 이러한 현상은 충분히 예견됐던 바다. 어느덧 국외 한국인 유학생 20만 시대를 맞아 해외 유학이나 여행 등 직접 해외 문화를 접하는 경우가 늘어난 데다, 어릴적 영어유치원 등에서 해당 문화를 간접적으로 접했던 이들이 성장하여 청년 세대를 이루고 있는 탓에 핼러윈 문화의 확산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문화에 익숙한 일부 젊은 계층을 제외한 다른 세대들에겐 여전히 낯설고 생경한 문화에 불과할지 몰라도 이유야 어찌됐든 과거에 비해 이쯤되면 가히 붐이라 할 만하다.

 

크리스마스나 밸런타인데이 등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굳건히 자리잡은 해외 문화 중 하나이기에 핼러윈이라고 하여 굳이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다문화 및 다원화를 지향하고 있지 않은가. 전혀 이질적인 이방인의 문화라 해도 이를 받아들여 우리식으로 승화한 채 가뜩이나 놀이문화가 부족한 청춘과 반드시 청춘이 아니더라도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적 현상으로 발전한다면 이를 마다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다. 때문에 비록 지금은 그들만의 리그라 불리며 호텔 바나 클럽 등지에서 핼러윈 분장을 한 채 파티를 즐기는 젊은이들에게 다소 좋지 않은 시각으로 이를 바라보는 등 문화적 격차가 존재할지는 몰라도 그렇다고 하여 그들에게 손가락질할 이유까지는 없다고 본다.



다만, 우리나라로 해당 문화가 유입돼 들어오면서 좋지 않은 방향으로 왜곡되는 현상에 대해선 경계해야 할 필요성이 엿보인다. 실은 벌써부터 그러한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비등했던 터다. 새로운 문화적 현상을 과도한 상술로 역이용하려는 행위는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한다.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등 무슨 기념일만 되면 그에 걸맞는 상품을 판매하고 이를 구입하느라 대한민국 사회는 온통 북새통이 되기 일쑤다. 기념일의 유래나 그 취지와는 상관없이 국적 불명의 기념일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제품에 대한 매출을 올리려는 상술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념일이 어느덧 해당 업체들의 특수로 자리잡은 셈이자 소비자들은 그들이 조성한 분위기에 종속되거나 혹은 휩쓸린 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쉽게 지갑을 연다.  

 

이러한 현상은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기 일쑤다. 그나마 성인들의 소비는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결과물이기에 특별히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고 보지만, 문제는 이러한 과소비 분위기가 아이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일 테다. 유치원에서 개최되는 핼러윈 파티에 관련 코스튬을 입혀 보내라는 가정통신문 한 장은 부모들을 고민에 빠뜨리게 만든다. 경쟁적으로 화려한 의상을 입혀 보내려는 현상 때문에 자신의 아이라고 하여 그에 맞추지 않을 수 없는 탓이다. 

 

ⓒ헤럴드경제

 

아이들 사이에선 이른바 '엘사 원피스'라 불리는 코스튬 의상이 대세인 터라 현재 이들 부모들에겐 때아닌 엘사 원피스 대란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단다. 이와 관련하여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수십만 원짜리부터 수백만 원에 이르는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연중 단 한 차례 벌어지는 행사에 불과하나 남들 앞에서 자신의 아이를 기죽지 않게 하기 위해 치러야 할 부모들의 대가는 혹독하다. '등골 핼러윈'이란 표현은 괜한 게 아니다.

 

국적 불명의 기념일이 사회에 어떤 폐해를 끼쳐 왔는지 우리는 그동안 몸소 체험해 왔다. 앞서도 언급했듯 외국의 문화라고 하여 무조건 배척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 포스팅을 남기려는 건 절대로 아니다. 정작 문제는 제아무리 좋은 의도와 취지라 해도 이를 이용하여 한 몫 단단히 벌어보겠노라는 상술이 개입하거나 이 틈을 이용하여 특수를 노려보겠다는 업자들이 판을 치는 현실 속에서, 그러한 분위기에 대한 비판 의식 없이, 때로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의도대로 휩쓸리게 된다면, 결국 여타의 기념일이 우리 사회에 빚어오던 좋지 않은 관행과 진배없게 되는 셈이자 악순환으로 자리잡을 공산이 커지지 않겠는가. 우리 사회가 핼러윈 문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라면, 이젠 상업적 의도가 배제된 우리식 문화로 체화할 수 있는 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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