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중국의 산아제한 해제 정책이 부러운 까닭

새 날 2015. 10. 3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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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지난 1980년부터 시행해온 한 가구에 한 자녀만 갖도록 한 산아 제한 정책을 전면 폐기키로 하고 모든 부부에게 자녀 2명을 낳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해당 정책은 이르면 올해 말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갑자기 왜 이렇듯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만한 획기적인 정책을 꺼내든 것일까? 35년 동안이나 고수해온 '한 자녀 정책'의 폐기 배경엔 심각한 저출산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와 급속한 노령화라는 사회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2014년 중국의 합계 출산율은 1.43명이다. 이는 저출산 기준인 1.3명에 상당히 근접한 수치다. 아울러 유엔에 따르면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2010년 1억6800만명에서 2030년 3억4500만명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중국은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 덕분에 고속 성장을 이뤄왔고, 경제 규모 또한 국제 수준으로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그러나 35년간 4억명의 인구 증가를 억제해온 산아제한 정책은, 2011년 정점을 찍은 중국의 생산가능인구를 이후 본격 내리막길로 접어들게 만드는 효과를 낳고 있고, 아울러 급속한 고령화와 성불균형 등의 사회문제까지 이에 더해지면서 획기적인 정책 전환, 즉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해지던 상황이다. 

 

ⓒ연합뉴스

 

중국이 처한 현실은 어찌 보면 우리와 판박이다. 물론 속내를 조금 깊이 들여다볼 경우 우리가 중국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긴 하지만 말이다. 합계 출산율 1.21명이라는 세계 최저 수준의 초저출산율은 오는 2016년이면 3704만명에 달하는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은 이후 급격히 줄어들어 우리나라를 노동력 부족 국가로 전락시킬 공산이 크고, 올해 국민 8명 중 한 명 꼴에 해당하는 662만명의 노인인구는 어느덧 2018년이면 전체 인구의 14% 이상에 해당하는 고령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도록 하고 있다. 우리에겐 사실상 저출산율과 고령화 문제는 당장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할 만하다. 

 

때문에 중국의 이번 산아 제한 정책 폐지에 더욱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비교적 단순한 정책 하나로 당장의 효과를 보게 될 중국이 한없이 부러운 입장이다. 물론 중국의 이러한 변화가 우리에게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파장이 미치긴 할 전망이다. 때문에 중국의 2자녀 정책 도입으로 인해 분유 등 유아용품을 제조하는 한국 기업들이 호재를 맞이하며 관련 기업의 주식이 급등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의 한 꼭지는 내심 반가우면서도 우리가 처한 현실과 대비되는 탓에 다른 한 편으로는 씁쓸한 측면도 엿보인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우리 역시 중국보다 이른 시점에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가까운 미래에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란 사실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여 시행해왔다. 하지만 10년 동안 100조원이 넘게 투입된 정부 정책은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출산율이 높아지기보다 되레 낮아져가는 추세다. 이에 정부가 최근 후속 대책을 마련하여 발표했지만, 이 역시 근원적인 문제 해결보다 보육료 지원을 통한 육아부담 덜어주기에 방점이 찍혔던 앞선 정책에 살만 조금 더 붙였을 뿐 결코 달라지지 않은 탓에 젊은 세대들로부터 냉소적인 비판만 불러온 바 있다.

 

새누리당 역시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비판을 가하며 획기적인 방안이랍시고 '학제 개편'이란 화두를 꺼내들었으나 이 또한 교육 영역에서 그 자체에 대한 검토가 별도로 필요한 사안일지는 몰라도 애시당초 저출산에 대한 해법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핵심으로부터 단단히 비껴가고 말았다. 덕분에 혹평을 들어야 했다.

 

ⓒ머니투데이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저출산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구조적 모순과 문제점들이 응집되어 발현되는 현상의 하나인 탓에 단순 대증 요법으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n포세대, 청년실업, 비정규직, 보육, 교육, 워킹맘... 이렇듯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무수한 문제점들이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채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희망을 찾을 수 없어 나타나는 극히 일부 현상 중 하나이다. 때문에 이 또한 청년들의 자기비하적 표현인 '헬조선' 현상과 같은 맥락 속에서 바라 봐야 할 이유이다. 즉 모든 세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희망과 미래가 사라진 사회에 대한 근본적이면서 뾰족한 해법이 제시되지 않는 이상 해당 현상은 오히려 심화돼가며 국가 전체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갈 개연성이 높다. 

 

그에 반해 중국은 산아제한을 푸는 1차원적인 아주 단순한 정책만으로도 당장의 저출산 재앙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물론 실질적인 효과 여부는 정책이 시행돼 봐야 알 수 있지만, 어쨌거나 우리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하지만 정작 그보다 더욱 부러운 대목은 따로 있다. 중국은 적어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이 우리 만큼 힘겹거나 버거운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눈치이며, 아울러 우리 세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미래 세대에게까지 전가시키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열망이 담긴 출산 포기 의사 없이 오히려 더 많이 낳고 싶어한다는 건 그래도 자신의 세대보다는 미래 세대가 분명 더 나을 것이라는 중국 사회에 대한 확신과 희망이 있다는 의미로 다가온다는 점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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