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색깔론으로 가둔 '국정화', 노림수는?

새 날 2015. 11. 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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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역사전쟁이란 거창한 별칭까지 얻어가며 명분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정부의 국정화 강행 논란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비단 국정화 확정 고시를 코앞에 두고 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국정화 이슈가 마치 블랙홀이라도 되는 양 모든 에너지들이 오로지 한 방향을 향해 수렴해가는 탓이다.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란 플래카드로부터 시작하여 '헬조선 현상 또한 현재의 역사교과서 탓'이라는 잇따른 집권세력의 얼토당토 않은 주장은 이번 역사전쟁의 서막에 불과했던 셈이다.

 

역사를 색깔론으로 덧씌운 채 종북몰이를 일삼던 이들은 급기야 국정화 반대 움직임마저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섬뜩한 주장까지 내놓고 말았다. 드디어 올 것이 온 셈이다. 교육부도 이러한 움직임에 힘을 보태며 국정화 강행에 안간힘을 쏟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국정교과서 홍보웹툰을 교육부 공식 페이스북에 게재한 걸로 봐선 국정화의 당위성에 대한 빈약한 논리 만회를 위해 무던히도 애쓴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물론 웹툰의 내용은 그들이 앞서 주장했던 국정화 강행 논리와 비교해 볼 때 대동소이하기에 큰 감흥 따위를 불러올 수 없는 데다 오히려 손발이 오글거리게 만들 정도의 유치한 표현 일색인 탓에 대중들로부터의 외면과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국정화를 강행한답시고 이제껏 밀어붙인 방식들은 죄다 무리수 일색이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다. 비단 역사라는 학문의 특성 따위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상식적인 수준의 생각과 판단을 지닌 이들이라면 어느 누가 보아도 뜬금없는 데다 어이없는 정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무리수에 맞대응하고 있는 학계나 시민단체, 야권 그리고 시민들의 고군분투가 괜시리 애처롭게 와닿을 정도이니, 이쯤되면 말 다한 셈 아닐까?

 

집권세력은 전가의 보도인 색깔론을 또 다시 꺼내들었다. 그것도 아주 독한 놈으로 말이다. 물론 논리적으로 볼 때엔 몹시 비약적이거나 허점 투성이란 사실을 한국 사회의 내로라하는 초 엘리트들이 모인 새누리당이라고 하여 이를 모를 리가 절대로 없다. 허나 저들에겐 그런 것 쯤은 전혀 대수롭지도 않은 눈치이다. 목표로 삼고 있는 지점이 명확한 탓이다. 아울러 작금의 색깔론이 그의 달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에도 여전히 변함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테다.

 

사실 현재 시점에서의 국정화 강행에 대한 여론은 그다지 좋지 못한 편이다. 하긴 그토록 엉성한 논리와 말도 되지 않는 무리수를 들고 나왔으니 국민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정화 추진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36%, 반대한다는 응답은 49%로 조사됐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갖은 노력에도 국정화 반대 여론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작금의 현상에 대해 먼발치에서 회심의 미소를 띤 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는 듯 말이다. 국정화 논란은 어느덧 저들이 짜놓은 견고한 종북 프레임에 갇힌 모양새가 됐으며, 이에 따라 대한민국은 또 다시 양 진영으로 갈린 채 명분없는 소모전에 휘말리고 있는 모양새다. 휴일의 도심은 국정화를 반대하는 측과 찬성하는 측의 집회와 시위로 온통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으며, 종북이라는 단어에 경기를 일으키는, 물론 배후가 있으리라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어버이연합 등의 군복 입고 색안경까지 두루 갖춘 일군의 집단이나 손주가 있을 법한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이 신비함이 느껴질 정도로 적재적소에 나타나 반대세력의 집회에 훼방을 놓는 등 일각에서 벌어지는 몰상식한 일들은 우리 사회에서는 어느덧 너무도 흔한 일상이 돼버렸다. 비극적인 일이다.

 

이쯤되면 보다 견고해진 프레임에 어쩔 수 없이 갇힌 채 사회 구성원 모두가 마치 꼭두각시처럼 저들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는 모양새가 아닌가 싶다. 현 집권세력이 참 몹쓸 집단이란 건 이런 모습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이념 논란은 우리 사회의 해묵은 갈등 요소이자 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결정적인 요인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저들일진대,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또 다시 이념갈등을 이용하고 나섰으니 말이다. 참으로 비겁한 세력이 아닐 수 없다.

 

모두가 알다시피 종북 프레임은 논리나 상식 따위와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다. 이로 덧씌우게 될 경우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들 세력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건재하다. 국정화 강행으로 인해 현재 여론에서는 다소 밀리더라도 자신들의 지지 기반으로부터는 오히려 더욱 강력한 지지세를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종북 프레임은 탁월한 효험이 있는 데다 매력적인 요소이기까지 하다. 즉 저들이 종북 프레임을 들고 나온 배경엔 국정화 논란을 이념 논쟁으로 발전시켜 한쪽에선 양 진영 간 싸움을 붙이도록 멍석을 깔아놓은 채 다른 한쪽으로는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는 셈이다. 국정화 반대 여론은 날로 증가하는데 반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음이 이와 같은 현상을 입증한다.

 

ⓒ노컷뉴스

 

한국갤럽의 10월 넷째 주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4%로 지난주 대비 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즉 대략 40% 정도에 이르는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 만큼은 저들에게 있어선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조차 전혀 흔들림이 없도록 지지 기반을 단속해야 하는 건 저들의 중요한 몫이자 사명이기도 하다. 결국 작금의 국정화 색깔론에는 국정화 강행으로부터 잃은 민심을 보수세력 결집이라는 효과를 통해 만회해 보려는 속셈이 깔려 있으며, 당장의 국정화 논란보다는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까지 염두에 둔 치밀한 전략으로부터 비롯됐음직하다. 즉 지금은 반대 여론이 비등하고 온통 욕을 얻어먹고 있는 상황이지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절로 잠잠해질 국정화 논란보다는 차라리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누림으로써 국정화 이후를 대비하겠노라는 보다 장기적이면서도 주도면밀한 포석으로 읽힌다.

 

또 다시 저들이 짜놓은 프레임에 갇힌 야당, 과연 이를 헤쳐나갈 전략이 마련되어 있긴 한 것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화 강행에 따른 심판은 결국 작금의 투쟁 방식과는 별개로 차기 총선의 결과를 통해 발현시켜야 할 상황인데, 야당은 집권세력이 짜놓은 프레임을 과감하게 떨쳐내고 자신들만의 고유 전략을 통해 이러한 국민의 여망을 모두 담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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