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중소-벤처 주식 양도세율 인상, 허울뿐인 창조경제

새 날 2015. 9. 2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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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발표된 2015년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 중소-벤처기업 대주주에 부과되는 주식 양도소득세율을 현행 10%에서 20%로 100% 상향, 대기업과 같은 수준으로 맞출 것이라고 한다. 이는 23일 기획재정부와 언론사를 통해 확인된 내용이다. 주식 양도소득세란 투자자의 주식 처분 차익에 부과되는 세금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이의 세율을 대기업 수준으로 올리게 될 경우 어떤 현상이 빚어질까?  당장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 매리트가 줄어들어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가 끊길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유망한 벤처기업의 투자 유인 감소로 이어져 최악의 경우 자칫 해당업계 전체를 고사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안이다.

 

창조경제를 외치며 세계 1등 강소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겠노라는 정부의 공언과 함께 각종 지원이 줄을 잇고 있는 마당에 이러한 결과는 최근 무르익고 있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당장 벤처기업협회가 뿔이 난 상황이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최근 정부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벤처 활성화 정책과 상충한다며 한국의 열악한 중소-벤처 생태계를 고려하면 양도소득세 과세 강화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완강하다. 양도소득 과세 정상화 차원에서 주식 과세 범위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이에 아랑곳하지 않겠노라는 분위기이다.

 

ⓒ한국일보

 

언론에 따르면 이번 정부가 창조경제를 화두로 꺼내든 이후 벤처기업 수는 이미 3만개를 넘어섰고, 벤처캐피털 신규 기업투자도 1조 6천5백억 원의 수준에 육박할 만큼 크게 성장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결국 정부가 창조경제를 화두로 꺼내들고 각종 지원을 통해 벤처업계의 파이를 키워놓더니 일정 규모에 이르자 이들로부터 세금을 거두어들이겠노라는 발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부가 말하는 창조경제의 의미란 혹시 이런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갑갑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사내 유보금을 잔뜩 쌓아놓고 있는 대기업은 놔둔 채 또 다시 서민, 그리고 중소업체들의 호주머니만 털겠다는 심산 아닌가.

 

이러한 정부의 정책 기조는 근래 좋지 않은 조짐으로 나타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MIT대학 선정,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업에 대한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두 기업이 랭크돼 있던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이 발간하는 MIT테크놀러지리뷰의 세계 50대 혁신기업 명단에 올해엔 단 한 곳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참고로 최근 5년간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LG전자가 이곳에 이름을 올린 바 있으며,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2012년 이래 지난해까지 연거푸 순위권 안에 들었던 터라 올해의 빈손 성과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가 고갈돼가고 있는 현실을 일정 부분 반영하는 결과로 받아들여져 못내 씁쓸하다. 이 보고서는 일반적인 회사의 평가 방식과는 달리 오로지 세상을 바꿀 만한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혁신을 이뤘는가 따위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경우 10위 이내에만 4곳, 전체적으로는 모두 15개의 기업이 포진해 있어 우리와는 좋은 대조를 보인다. 이 결과만 놓고 보자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기술적으로 중국에 종속될 공산이 크다는 의미가 된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하지만, 엄연한 현실속 결과인 터라 더욱 섬뜩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지 못한 채 우리 경제가 이대로 주저앉게 될 경우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경제 전문가들의 잇단 경고는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니다. 올 성장률만 해도 2% 초반대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고,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던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화두로 꺼내든 창조경제 내지 혁신은, 비록 이를 두고 각종 논란이 끊임없이 야기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지극히 시의적절했던 것이라 판단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후가 아닐까?

 

ⓒ세계일보

 

창조경제를 부르짖으며 21조원이란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전국 곳곳에 설립하는 등 눈에 보이는 형태의 지원은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정작 번듯한 하드웨어를 채우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형편이 없는 데다 조악하기 그지 없는 탓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장 17명 중 11자리가 지역 연고가 있는 대기업 출신이라는 사실은 애초 창조경제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 결과다. 아울러 투자자들을 유인하여 벤처 업계 생태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을 외면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은 제대로 된 혁신기업이 탄생하기 위해선 화려한 혁신센터 따위의 건립이 아닌, 이렇듯 세제 혜택처럼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적인 환경과 제도 등이 제대로 갖춰져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각종 지원과 혜택 덕분에 얻은 이득을 사내 유보금으로 수백조원씩 쌓아둔 채 정작 청년실업 등의 사회문제에 대해선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고 혁신과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대기업들에 대해선 여전히 각종 보호막을 통해 보호해주며 또 다시 만만한 중소-벤처기업들만을 겨냥하고 나서겠다면 대통령과 정부가 끊임없이 떠들고 있는 창조경제, 혁신은 절로 이뤄지기라도 한다는 걸까? 아울러 경직된 사회 분위기와 함께 이런 눈에 보일 정도로 빤한 엉터리 정부 정책들이 봇물을 이루다간 미래 성장 동력의 발굴은커녕 우리 경제가 일본의 장기불황보다 더욱 심각한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싶어 심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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