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늙어가는 한국, 노인이 불행한 사회는 재앙이다

새 날 2015. 10. 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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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에서는 80세 이상 노인 인구가 이미 천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이렇듯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건 비단 일본뿐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조류라고 하여 놀라움을 자아내게 한다. 세계보건기구가 펴낸 '세계 노령화와 보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 걸쳐 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란다. 그 이유는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의학 발전과 생활수준 향상, 출산율 저하 현상이 공통적으로 빚어지면서 평균수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볼 경우 5년후인 2020년이면 60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5살 이하 어린이 인구보다 많게 되며, 2050년에는 60세 이상 인구가 현재의 2배 이상인 20억 명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10명 중 4명 이상이 노인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한국(41.5%)과 일본(42.5%)은 그중에서도 최고의 노인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헤럴드경제

 

이런 상황에서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현재 모습은 타산지석이 됐든 아니면 반면교사가 됐든 여러모로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일본 또한 최근 노인과 관련한 사안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추세란다. 연금만으로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늘고 은퇴 이후 궁핍에 시달리며 생활보호대상 수준의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이른바 '하류 노인'이라 일컫는 신조어까지 등장, 장수가 축복이 아닌 공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양상이란다.

 

실제로 올 3월 기준 생활보호 대상자 162만 세대 중 절반 가까이는 65살 이상 노인들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며, 이러한 현실보다 더욱 암울하게 다가오는 건 막대한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일본 정부가 연금과 건강 보험 혜택을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 노후 붕괴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일 테다. 우리 역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여건 탓에 이를 닮아가는 추세인 터라 적잖이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2013년 48.1%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OECD 평균인 12.7%보다 4배가량 높은 수치다. 그뿐만이 아니다. 노인 자살률 역시 인구 10만명당 64.2명으로 변함없는 세계 1위이다. 미국(14.5명)의 4.4배, 일본(17.9명)의 3.6배에 달한다. 자살률이 이토록 높은 건 몇 가지 요소를 놓고 볼 때 지극히 당연한 듯싶다. 가난한 노인이 부자 노인보다 우울감을 겪을 확률이 2.6배 높단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조사 결과, 소득 상위 20%인 노인 중 우울 증상을 가진 노인은 19.6%였지만, 소득 하위 20% 노인 가운데 우울 증상을 가진 노인은 50%로 조사됐다. 우울증의 유병률과 자살률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으리라 짐작된다.

 

 

아울러 효 사상의 퇴조로 인해 부모 봉양 문화가 사라지면서 자녀와 동거하는 노인은 20년 새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면 독거 노인은 큰 폭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이 국정감사 제출 자료와 '노인실태조사'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자녀와 동거하는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1994년 54.7%에서 2004년 38.6%, 2014년 28.4%로 줄곧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노인 독거 비율은 1994년 13.6%에서 2004년 20.6%, 지난해 23.0%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역시 우울증 및 자살률과 일정 정도의 관계가 있으리라 추측되는 대목이다.

 

올해 우리 사회의 노인 인구는 662만명으로 국민 8명 중 한 명꼴이다. 하지만 노인 10명 중 6명에 해당하는 이들은 공적 연금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단다. 그렇다고 하여 노인들이 양질의 일을 통해 소득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은 더더욱 어림없는 일일 테니, 노인 빈곤율이 50%에 육박하고 있는 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이를 OECD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우리의 노년 생활이 얼마나 위태토운 것인지 확연한 차이로 드러난다. 

 

OECD 국가의 노인가구 소득원은 59%가 공적연금 등 국가나 사회로부터의 소득이고, 근로소득은 24%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노인들은 소득 중 근로소득 비중이 63%이고, 공적 연금은 16.3%에 지나지 않는다. 보잘 것 없는 일자리를 통해 얻는 소득이 공적 연금보다 비중이 크다는 건 상대적으로 우리의 공적연금이 얼마나 형편없는 수준인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겠지만, 공적연금의 비중이 높을수록 빈곤 감소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가 괜한 게 아님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작금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겠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노인들이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할 테고, 물론 지금처럼 저급한 일자리가 아닌 양질의 일자리가 전제로 되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래야 실효를 거둘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아울러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등 정부의 공적연금 정책 강화를 통해 실질적인 노인 빈곤과 불평등 해소에 나서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선 재원 마련이 가장 급선무일 테지만, 당장 부자 감세 정책으로 사내 유보금만 잔뜩 쌓아놓고 있는 재벌이 그의 해법이자 대안이 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헤를드경제

 

작금의 시대를 관통해가는 대한민국의 모든 세대, 사실상 어렵지 않은 이들은 아무도 없다. 청년세대부터 노인세대까지 모두가 힘들다며 아우성이다. 하지만 특히 노년이 불행한 사회는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으며 건강한 사회라고 말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군에 속한다.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을 고령화사회, 14% 이상을 고령사회, 그리고 20% 이상을 초고령사회라고 할 때 우리는 2000년에 이미 고령화사회로 진입했고, 2018년이면 고령사회(14% 이상)로 들어설 예정이다. 불과 20년도 채 안 된 사이 노인 인구 비중이 두 배로 껑충 뛴 셈이다. 

 

이런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초고령화사회로 벌써부터 진입한 일본 사회가 이른바 '하류노인' 현상이라는 작금의 어려운 현실과 맞닥뜨리고 있듯, 그들보다 훨씬 열악한 처지에 놓인 우리이기에 그 이상의 고난과 고통은 예견된 수순에 불과할 뿐일 테다. 어느덧 가난한 노인국가가 되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예고된 재앙으로부터 파국을 맞지 않기 위해선 보다 치밀한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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