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김무성 사위 논란, 그에게 가족이란

새 날 2015. 9. 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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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둘째 사위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입니다. 관련 쟁점은 대체로 두 갈래로 나뉩니다. 15차례나 마약을 투약했음에도 불구하고 둘째 사위가 집행유예라는 낮은 양형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여당 대표이자 차기 대권 후보로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굳힌 김무성 대표의 지위와 관련한 일종의 봐주기 아닌가 하는 점과, 과거의 판결에 불과한 사실을 국정감사 첫날에, 그것도 '동아일보'라는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다는 건 결국 청와대나 사정라인이 이른바 '김무성 흔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하는 대목 두 가지입니다.

 

가만히 듣고 보니 그동안 워낙 권모술수가 난무해온 우리 정치판인지라 둘 모두의 가능성이 전혀 없노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 때문일까요? 전 굳이 정치적인 관점에서 말고, 다른 측면으로 이번 논란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사위 논란이 불거진 이후 김 대표의 언행을 보니 적잖은 문제점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김무성 대표는 10일 자신의 둘째 사위의 마약 투약 사실을 인정하며 기자들에게 "부모된 마음에 이 결혼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딸이 자신에게 판단을 맡겨달라 하여 결혼을 시키기로 한 것이다. 자식은 절대로 못 이긴다"고 말했습니다.

 

ⓒ미디어오늘

 

범죄자로 낙인 찍힌 사위를 의식하고 한 말일 것입니다. 즉 자신은 사위가 처음부터 못마땅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식인 딸이 하도 고집을 부린 탓에 마지 못해 결혼을 시켰다는 의미가 됩니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결과론적이며 계산적인 발언에 불과합니다. 둘째딸과 사위는 지난 8월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으며, 당시 사위가 모 기업체를 물려받기 위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고 언론에 알려진 바 있습니다. 어쨌거나 일단 사위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된 배경엔 자신보다 딸의 의지가 더 크게 작용했으니, 김 대표 자신에겐 잘못이 없다는 점을 굳이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미 자신과 한 가족이 된 사위 앞에서, 그가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히자마자 딸의 결혼을 애초부터 만류했었노라고 말하는 김 대표, 과연 적절한 대응일까요? 

 

혹여 김 대표의 언급이 모두 사실이라고 받아들여 봅시다. 아무리 그렇다손 쳐도 이를 굳이 입밖으로 꺼낸 채 가뜩이나 상처난 부위를 재차 후벼팔 필요성까지 있었을까 싶습니다. 작금의 상황은 어렵사리 형성된 가족이라는 울타리 밖으로 사위를 강제로 밀쳐내는 형국 아닐까요? 사위의 범죄 행위가 자신의 입신양명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하기라도 한 것일까요? 그래서 일찌감치 꼬리 자르기에 나선 셈?  그것도 가족을 상대로?



미안합니다만, 이 대목에서 잠깐 가정법을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위가 아닌 딸이 같은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렇다면 김 대표는 그땐 또 어떤 방식으로 대응했을까요?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마도 사위와 딸에 대한 대응이 사뭇 달랐겠지요? 물론 그렇다고 해도 문제이거니와 그렇지 않다 해도 문제임엔 틀림없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저라면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경우 이렇게 할 듯싶습니다. 사위가 비록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을 만큼 커다란 죄과를 지니고 있더라도, 가족이라는 이름의 끈끈한 인연을 맺은 이상, 적어도 장인 입장에서만큼은 그의 잘못을 모두 자신의 허물로 받아들인 채 사위를 감싸 안았을 것 같습니다. 사위 역시 가족의 일원임이 틀림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김 대표의 결혼 당시 이를 만류했었다는 발언은 지극히 비겁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유야 어떠하든 이미 결혼을 성사시켰다는 건 사위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셈이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가정이란 커뮤니티의 붕괴가 가속화되어가는 사회 분위기인데, 가족이란 아름다운 존재의 의미를 여당의 당 대표이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는 사람이 몸소 훼손하고 나서야 되겠는가 싶습니다. 사위를 흔히 백년손님 내지 백년지객이라 칭하며 한평생을 두고 늘 어려운 손님으로 맞이한다고 하더니, 아예 불청객으로 전락시키기라도 하겠다는 의미일까요?

 

ⓒ뉴시스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퀴리 부인은 일찍이 가족들이 맺어져 서로 하나가 되었다는 건, 정말 유일한 행복이라 말한 바 있습니다. 가족이야 말로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유일한 내 편이라 말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 대표에게 있어 가족이란 필요에 따라 내쳐버릴 수도 있는, 일종의 사업상 파트너와 같은 존재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때문에 전 다른 무엇보다 가족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킨 그의 언행 자체가 심히 못마땅하게 다가옵니다.

 

김 대표의 언행이 과연 어떠한 결과로 귀결될지는 앞으로 두고봐야 할 노릇입니다. 물론 이를 가늠해볼 만한 과거의 사례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당시 장인의 좌익 경력이 불거지자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뭐가 잘못됐습니까?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제가 대통령 자격이 있고 이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 그는 정적들의 온갖 음해와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끌어안는 정면 돌파를 시도했고, 가족 사랑의 힘은 결국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기적을 낳았습니다. 적어도 가족이란 이러한 존재여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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