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맘충' '노키즈존' 논란, 어떻게 봐야 하나

새 날 2015. 8. 1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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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KTX에 아이와 함께 탑승하면서 아이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자리를 양보 받은 엄마 때문에 하소연하던 한 여성의 글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더니, 모 언론사에 기사화됐다.   해당 기사에서 유독 눈에 띈 대목은 다름아닌 '맘충'이란 용어였다.  이는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온라인에서 닉네임을 만들 때 흔히 아이 이름을 앞에 쓰고, 뒤에 엄마라는 의미의 '맘'자를 붙여 오던 관행에 타인을 비하하거나 낮잡기 위해 사용되곤 하는 벌레라는 의미의 '충'자를 합친, 일종의 합성어다.  결국 '맘충'이란 용어는 매너 부족인 일부 엄마들을 비하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엄마라는 숭고한 이름이 어쩌다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 건지 씁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여기에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음식점이나 커피 전문점 등 이른바 '노키즈존'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잇따랐다.  언뜻 볼 때엔 전혀 별개의 사안이자 상관관계가 없을 듯한 '맘충'과 '노키즈존', 실은 그들의 탄생 배후에는 자식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근래 여건상 아이를 잘 낳지 않는 추세이다 보니 보통 한 가정에 자녀 하나를 두거나 많아야 둘을 낳아 키우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향한 부모의 애정이 간혹 과잉으로 흐르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부모들일수록 자신의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장난을 심하게 치거나 떠들어대도 아이의 기를 죽여선 안 된다며 방치하기 일쑤다.  자신의 아바타인 아이는 그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로 받아들여지는 탓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노키즈존은 이렇듯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정도로 아이들의 장난이 심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태가 못 마땅해 일부 서비스 업소들이 아예 아이의 출입을 금지시킨 데서 유래한 영업 형태 중 하나다.  맘충은 일부 버릇없는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나 지극히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곤 하던 엄마, 이들을 총칭하는 용어이고, 노키즈존은 앞서 언급한 이유 때문에 도입된 고육지책이기에 따지고 보면 이들의 발생 배경은 대동소이하다. 

 

일례로 카페나 음식점 같은 곳의 음식을 먹는 탁자 위에서 기저귀를 갈고, 또 그 뒷처리를 하지 않은 채 흔적을 남기고 떠나는 일부 아이 엄마들이 그동안 온라인 상에서 종종 성토의 대상이 되곤 했다.  KTX의 사례나 기저귀 처리 문제 등은 누가 보더라도 민폐이자 논란이 될 법한 사안임엔 틀림없다.  이는 비록 아이를 위함이라는 명분에서 비롯됐지만, 사실은 지극히 이기적인 엄마의 행동으로 받아들여지는 탓이다.  결국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정도로 버릇 없는 아이들을 혼내기보다 방치하거나 두둔하고, 때로는 부모 스스로의 이기적이며 배려 없는 행동에 의해 '노키즈존'이라 불리는 차별 서비스 업소가 늘고 있고, '맘충'이라는 끔찍한 신조어까지 등장한 셈이다.  



이 현상과 관련하여 요즘 아이들과 부모의 행동에 전혀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나조차도 가끔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너무 시끄럽게 굴거나 심하게 장난을 쳐도 전혀 제지하지 않는 부모들을 볼 때면 속으로 혀를 끌끌차던 경우가 허다했으니 말이다.  때문에 민폐 끼치는 엄마나 아이를 버릇없게 굴도록 방치한 부모, 이들은 손가락질을 당해도 그다지 할 말이 있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일부 문제 있는 사람들 때문에 아이 엄마 전부가 혐오의 대상이 되어선 결코 안 될 노릇이다.  맘충이란 용어엔 다름아닌 이러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온라인의 반응은 극명하게 둘로 갈린다.  다수의 젊은이들은 맘충이나 노키즈존과 같은 현상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아직 아이가 없는 탓에 부모들의 속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기본적으로 반드시 지켜져야 할 지극히 상식적인 것들이 안 지켜지는 현상이 이들에겐 한없이 못 마땅하게 와닿았기 때문일 테다.  그러나 특정 계층의 차별화로 시작된 이 현상, 자칫 아이 가진 부모 전체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맘충이라는 혐오 현상이 이에 더해지며 이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물론 아이가 없는 사람들에겐 보다 쾌적한 서비스가 가능해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반대로 아이를 가진 부모에겐 그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는 셈이 돼버린다.  더구나 아이 가진 부모 모두가 매너가 없거나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지나칠 정도의 일반화다. 

 

ⓒSBS방송화면 캡쳐

 

아이 가진 부모 입장에서는 사회 구성원 간 이런 식으로 자꾸만 편가르기하며 계층을 나누어 서로를 낮잡다가는 가까운 시일 내에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아예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된 사회 현실을 개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약자를 향한 혐오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데다 특히 여성 혐오도 모자라 어느덧 아이 엄마 혐오로까지 그 전선이 확대돼 가고 있는 현상은 우려를 낳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는 일반인으로 하여금 아이 키우는 엄마는 모두 그럴 것이라는 편견을 심고 특정 계층에 대한 혐오 이미지마저 덧씌울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일부 버릇 없는 아이들이 자라나 성인이 될 즈음, 마찬가지로 남을 배려하지 못 하고 오로지 자신밖에 모르는,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더욱 각박해질 수밖에 없다.  맘충뿐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는 집단이나 세력 혹은 개인이 있을 경우 우린 언젠가부터 뒤에 '충'자를 붙여 오기 시작했다.  특정 계층을 낮잡기 위한 의도다.  우린 지금 특정 아이 엄마를 '맘충'이라 놀리며 재밌다고 킥킥 거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행태가 언젠간 자기 자신의 목을 직접적으로 겨누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의 아바타인 아이가 소중한 만큼 우리 사회에서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결국 맘충과 노키즈존 논란 현상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기심과 배려 부족으로부터 기인했음직하다.  적어도 자신의 자녀를 생각하는 수준의 절반만큼이라도 타인을 배려한다면 맘충이니 노키즈존이니 하는 따위의, 누구나 받아들이기 껄끄러운 현상은 아예 출현하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때문에 결국 맘충과 노키즈존 논란은 오로지 자신과 자신의 아이만을 생각한 채 남을 배려하지 않거나 양보 따위의 미덕을 발휘하지 못 하는 이기적인 일부 부모와 우리 사회에, 일종의 경고음을 울리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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