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노동개혁 프레임 전쟁, 야당은 살아남을 수 있나

새 날 2015. 8. 7. 15:50
반응형

박근혜 대통령이 6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노동개혁을 중심으로 한 4대 부문 구조개혁에 대한 국정 구상을 밝혔다.  담화 형식을 놓고 이번에도 대통령의 소통 행태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출입기자들에 대한 질의 응답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담화 형식은 대통령의 소통 부재 관행을 고스란히 드러내도록 하는 장치로 와닿은 탓이다.  개혁을 하자며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였건만, 정작 대통령 스스로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국민들에게만 양보하라거나 변화하라고 한다면 이에 대해 공감하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존재할까 싶다. 

 

담화 내용은 예상대로 노동개혁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대통령은 경제의 재도약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우선시해야 할 과제로 노동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특히 청년 일자리 문제는 오로지 노동개혁만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신호를 던지고, 유연한 노동시장과 노동 유연성을 언급하며 노사의 대승적인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물론 여기서의 개혁이란, 어떤 이들에게는 본래의 의미 그대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또 다른 이들에겐 개악으로 비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는 얼마전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놓으며, 노동시장 개혁이 이와 동시에 이뤄져야 고용 문제의 구조적인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한 목소리로 노동개혁을 합창하고 있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물론 노사정의 사회적 대타협이 없는 노동개혁이란 절대로 있어선 안 되며 있을 수도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작금의 당정이 밀어붙이고 있는, 일방적인 노동자의 희생과 기업에만 유리한 개혁(?) 방식은 많은 우려를 낳게 하기에 충분하다. 

 

노동계가 현재 정부의 방안에 대해 대부분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까지 직접 국민 설득 작업에 나섰다는 건 앞으로 전개될 노동개혁 방향 역시 지극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란 걸 짐작케 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당정 그리고 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는 노동개혁 방안의 가치 판단 문제를 떠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나서서 이를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자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청년 일자리 문제와 노동 개혁 문제를 선점한 채 과감하게 분위기를 주도해 나가는 새누리당의 프레임 전략만큼은 높이 사줄 만하다.  흔히 야당이 먼저 꺼내들어야 그 모양새가 왠지 어울릴 법한 개혁 어젠다를 반대로 여당이 먼저 들고 나온 셈이니 말이다.  물론 저들이 말하는 개혁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일단 덮어두더라도 말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그 부모 세대가 됐든 아니면 당장 자신에게 해당이 됐든 모든 세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절실한 사안이다.  이와 맞물린 노동개혁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갈수록 경제성장이 둔화돼 가고 있고 고령화로 치닫고 있는 데다 저출산마저 커다란 걸림돌이 될 만큼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내홍은 그 깊이를 가늠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한없이 깊다.  사회에 내재된 모든 요소들이 구조적이며 복합적으로 마구 얽혀 있는 탓이다.  노동 개혁이 이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는 핵심 고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구체적인 추진 방식과 방향은 논외로 치더라도, 집권여당과 정부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하며 민감한 화두를 쥔 채 프레임을 형성하고 있는 건 정치적으로 볼 때 대단히 뛰어난 전략임엔 틀림없다.

 

ⓒ뉴스1

 

그렇다면 야당은 어떤가.  지금도 진행되고 있지만, 셀프디스를 주고 받으며 당의 쇄신 분위기를 확산시키려 노력 중이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치열한 고민과 성찰이 뒤따랐겠지만, 외부에 비치는 이러한 모습은 그냥저냥 한가해 보일 뿐이다.  쇄신 방안엔 당명 변경도 포함돼 있단다.  얼마전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성범죄를 저지르는 소속 의원들의 한결 같은 본질은 그대로이듯, 야당이라고 하여 크게 다를까 싶다.  물론 이조차 과거 새누리당이 써 먹어 오던 대표 전략 중 하나이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일부 국민들에겐 이 전략이 제대로 먹혔을 테니 또 다시 흉내내기에 나섰음이리라.  이러한 벤치마킹은 솔직히 별로다.  응당 개혁을 외쳐도 시원찮을 판에 이마저 여당에 빼앗긴 채 의기소침해 하고 있는 야당, 조금 더 본질적인 변화가 필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야당이 최근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을 집중 공략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언론의 철저한 외면과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점차 멀어지면서 힘이 빠진 기색이 역력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회의원 정수 문제를 쟁점으로 부각시키는 데 일정 부분 성공한 듯싶은 눈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노동개혁처럼 일정 크기의 프레임에 가두기엔 힘에 부쳐 보인다.  오히려 정부와 여당이 짠 프레임이 하도 견고하여 상대적으로 야당의 존재는 가리워진 채 잘 드러나지도 않는 형국이다.  그동안 야당이 선거에서 매번 참패해 온 이유는 이러한 프레임 전쟁에서 선점하지 못한 채 늘 끌려다니다시피 했던 경향이 크다.  하지만 쇄신안이라고 하여 꺼내든 카드가 셀프디스를 주고 받거나 당명을 바꾸는 수준에 불과하니 지지율의 고착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노릇이다.

 

여당은 노동개혁과 청년 일자리라는 굵직한 프레임을 선점했다.  여기에 '개혁'이란 두 글자마저 아로새겼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상당히 민감한 소재라 할 수 있는 노동개혁과 청년 일자리 문제에 당정청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올인에 나선 셈이다.  이는 내년 4월 총선을 다분히 의식한, 매우 치밀하면서도 고도의 내부 전략에 의한 결과물이라 짐작된다.  실제 개혁일지 아니면 개악으로 이어질지의 여부는 사실 부차적인 문제다.  어쨌거나 국민들은 개혁하겠다고 나선 주체를 개혁적이라 여기는 성향이 짙을 테니 말이다.  프레임의 선점을 강조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야당은 또 다시 여당이 짜놓은 프레임 전략에 어쩔 수 없이 말려드는 모양새다.  전체 판세를 놓고 볼 때 프레임 선점이란 적어도 절반 이상은 먹고 들어갈 만큼 요긴하다.  하지만 이후 전략 역시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슈 선점은 비록 놓쳤더라도 여당이 짜놓은 프레임 안에서 야당이 자신들의 정책 논리와 주장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득력 있게 구사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 반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프레임 전쟁에서 벌써부터 한 발 뒤처진 야당, 아직 만회할 기회가 남아 있다는 의미다. 

 

입으로는 노동개혁이라 부르짖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그리며 프레임을 더욱 공고히 쌓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집권여당과 대통령, 실은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듯 개혁이 아닌 개악으로 흐를 여지가 다분하다.  야당은 개혁과 개악이라는 틈바구니 속에서 얼마나 올곧은 프레임을, 어떤 방식으로 덧씌워 국민 앞에 다가서려 노력하느냐에 따라 주도권을 빼앗아 올 수 있을지의 여부가 판가름날 테다.  하지만 지금처럼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일관할 경우,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조차 야당의 미래를 보장해 주기란 쉽지 않은 노릇일 테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