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중국의 잇따른 에스컬레이터 사고, 우리는?

새 날 2015. 8. 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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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잇따른 에스컬레이터 사고가 발생하여 대륙 전역으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각) 상하이 시내의 한 쇼핑몰에서 환경미화원 한 명이 에스컬레이터에 다리가 끼는 사고를 당해 결국 한쪽 다리를 절단하고 말았다.  당시 에스컬레이터는 정상 작동 중이었으며 에스컬레이터 디딤판 위에서 청소를 하던 중 갑자기 해당 칸이 떨어지면서 발목이 에스컬레이터에 끼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모 백화점에서 에스컬레이터가 끝나는 지점의 발판이 무너져 내려 30세 여성이 자신의 3살 아이를 구하고 본인은 끝내 아래로 추락 사망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두 사건 모두 안전 점검 및 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로 보인다.  특히 백화점에서의 사고 영상이 유튜브 등을 통해 공유되면서 이를 본 국내 네티즌들 역시 비슷한 공포감을 호소하고 있다.  생활 속에서 늘 가까이 접하며 수시로 이용해야 하는 에스컬레이터, 이를 오르내리면서 영상 속 위치의 발판을 유심히 보게 되거나 발을 디딜 때마다 평소보다 조심스러워하는 현상마저 생겼다고 하소연한다.


이 사고는 마치 지난해 그 위로 오른 사람들의 하중을 견디지 못 해 무너졌던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를 연상시킬 만큼 너무도 어처구니없다.  우린 환풍구 사고 이후 이를 보거나 지나칠 때마다 예전보다 상세히 관찰하거나 피해 가게 됐듯 비록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사고는 아니지만, 남의 일 같지 않은 느낌 때문에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면 마찬가지로 한층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져 주는 주체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는 결국 스스로가 조심할 수밖에 없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떨까?  우리 역시 사고가 빈번한 편이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에스컬레이터 사고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모두 544명이었으며, 그 중 사망자가 8명에 이를 정도로 인명 피해가 상당하다.  사고의 80% 정도는 이용자 과실이었고, 나머지는 보수 부실 등으로 인해 발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를 진작부터 의식하여 9년전부터 벌여 오고 있는 캠페인 하나가 있다.  다름아닌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운동이다.  이는 에스컬레이터의 잦은 고장과 안전사고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을 한 줄 서기로 지목한 데서 비롯된 캠페인이다.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을 비롯해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등이 현재 앞장서서 두 줄 서기 캠페인을 벌여 오고 있다.  이의 근거는 이렇다.  에스컬레이터는 디딤판 한 칸 기준으로 70kg 성인 2명이 이용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한 줄로 탑승할 경우 걷거나 뛰어다니는 승객들로 인해 디딤판 하부에 있는 롤러나 가이드레일 등이 마모되는 등 고장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그런데 정작 문제는 벌써 10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해당 캠페인이 현실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다는 데에 있다.  때마침 YTN이 이와 관련하여 심층 취재를 벌인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전 세계 60여개국 가운데 두 줄 서기를 하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와 일본 단 두 개 국뿐이란다.  물론 다른 나라의 시행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는 없겠지만, 몇가지 이유 때문에 해당 캠페인에 의문부호가 붙게 된다. 

 

아울러 에스컬레이터는 국민안전처 고시에 따라 디딤판 한 칸에 300kg, 그러니까 성인 남성 4,5명을 지탱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고 실제로는 이보다 더 큰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지기에 한 줄 서기가 에스컬레이터의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라고 단정 짓기엔 무리가 따르는 일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볼 때 기계의 안위(?)를 위해 이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잇는 현실이 아닐까 싶다. 

 

사실 한 줄 서기나 두 줄 서기나 그 행위 이면엔 모두 배려라는 따뜻한 키워드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서로 간의 작은 배려조차 이젠 기계에 모두 양보해야 할 상황이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캠페인 하나가 전개되고 있어 관심을 집중시킨다.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가 옳은 것이냐 두 줄 서기가 옳은 것이냐를 두고 10년 가까이 옥신각신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현장에 또 다른 방식의 캠페인이 등장한 것이다.         

 

ⓒ한국일보

 

이른바 덕테이프를 활용하여 걷기 마크 및 기타 간략한 메시지를 시민들이 좋은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계단 전체에 테이핑을 하여 에스컬레이터보다는 계단 보행을 유도하고 있다.   어차피 계단은 항상 그자리에 존재하고 있고, 이를 이용하거나 에스컬레이터, 그도 아니면 엘리베이터를 활용하는 문제는 순전히 개인 의지에 달린 사안이긴 하지만,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의 혼란한 틈 바구니에서 이는 '에스컬레이터 고장 원인과 안전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한 색다른 모색이자 대안으로 받아들여진다.  건강도 챙길 수 있고, 기계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볼 땐 지극히 인간적인 따뜻함마저 느껴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현행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캠페인은 어쩌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안전처가 두 줄 서기 캠페인으로 인한 승객들의 혼란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조만간 팀을 꾸려 전문가와 시민들의 생각을 수렴한 뒤 관련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사실 일반 국민의 다수도 한 줄 서기를 선호하고 있다.  리얼미터의 설문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6명 가량이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보다 한 줄 서기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캠페인을 시민들이 제대로 따르지 않아 에스컬레이터 기계의 마모가 빨라지고 수명이 단축되는 현상은 여러모로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만큼 유지 보수 등의 관리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게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를 계기로 점검이나 보수 등을 더 자주하게 될 테고, 이는 오히려 관리 감독 측면에서 볼 때 긍정적인 요소라 할 만하다.  한 줄 서기는 바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앞서갈 수 있도록 길을 터 주는, 비록 작지만 따뜻한 배려의 마음 씀씀이가 그 안에 담겨 있다.  반대로 두 줄 서기는 모두의 안전을 꾀한다는 명분과 함께 기계의 마모 그리고 수명 단축을 막고자 기꺼이 사람들이 기계를 위해 희생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사람이 우선이냐 아니면 기계가 우선이냐의 명제로 귀결되는 분위기다.  아마도 중국의 잇따른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로부터 촉발된 우리의 안전에 관한 해답도 다름아닌 이 안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과연 사람이 우선일까 기계가 우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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