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담뱃값 인상 6개월, 정부 뺀 모두가 피해자다

새 날 2015. 7. 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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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1일부터 2000원 인상된 담뱃값, 어느덧 이를 시행한 지도 벌써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시종일관 국민건강증진이란 명분을 내세워왔던 정부, 더불어 정부가 내놓은 각종 금연정책들로 온통 봇물을 이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실내 금연구역 전면 확대와 도시공원 및 어린이 놀이터, 버스중앙차로의 버스 정류장이나 학교정화구역 등 공공성이 높은 장소를 중심으로 금연구역이 지정된 바 있고, 지속적으로 이를 늘려 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와 같은 정첵에 대해 비흡연자의 한사람으로서 분명 환영해야 할 입장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만, 과연 현실에서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로 인해 오히려 흡연자나 비흡연자 할 것 없이 국민 모두가 불편을 호소하는 상황이 되었으며, 오로지 정부만 뒤에서 조용히 웃고 있는 형국입니다.  강화된 실내 금연정책으로 인해 밖으로 대거 쏟아져 나온 흡연자들 덕분에 흡연장소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을 흡연자들 못지 않게 비흡연자들 역시 덩달아 괴로운 일이 돼버렸으며, 담뱃값 인상 정책 역시 금연 효과는 거의 없이 세수와 관련하여 정부에 효자 노릇만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세수는 크게 증가한 반면 담뱃값 인상이라는 극약 처방에도 불구하고 담배 판매량은 애초 정부가 예상했던 만큼 줄어들지 않은 탓입니다.

 

ⓒ뉴시스

 

그와 관련한 통계자료 하나를 살펴볼까 합니다.  정부가 발표한 담배 반출량이나 매출 동향에 따르면, 대체로 3월부터 그와 관련한 수치의 증가폭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1월부터 5개월간 걷힌 담뱃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800억원이나 늘어났습니다.  담뱃값 인상 조치 이후 판매 부진에 시달려 오던 편의점들 대부분은 이미 회복세로 돌아선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한 담배 제조사는 담뱃값 인상 직후 급격히 하락했던 담배 판매량이 다시 늘고 있는 추세라며, 아직은 예년에 비해 모자라지만 곧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편 담뱃값을 올린 것만으로도 서러운 상황에서 흡연자들에 대한 압박은 날이 갈수록 더욱 거세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이젠 맘 편히 담배 피울 장소를 찾는 일조차 쉽지 않은 처지가 돼버렸습니다.  서울 서초구는 길거리 흡연으로 불편을 겪는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7월 1일부터 관내 22개 지하철역 주변 10미터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이날부터 단속에 들어갔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서울시의회는 앞서 시내 전체 지하철역 출입구로부터 10미터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조례를 발의한 바 있습니다.  해당 조례가 통과될 경우 서울시 관할 구역의 모든 지하철역 출입구에서는 아예 흡연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아울러 공공구역에서의 흡연 단속은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전망입니다.  안타까운 노릇입니다만, 흡연자들의 운신의 폭은 갈수록 줄어드는 양상입니다.

 

ⓒSBS 방송화면 캡쳐

 

그러나 비흡연자들이라고 하여 이러한 정책들을 마냥 반겨할 수만도 없는 입장입니다.  흡연자에 대한 배려 없는 금연 정책은 예견됐던 바와 같이 풍선효과를 낳으며 그로 인한 폐해가 고스란히 비흡연자에게로 전가되고 있는 탓입니다.  올해부터 웬만한 건물의 실내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흡연 부스 등 흡연자를 위한 공간이 별도로 만들어지지도 않았습니다.  그 바람에 흡연자들이 대거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거리를 걸을 때마다 연신 뿜어져 나오는 담배 연기 탓에 비흡연자 입장에서 길을 걷는 행위는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대로변뿐만이 아닙니다.  큰길에서 주택가로 이어지는 골목이나 이면도로 입구에는 주변 상가로부터 쏟아져 나온 흡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느라 너구리 굴을 연상케 할 정도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즐겁게 지날 수 있던 길목이었거늘, 이젠 지름길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돌아서 가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습니다.  예전엔 결코 볼 수 없거나 있을 수 없던 광경입니다.  부근엔 담배꽁초들이 수북이 쌓여 있고, 근처를 지날 때면 날아오는 담배연기 때문에 몸둘 바를 모를 지경이 돼버렸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담배꽁초를 따로 치우는 이들도 없습니다.  그저 피운 뒤 아무 곳에나 버리면 끝입니다.  환경미화원분들은 주로 대로변만을 담당하고 있는 탓에 그곳을 살짝 벗어난 부근을 지날 때면 눈살을 찌푸려야 하기 일쑤입니다.

 

 

흡연자들 역시 괴로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흡연자에 대한 배려 없는 무조건적인 금연 몰이 정책으로 인해 그들은 마치 죄인이라도 된 양 눈치를 봐가며 담배를 피워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고,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다 보니 자꾸만 골목 안으로 숨어든 채 흡연을 해야 하는, 이중 삼중고를 겪어야 하는 탓입니다.  가뜩이나 오른 담뱃값 때문에 혈압마저 높아지는 상황이거늘,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선 털끝만큼도 배려해 주지 않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때문에 절로 한숨이 나올 지경입니다.

 

담뱃값 인상, 아울러 한층 강화된 금연정책 시행 6개월, 결과적으로 볼 때 흡연자와 비흡연자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 정책으로 전락한 채 오히려 주택가 주변까지 파고든 흡연자들 때문에 주거 환경만 어지럽히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담배꽁초로 인해 잔뜩 더럽혀진 도시 미관은 흡연자 비흡연자 구분 할 것 없이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반면 이를 추진한 정부는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증세 효과 덕분에 자꾸만 새나오는 웃음을 감추느라 애쓰고 있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국민 다수는 고통을 호소하며 불편을 겪고 있는 마당에 정부만 신이 난 셈입니다.  이쯤되면 우리 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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