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식상한 액션, 유닛 증가 그리고 혼란 가중

새 날 2015. 4. 2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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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매력적인 한국에서 촬영해서 이전까지 공개되지 않은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공개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최첨단 기술과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진 최적의 촬영지다. 멋진 영화가 나올 것이다." 

 

어벤져스2의 프로듀서 케빈 파이기의 말이다.  조스 웨던 감독 역시 "이 영화를 사랑하고 서울을 사랑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 두 가지를 한 군데에 담아 전 세계에 최초로 보여줄 것이다" 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무수한 화제를 양산했던 그 영화, 마침내 뚜껑이 열렸다.  어땠을까?  우선 또 하나의 멋진 작품 한 편이 탄생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비록 대부분이 CG로 구현됐다 해도 게임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수많은 유닛들의 움직임을 일일이 실사화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비교적 높은 점수를 부여할 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이미지는 프로듀서의 반응처럼 그다지 아름답거나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최첨단의 이미지와도 거리가 멀다.  그나마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는 점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랄까?  첨단을 상징하는 미국의 멋진 도시 풍광과 고풍스러운 느낌을 선보인 소코비아의 그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돈되지 않은 오밀조밀한 집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주택가 장면이 가감없이 등장하는 등 연출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탓에 앞선 나라들과 극적으로 대비되는 모양새다. 

 

 

때문에 오히려 닥터 헬렌 역으로 짬짬이 등장했던 배우 수현이 깔끔한 연기를 통해 한국의 아름다움 대신 한국인의 미를 선보이며 그나마 부족했던 부분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 주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낯익은 곳이 등장하는 터라 솔직히 다른 장면에 비해 신경이 더 많이 갔던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일 테다. 

 

 

나타샤 로마노프 배역으로 출연한 스칼렛 요한슨은 팔색조의 매력을 지닌 배우이다.  맡은 배역에 따라 그때그때의 상황에 걸맞게 변모하는 외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허스키한 그녀의 목소리는 무언가 잡아 끄는 묘한 구석이 있다.  허스키의 대명사 제니퍼 로렌스와는 또 다른 매력이다.  특히 오토바이를 타고 마포대교(?) 위를 질주하던 그녀의 날랜 모습으로부터는 상당한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진다.  어벤져스와의 전투 중 체어맨 한 대가 박살나는 장면쯤은 그에 비해 아무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스토리는 다소 식상했다.  물론 애시당초 기대 따위 하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근래 영화 소재로 많이 등장하는 인공 지능을 다루고 있다.  제목에서 언급되고 있는 울트론은 아이언맨인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기획 그리고 헐크인 배너(마크 러팔로)의 도움과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자비스에 의해 의도치 않게 탄생되었고, 지구를 통째로 리셋하려는 무서운 음모를 꾸미게 된다.  때문에 울트론의 입장에서 볼 때 지구의 수호신인 어벤져스는 눈엣가시가 아닐 수 없다.  액션이 펼쳐지는 공간적 배경은 주로 소코비아에서 이뤄진다.  어벤져스 멤버와 울트론과의 처절한 한 판 승부가 이 영화의 백미이다.

 

 

엄청난 물량 공세가 퍼부어졌으리라 짐작되는 대목이다.  마블의 히어로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인 탓에 그에 걸맞는 액션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였을 테고, 때문에 나름 기대를 충족시켜 준 셈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린 마블을 비롯한 수많은 작품을 통해 너무도 화려한 장면들을 접해 왔던 터이고, 눈높이가 한껏 높아진 덕분에 아무리 물량 공세를 퍼부어도 무언가 새로운 효과나 신기술이 없는 이상 기존 액션 장면에서 단순히 유닛 몇 개가 늘어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형태로 다가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무언가 눈길을 확 잡아 끌 만한 새로운 요소가 없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이를 게임으로 빗대자면 게임의 기본 틀은 하나도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다양한 유닛만 던전 속으로 잔뜩 풀어놓은 꼴이 아닌가.  그나마도 낯익은 유닛과 액션 일색이라 신선함이라곤 일절 없다.

 

 

히어로들이 너무 많은 탓에 가뜩이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상황에서 초능력 쌍둥이 남매 중 하나인 막시모프(엘리자베스 올슨)의 어벤져스 합류와 그밖의 멤버 증가는 이후 작품에서 기존 멤버와 함께 과연 어떠한 영향으로 다가올지 벌써부터 우려스럽게 만든다.  엔딩 크레딧 당시 언뜻 스치던 장면으로 짐작컨대 3편 제작은 기정 사실인 듯 한데 말이다. 

 

자주 봐 오던 형태의 CG 떡칠은 이젠 식상하다.  그렇다고 하여 스토리가 굉장히 짜임새 있도록 그려져 미흡한 부분을 만회하는 것도 아니기에 더욱 아쉽기만 하다.  이번에도 역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법칙이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마블 덕후가 아닌 이상 나처럼 평범한 이들에겐 그다지 커다란 감흥으로 와닿을 만한 작품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왕지사 전편을 관람했더라면 더 좋았을 테고, 더 나아가 마블이 창조한 히어로들과 쉴드 등 그 주변지식을 사전에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조금 더 흥미롭게 이번 작품을 관람할 수 있겠지만, 앞선 내용을 전혀 모른다고 하여 영화 이해에 어려움이 따른다거나 재미가 덜하는 일은 단언컨대 없지 않을까 싶다.  스토리 위주의 작품이 아닌 탓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면서 포스팅을 마칠까 한다.  

 

'그냥 저냥 볼 만은 하되 굉장하지는 않더라'

 

 

감독  조스 웨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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