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분노의 질주 : 더 세븐> 중력을 거스르는 통쾌한 타격감

새 날 2015. 4. 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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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난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단 한 차례도 본 적이 없으며, 자동차에 대해선 완전 문외한이다.  때문에 이번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그렇지 않은 분들에 비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점, 이 포스팅을 읽는 분들께 먼저 양해 바란다.  어쨌거나 이번 작품이 어느새 7편째라고 하니 정말 대단한 시리즈물임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만큼 고정 팬층이 두텁다는 방증일 테다. 

 

 

일반인들과 전문가의 평이 상당히 좋았던 터라 나름 기대가 컸던 영화다.  물론 관람 전 적어도 스토리만큼에 대해선 기대치를 크게 낮추라던 앞서 관람하신 분들의 평을 감안하긴 했다.  반면 액션은 시종일관 좋았다라는 평이 다수를 이룬다.  그런데 난 자동차 레이싱과 관련한 영화라 생각하며 관람했건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다소 의외였다.  결론적으로 자동차는 하나의 도구일 뿐 온통 싸우고 때려 부수는, 전형적인 액션 장르의 영화였던 탓이다.



스토리는 앞서 보신 분들의 평처럼 별도로 언급해야 할 만큼 탄탄한 내용은 아니다.  6편까지의 시리즈물을 전혀 관람하지 않았지만 극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그리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단순한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정체성이랄 수 있는 레이싱 장면은 초반에 잠깐 등장하는 미셸 로드리게즈의 짧디 짧은 신 하나로 끝이 난다.  이후로는 '분노의 질주' 팀에겐 공공의 적일 수밖에 없는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와 벌이는 추격과 액션 장면이 주를 이룬다.  그래도 명색이 레이싱 장르의 영화인데, 이쯤되면 과거의 명성이 무색할 지경 아닌가.

 

 

하늘을 날던 항공기에서 과감히 뛰어내리며 공중부양하던 자동차 그리고 낭떠러지나 고층 건물에서 낙하하며 마음껏 바닥에 나뒹굴던 자동차로부터는 중력에 대한 감독의 반감이 얼마나 큰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자동차 위에서의 아슬아슬한 액션은 그 자체로 커다란 타격감을 선사해주며, 현실에선 절대로 벌어질 수 없을 법한 일이지만 절체절명의 상황 앞에서 자로 잰 듯한 움직임과 절묘한 타이밍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는 장면은 그야말로 이 영화의 압권이라 할 만하다.  

 

 

비록 CG의 힘을 빌렸겠지만 어쨌거나 만화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상상력을 실사로 멋지게 구현한 연출력을 통해선 감독의 무한한 창의력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돔(빈 디젤)과 레티(미셸 로드리게즈) 사이의 끊어진 과거 기억처럼 닿을 듯 말 듯 펼쳐지는 러브라인과 브라이언(폴 워커)의 가족을 통한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려는 듯한 억지 장면은 졸음을 유발해오고 있었다.  러닝타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던 연유일 테다. 


액션 장면은 분명 손색이 없을 만큼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전부라는 데 있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폴 워커를 기리기 위함이었을 법한 다소 지루한 설정은 어쩔 수 없다손쳐도 '분노의 질주'라는 제목과는 전혀 딴판인 듯한 내용 일색이라 무척 실망스럽게 다가온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리라는 원칙이 이번에도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뿌듯함보다 무언가 아쉬웠던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이래저래 별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지만, 공들인 액션 장면과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폴 워커의 유작이란 점 때문에 1점을 더 얹는다. 

 

 

감독  제임스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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