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막말 댓글 판사 논란으로부터 얻는 교훈

새 날 2015. 2. 1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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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댓글 논란을 일으켰던 수원지법 모 부장판사가 결국 사표를 제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14일 그가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고 의원면직 처분하였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진상조사가 진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사표 수리로, 논란을 서둘러 무마하려 한다는 비판이 법조계 일각에서 일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란이 야기된 이유는, 의원면직 처분은 강제로 직위를 박탈하는 징계면직이나 직권면직과는 달리 사표가 수리되면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처분이기에 퇴직 후에도 별다른 제재 없이 곧바로 변호사 활동이 가능하다는 데서 비롯됐습니다. 


그러나 그의 법관직 사퇴가 제식구 감싸기에서 비롯된 결과이든 아니면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식 모양새가 됐든 논란을 야기한 본인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고, 물론 악화된 여론 탓에 주변으로부터의 종용에 의한 결과물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만, 어쨌거나 빠른 시간 내 법관직에서 물러났다는 사실은 고무적으로 다가옵니다.  사실 그가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버틴다면 현실적으로 그의 행위가 위법한 결과로 받아들여질 확률은 그리 크지 않기에 낮은 수위의 징계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나마 스스로 물러서는 모양새를 갖췄다는 건 법관으로서 일말의 양심 정도는 남아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이번 사태로 우린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표현의 자유가 과연 어느 선까지 용인되어야 하느냐에 대한 물음을 우리 사회에 재차 던져 주었습니다.  그가 벌인 행동은 법관직을 내걸은 게 아닌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의 활동이었습니다.  더구나 익명성이 생명인 인터넷 공간에서의 활동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 또한 법조인이기 전에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적 권리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SBS 방송화면 캡쳐

 

하지만 그의 댓글은 설사 일반인이었다 한들 문제의 소지가 다분할 만큼 패륜적이거나 반사회적인 표현이 다수였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일베로 대표되는 막장 커뮤니티의 활동으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해당 판사의 막말 댓글은 가히 일베급이라 할 만큼 저속한 표현 일색이었습니다. 

 

그가 벌인 행동이 비록 익명성에 기댄 채 개인 신분으로 취해진 것이라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작금의 사회적 혼란에 일조한 셈인 데다 중요한 이슈가 될 만한 사건의 재판을 주로 담당해 오던 부장판사라는 직위였던 탓에 이토록 비정상적이거나 편향적인 사고를 유지한 채 과연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었을까 하는 가장 근원적인 의문을 갖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이런 인물이 판사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결국 사법부 전체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마저 의심케 하는 상황을 빚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무리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상이라지만, 결국 자신이 거쳐간 흔적은 어떤 식으로든 남게 마련이며, 이번 논란처럼 자칫 아무 생각없이 흘려 놓은 댓글 하나가 언젠가 자신의 목을 치는 상황으로까지 변질될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노릇입니다.  이는 하루종일 인터넷으로부터 손을 놓지 못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대목입니다.  스스로의 책임 하에 관리하는 SNS는 물론이거니와 언론 기사와 같은, 자신이 생산해낸 콘텐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익명성에 기댄 채 아무 생각없이 달아놓은 댓글이 자칫 자충수가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흔히들 SNS 상에서의 개인정보엔 나름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정작 인터넷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가볍게 남긴 댓글 따위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아 왔으며 쉽게 표현하는 경향마저 짙습니다.  하지만 비단 개인정보가 아니더라도 가볍게 작성한 댓글 하나가 이번 사건처럼 가까운 미래에 자신의 운명을 가를 만큼 결정적인 한 방으로 다가올 개연성은 충분한 만큼 그리 단순치만은 않은 문제입니다. 

 

결국 막말 댓글 판사 논란을 통해 우리에게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있습니다만, 그에는 엄중한 책임이 뒤따르거니와 보편적인 상식을 벗어나거나 사회적인 책무로부터 크게 어긋난 지나친 표현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강하게 일깨우고 있습니다.  아울러 익명성에 기댄 채 마구잡이로 작성해 오던 우리의 인터넷 상 표현 방식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리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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