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막말 댓글 부장판사에겐 철퇴가 답이다

새 날 2015. 2. 1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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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정당한 권리행사를 보장함으로써 자유 평등 정의를 실현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법권을 법과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행사하여 민주적 기본질서와 법치주의를 확립하여야 한다."

 

법관이 직무상 또는 직무 외의 행동을 하는 데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할 윤리규범이랄 수 있는 '법관윤리강령'의 전문 일부이다.  이는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공고히 하기 위해 지난 1995년 전국 법관의 의견 수렴 뒤 제정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현직 부장판사가 인터넷에서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익명 댓글을 상습적으로 작성한 것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수도권 법원에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 모 부장판사가 2008년부터 최근까지 인터넷에 올라온 언론 기사에 단 댓글의 수는 발견된 것만 해도 1만개 가까이에 이른다.  이는 7년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 평균 4개씩의 댓글을 달아야 할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이러한 숫자보다 댓글의 편향성과 수준에 있다.  특정지역 비하로부터 전 대통령 모욕에 이르기까지 흡사 스스로 보수우익이라 자처한 채 반사회적 범죄를 일삼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의 이미지를 연상캐 한다.

 

ⓒ경향신문

 

물론 그 역시 법관이기 전에 한 사람의 자연인일 테니 그에게도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권리는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그가 법관이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사생활의 영역에서 벌인 활동 범주까지 모든 사항에 대해 일일이 미주알고주알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니 말이다.  어쩌면 표현 방식이 마치 '일베' 회원이 아닐까 싶을 만큼 저열해서 그렇지 그 역시 익명성을 등에 업은 채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곤 하는,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숱한 일반 악플러와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이제껏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돼 왔던 형사 사건을 주로 심리해 온 법관이다.  그에게는 한 사람의 자연인이기 전에 법관이란 직위가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판사라는 직업은 헌법이 그에게 무거운 권한을 위임한 것이고, 아울러 국민으로부터 사법권을 부여받은 막중한 자리이기에 그에 걸맞는 품위와 진중한 행동이 요구된다.  때문에 익명성에 기댄 채 몰상식한 행동을 벌인 사람이 과연 법관이란 이름으로 올바르게 재판하는 일이 가능할까 라는 가장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표현의 자유도 판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는 법관윤리강령의 품위유지 관련 조항인 제2조와 정치적 중립 의무인 제7조를 위반하고 있다.  공직자 신분으로서, 그것도 부장판사라는 법관 신분으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고 만 셈이다.

 

제2조 (품위 유지) 법관은 명예를 존중하고 품위를 유지한다.

제7조 (정치적 중립) ① 법관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

②법관은 정치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의 임원이나 구성원이 되지 아니하며, 선거운동등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활동을 하지 아니한다.

 

최근 우리 사회엔 '일베'라는 반사회적 커뮤니티가 활개를 치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양상이다.  가장 최근엔 단원고 학생을 빙자한 채 세월호 피해자를 어묵에 비유했던 일베 회원이 구속된 바 있다.  이밖에 알려지지 않은 논란들이 부지기수이지만 문제는 논란이 되는 사안마다 크게 회자되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정작 논란을 야기한 당사자들에 대한 처벌은 사회에 끼친 해악에 비해 매우 미약하거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는 편이라는 데 있다.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의 사이버 선거 개입을 통한 정치 중립 위반 행위들 역시 죄다 개인적 일탈로 가려져 왔으며 그 죗값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있다.  당연한 결과여야 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법정구속이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말이다.  이렇듯 비정상적인 세태가 만연돼도 이에 대한 단죄가 이뤄지지 않는 불의한 사회 분위기가 아마도 반사회적 일베 성향의 판사를 키워온 게 아닐까 싶다.  이러한 성향의 판사에게 재판을 받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국민 신뢰를 여지없이 뭉개버린 그에게 철퇴가 내려져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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