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참배 정치는 바람직한 정치적 제스처다

새 날 2015. 2. 1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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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4일 오전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습니다.  현장에서 김 대표는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너무 진영논리에 빠져 있고, 정치권마저 진영으로 나뉜 채 극한 대립을 해온 것은 잘못된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함으로써 우리 정치가 서로 화해와 화합의 정치가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참 많이 했던 사람이지만 그에 대해 후회하는 마음이 상당히 있다"


인터넷은 그를 비난하는 글로 온통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물론 네티즌들의 공분은 예견됐던 현상이기도 하거니와 김 대표의 과거 행적으로 비추어 볼 때 충분히 납득될 만한 상황이기에 그다지 새삼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유 불문하고 화합하겠다고 나선 그일진대, 굳이 이토록 격한 비난을 쏟아내야 할까 싶습니다.

 

신년 들어 참배 정치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양상입니다.  문재인 대표가 먼저 포문을 열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로 선출된 문재인 대표가 지난 9일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먼저 참배한 것입니다.  김무성 대표의 참배는 이에 대한 화답의 성격이 짙습니다.  하지만 문 대표의 참배 당시에도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은 불을 뿜었으며, 같은 당 내에서조차 비판 여론이 상당했던 걸로 읽히고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 양 진영으로부터 두 대표들이 호되게 욕을 먹고 있는 현상은 우리 정치의 해묵은 진영논리로부터 비롯된 반목과 갈등 현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혹자는 과거로부터 답습해 온 이러한 뻔한 보여주기식 정치에 신물이 난다거나 참회 없는 참배는 가식에 불과하다며 혹평을 쏟아내놓곤 합니다. 

 

물론 결코 틀린 말은 아닙니다.  우리 정치권은 그동안 입으로는 민생을 외치면서도 그와 정반대의 행동을 일삼기 일쑤였고, 화합과 상생을 주장하면서도 늘상 당리당략에 매몰된 채 반목과 갈등만을 빚어오던 터이기 때문입니다.  정작 그들이 가장 관심을 집중시켜야 할 대상인 국민은 애초 안중에도 없습니다.  그러는 동안 사회적 갈등은 치유는커녕 눈덩이처럼 더욱 불어만 가던 와중입니다.

 

ⓒ연합뉴스

 

이참에 진보 진영에선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보수 진영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한다고 나섰으니 일부 국민들에겐 이들의 행동이 다소 뜬금없어 보이거나 쇼로 비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이 비록 쇼일지라도, 혹은 지지층의 외연 확장을 노린 코스프레에 불과할지라도 그 자체로 바람직스러운 일임엔 틀림없습니다. 

 

왜냐면 정치 행위란 수없이 많은 방식과 양태를 통해 행해지는 것이며, 제스처 역시 그러한 방식 중 하나임이 분명할 테니 말입니다.  참배 정치는 일종의 화해와 화합의 제스처입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인 진영 간 반목과 갈등을 당 대표가 나서서 이를 해소해 보자는, 일종의 신호를 던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제스처를 두고 독설을 퍼붓거나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 등으로 비난하는 일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몰지각한 행위에 불과합니다.

 

국민들 다수 역시 당 대표들이 벌이고 있는 화합의 제스처에 환호를 보내는 입장입니다.  한국갤럽이 문재인 대표의 참배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잘했다'는 응답이 65%에 달하고 있으며 '잘못한 일'이라는 평가는 고작 12%에 불과합니다.  결과적으로 국민 3명 중 2명이 이에 찬성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제스처에 진정성이 담겨있지 않은 채 말 그대로 그저 제스처로만 끝나게 된다면,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예의 한낱 보여주기식 쇼로 전락하며 오히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할 공산이 큽니다.  그리 된다면 화합과 상생은 물건너 가게 되고 우리 사회엔 또 다시 예의 반목과 갈등만이 치유되지 않은 채 또아리를 틀고 혼란스러운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앞으로 정치권의 행보가 더욱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참배 정치가 단순 코스프레로 그치지 않기 위해선 화합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양쪽 진영 모두에게 균형잡힌 시각은 절실합니다.  아무쪼록 국민 다수의 염원처럼, 아울러 김무성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했던 발언처럼 이번 참배 정치가 망국적인 진영 간 갈등으로부터 우리 사회를 벗어나게끔 해 주는, 진정한 화합과 상생의 마중물 역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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