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김무성 대표, '복지과잉' '국민나태'가 웬말인가

새 날 2015. 2. 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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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논쟁에 불이 붙었다.  이를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의 논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마저 '증세없는 복지'는 거짓이라고 선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사실상 폐기하고 나선 셈이다. 

 

이런 가운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한 행사에서 "복지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진다"고 말했다.  그의 복지에 대한 인식 수준의 단면을 제대로 엿볼 수 있었던 발언이다.  그가 언급한 것처럼 우리 사회가 복지정책의 과잉이라면 국민들이 복지혜택에 마냥 기댄 채 일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을 만큼 여유롭고, 아울러 일을 기피하려는 풍조가 사회 곳곳에 만연돼 있어야 할 텐데, 과연 그러한가?

 

ⓒ연합뉴스

 

그렇다면 동네 곳곳마다 목숨을 담보한 채 폐지 주우러 다니는 노인들이 즐비한 건 어떻게 설명할 텐가?  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도 복지 과잉이며 우리 국민이 나태하기 때문인가?  은퇴하거나 아니면 경쟁에서 밀려 조기 퇴직한 직장인들이 자영업이라는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가 과당 경쟁의 쓴 맛만을 본 채 빈곤층으로 나앉는 현상이 비일비재한 건 또 어떻게 설명할 텐가?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일찌감치 좌절을 맛본 채 김무성 대표와 그 전후 세대를 원망하고 있는데도?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모녀 사건은 또 어떻게 설명할 텐가?



김무성 대표의 발언 때문에 그다지 달갑지 않은 통계 수치를 들먹여야 할 것 같다.  OECD와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예산의 비율이 OECD 조사 대상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2013년 국민이 1년간 낸 세금에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를 더한 총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국민부담률은 30개국 중 28위를 차지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이 형편없이 낮은 수준인 데다 국민의 세금 부담 또한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무책임한 발언을 늘어놓은 김무성 대표의 현실 인식 수준은 우려스러울 정도다.  그동안 정부와 새누리당이 부자감세 및 서민증세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엔 결국 이러한 인식이 자리잡고 있던 셈이다.  새누리당이 증세없는 복지 폐기를 사실상 공식 선언했지만, 김무성 대표가 최근 발언한 내용들을 훑어볼 때 증세보다 복지 정책을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증세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고 하여 당장 복지정책을 후퇴시키겠다고 나선 건 지나치게 정치적인 데다 편의주의적인 발상에 불과할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연합뉴스

 

앞서의 OECD 통계에서도 드러나고 있지만 한국은 복지에 관한 한 후진국이다.  우리와 경제력이 비슷한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한참이나 떨어지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 국민들은 제대로 된 복지 혜택 한 번 누리지 못하며 살고 있는데 어떻게 여당 대표라는 사람의 입에선 복지 과잉이니 국민 나태와 같은 저급한 표현이 나올 수 있는 걸까?  

 

우리 사회가 고령화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둔 상황이라 앞으로의 복지 수요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툭하면 재정건전성 악화의 원흉으로 복지를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발상이다.  왜냐면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평균 19.6%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2013년엔 17.9%까지 떨어졌다.  OECD 평균인 25.5%엔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OECD 평균 수준만큼의 세금을 걷는다면 적어도 산술적으로 70조원 이상을 더 걷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동안 정부는 국민 조세 부담을 줄여주게 되면 투자와 고용 그리고 소득과 소비의 증가로 이어져 경제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를 이룰 것이라며 무리한 감세정책을 펴왔다.  그렇다고 하여 서민들이 득을 본 건 하나도 없다.  주로 대기업 등 부자들을 위한 혜택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사회에 되돌아온 건 장기 경기 침체에 따른 만성적인 세수 부족 그리고 재정건전성의 악화뿐이다.  낙수효과는 전혀 없다.  결국 계속 증가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복지 정책의 해법은 축소가 아닌 증세로 가야 함이 옳다는 얘기다. 

 

우리 정치권엔 일상이었던 예의 복지 축소 또는 증세 따위의 소모성 논쟁으로 또 다시 시간을 축내기보다 현실 대안적인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복지 조정 논의도 좋고 증세 논의도 좋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작금의 복지 논쟁은 결국 자라나는 우리 미래 세대의 앞날이 달린 문제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또 다시 당리당략에 매몰된 채 이번 증세와 복지 논란을 어물쩍 넘겼다간 대한민국의 미래로부터는 더 이상의 희망을 찾을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절대로 간과해선 안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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