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홈플러스 고객정보 장사, 기업윤리는 어디로?

새 날 2015. 2. 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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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유통업체인 홈플러스가 경품행사 등을 통해 입수한 2400만여건의 고객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불법적으로 팔아넘겨 막대한 수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2011년 말부터 작년 7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진행한 경품행사를 통해 고객들의 개인정보 712만건을 부당하게 입수한 뒤 보험사 7곳에 판매하여 148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이득을 챙긴 것이다.  최근 자사 온라인몰에서 짝퉁 운동화를 판매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일으켰던 터라 이들의 행태가 더욱 괘씸하게 다가오던 와중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홈플러스가 매장에서 기껏 판매해온 제품은 짝퉁이었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결국 양심을 판매해왔던 셈 아닌가.  물론 이번 고객 개인정보 유출 건은 지난해에 이미 불거진 사안인 데다 이 회사의 파렴치한 불법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고객을 대상으로 한 경품행사에서 당첨자를 조작하여 고급 수입 승용차 경품 등을 직원과 직원의 친구들이 타가게끔 조작한 사실이 들통나 이미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또한 직원들의 인건비를 파견업체에 전가하는가 하면 노조원들에게 10분 단위의 계약을 맺도록 강요하는 등 노동력 착취 논란도 불거졌었다.


그런데 홈플러스의 이러한 막장 경영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왜냐면 모기업인 영국계 테스코가 자국에서 4600억원 규모의 대규모 분식회계를 통해 영업이익을 부풀리는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등 애시당초 기업윤리와는 거리가 먼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홈플러스(Home plus)는 홈플러스 주식회사와 영국계 홈플러스테스코가 공동 설립한 대형 할인점 브랜드다. 

 

결국 모기업의 비윤리적인 경영 행태가 홈플러스에까지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해당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윤리의식이 희박하다 보니 구성원 전체가 그의 영향권 하에 놓인 모양새다.  최근 홈플러스에서 빚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기업윤리란 무엇인가.  이는 기업의 경영자와 구성원들이 조직 내부에서 지켜야 할 행동 기준이며,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정당한 방법을 통하여 기업을 올바르게 운영하는 기준을 말한다.  여기엔 다른 경제 주체와 상호 의존하는 경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지녀야 할 기업의 도덕적 책임 또한 당연히 포함된다.  

 

홈플러스가 그동안 보여온 행태는 도덕적 책임은 나몰라라 내팽개친 채 오로지 이익에만 눈이 멀어 불법행위마저 서슴지 않은, 기업윤리가 부족할 때 벌어질 수 있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경품의 행운을 기대하며 자신의 개인정보를 정성껏 기재한 채 이의 결과를 기다렸을 고객에게 경품은 고사하고 개인정보를 빼돌려 보험사에 팔아넘기는 방식으로 기만하고, 또 그러한 행동을 통해 부당이득까지 챙기는 파렴치함은 바로 기업윤리의식이 부족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좋지 않은 사례 중 하나다. 



테스코 본사가 현재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는 자업자득이다.  지난해 상반기 40년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바 있고 분식회계가 들통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덕분에 지난해 순이익은 애초 전망치의 절반 수준인 14억파운드(2조3000억원)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스레 사업구조조정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그중 하나로 국내에서의 홈플러스 사업 철수가 꼽히고 있다.  만약 테스코가 국내 사업을 털고 떠나게 된다면 국내 홈플러스 사업은 사정상 여러 개로 쪼개질 가능성이 높단다. 

 

결국 모회사의 올바르지 못한 기업문화만 우리에게 심어놓은 채 최악의 결과를 남기고 국내를 떠날 공산이 크다.  이번 사태로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이 가해질 것이란 건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그렇다면 가장 피해를 입게 되는 건 과연 누굴까?  물론 일반 고객들이 1차 피해자겠지만,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라는 브랜드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도 이로 인한 불똥이 튈 전망이다.  이들에겐 잘못이 없다.  단지 홈플러스라는 브랜드를 빌려 개인 사업을 영위한 게 죄라면 죄다. 

 

이렇듯 한 기업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특히 홈플러스 같은 생활 밀착형 기업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해 이 땅에서 다시는 비슷한 사례가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물론 이러한 일들이 비단 홈플러스만의 문제는 아닐 테다.  이참에 모든 기업들이 고삐 풀린 기업윤리의식 다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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