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무릇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새 날 2014. 12. 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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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배알이 꼴리거나 속이 뒤틀릴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라 해도 국민 화합과 통합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하기 싫은 말을 해야 할 경우가 있다.  왜냐면 대통령은 개인이 아닌, 일개 국회의원도 아닌, 그렇다고 하여 특정 정당의 대표도 아닌, 대한민국의 국가 원수이자 국정최고책임자라는 막중한 책무를 진 공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 일베 고교생의 백색테러 행위로 아수라장이 된 재미교포 신은미 씨의 콘서트와 관련하여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그와 반대의 상황이라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국민대통합'이란 단어를 입이 닳도록 강조해 왔던 분이다.  대통령 당선 전부터 자신의 최우선 과제로 이를 제시해 온 바 있으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거나 '국민대통합의 시대를 열겠다'며 국민 앞에서 누누이 강조하고 또 강조해 왔던 터다.



이랬던 분이 정작 신은미 씨 콘서트 현장에서의 백색테러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이 해당 콘서트를 '종북 콘서트'라 지칭하며 직접 편 가르기에 나섰으니 황당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혹여 신은미 씨가 우리 사회가 우려하는 바대로 진짜 북한을 추종하는 인물이 맞다 한들, 적어도 테러 행위에 대해서만큼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되지 않는 범죄 행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킬 필요성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픈 기억이라 물론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겠지만, 대통령 역시 테러 행위에 의해 위해를 당했던 당사자 아니던가.  그렇다면 더더욱 테러 행위의 위법성에 대해 강조하고 또 다시 강조하고 나섰어야 함이 옳다.  적어도 작금의 이념적 갈등을 극복하고 진정한 사회의 통합을 바란다면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무척이나 부적절해 보인다.

 

ⓒ연합뉴스

 

물론 대통령의 '종북 콘서트'라는 편 가르기 발언과 백색테러에 대한 무 언급에 대해 짚이는 대목이 하나 있긴 하다.  대통령의 최근 입지가 말이 아니기 때문일 테다.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탓이 크지만, 어쨌든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는, 그녀를 향한 견고한 지지세가 무너지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여간해선 끄덕 없던 40%의 단단한 지지율이 최근 깨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졌다고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밝혔다.  최근 조사에서 지난주보다 6.6%포인트 급락한 39.7%를 기록한 것이다.  일각에선 콘크리트 지지세 때문에 박 대통령 지지율의 마지노선을 40% 정도로 여기고 있던 참인데, 최근 불거진 정윤회 씨 국정 농단 의혹 사건으로 이 방어선마저 뚫린 것이다.

 

위기 의식을 느낀 대통령은 결국 지지세를 다잡기 위한 행동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국민대통합이란 화두 따위 과감히 내던지고 지지세력인 보수층 대결집을 위해 직접 예의 '종북몰이'를 하고 나선 셈이다.  그들이 말하는 '종북' 앞에선 테러 행위 따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눈치다.  자신의 역량 부족으로 인해 국정 동력이 꺼져가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대통합이란 화두를 버린 채 지지층만 챙겨 다시금 지지율을 높여보겠노라는 심리가 읽히기 때문이다.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무릇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15일의 발언 상황에선 다음과 같은 말을 했어야 함이 옳지 않을까?

 

"이념 갈등과 정치적 문제로 인해 또 다시 희생되거나 다치는 사례가 발생해서는 아니 된다.  그 어떠한 정치적 갈등이나 문제라 해도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반드시 법으로 해결해야 함이 옳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백주대낮에 폭탄을 터뜨리는 등 테러 행위가 벌어지는 일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엄연한 범죄 행위이기에 마땅히 법에 따라 다스려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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