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대한항공 향한 융단폭격이 못마땅한 이유

새 날 2014. 12. 17.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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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으로부터 비롯된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돼가고 있습니다.  최장 31일에 달하는 대한항공의 운항 정지 또는 과징금 최대 22여억 원의 처벌 그리고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 등 법적 처벌 검토는 물론이거니와 급기야 정부가 '대한항공'이란 명칭 회수마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재벌2세의 갑질 논란이 어느덧 한 회사의 경영권마저 흔드는 사태로 비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대한항공이나 조 전 부사장의 행태가 밉상인 건 엄연한 사실입니다만, 그렇다고 하여 이번 사건이 과연 이렇게까지 언론의 대대적인 스포트라이트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할 만큼 커다란 사건이냐를 놓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머니투데이

 

왜냐면 사실 이 사건은 그냥 팔자 좋은 재벌2세의 갑질에서 비롯된 희대의 해프닝으로써, 만에 하나 법을 어긴 것이라면 그에 따라 응당한 처벌을 받으면 그만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주변 상황을 돌아보건대 대한항공에 대한 정부의 융단폭격을 바라보며 고소하다거나 속이 후련하다며 마냥 박수를 치고 있을 만큼 녹록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십상시'라 불리는 청와대 주변의 국정농단 사건은 박 대통령이 해당 문건 유출 직후 밝혔던 가이드라인대로 문건에 언급된 내용은 모두 가짜인 찌라시에 불과할 뿐이며, 단지 문건 유출 행위에 대한 수사는 이미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결국 숨진 최 경위의 동료인 한 경위가 해당 문건을 복사하였고, 죽음으로써 억울함을 호소했던 최 경위가 문건을 직접 유출했던 것으로 잠정 결론지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최 경위의 죽음과 유서 내용에 대해선 그 진위가 아직 밝혀진 바 없고, 동료였던 한 경위의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자신을 회유하려 했다는 주장 역시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입니다.  검찰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선 뒤로 미룬 채, 아니 부러 외면한 채 이번 사건을 서둘러 봉합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정작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건 문건 유출 행위 그 자체가 아닙니다.  그건 대통령 개인과 집권세력의 바람이자 희망사항, 그리고 검찰 수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일 뿐, 국민들은 '십상시'라 불리는 국정농단의 실체를 알고 싶은 겁니다. 

 

검찰이 이번 사건 수사를 서둘러 종결지으려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더 이상 논란이 들끓지 않도록 대통령이 설정해 놓은 가이드라인에 맞춰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이를 끝내려는 속내입니다.  그 사이 때마침 터져준 대한항공 회항 사건은 이들에게 있어 더없이 좋은 기회로 여겨진 듯싶습니다.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지금과 같이 언론과 여론의 집중 포화가 터질 만한 사안이 아닌 건을 계속해서 더욱 크게 부풀리고 있는 상황이 이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신은미 씨의 종북 콘서트 논란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 역시 테러 행위의 불법성에 대해선 함구한 채 오로지 '종북'에 방점을 찍은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바야흐로 '십상시'로부터 국민 시선을 최대한 분산시키려는 의도로 비친다는 의미입니다.

 

때문에 대한항공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정부가 새로운 제재를 언급하는 등 군불을 지피며 국민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발하려는 행위는 앞서 언급한 불순한 의도 중 하나라 판단되기에 대한항공을 향한 정부의 융단폭격이 영 못마땅하게 와닿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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