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단체가 또 다시 대북전단 살포를 시도했다. 애초 임진각에서 날리려던 계획은 현지 주민들의 저지로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후 경기도 김포로 이동하여 재시도하였으며 결국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모두 2만장을 풍선에 담아 날려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0일 경기도 연천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여 남북 양측이 총격전을 벌인 지 2주만의 일이다.
ⓒ뉴시스
정부의 태도엔 변함이 없었다. 이날 역시 제지하지 않았다. 다만, 국민의 피해 상황이 오면 막기 위한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는 통일부 장관의 다소 전향적인 발언이 있긴 했다. 그러나 정작 25일 전단 살포가 강행됐던 지역엔 경찰이 출동하여 전단을 날리려는 측과 이를 말리려는 측의 혹시 모를 충돌만을 막았을 뿐 전단 살포 자체에 대한 제지는 없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 정부는 전단 살포 제지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음을 재천명한 셈이며, 다만 도발의 빌미가 됐던 10일의 전단 살포 이후 북한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 표시만을 비친 걸로 판단된다.
이날 정부의 태도는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전단을 풍선에 달아 날리려던 한 시민단체에 대한 제지 방식과는 사뭇 달랐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위험 상황 예방을 위해 막은 것이란다. 즉 광화문 일대는 차량이 많이 다니는 곳이기에 풍선이 추락할 경우 교통사고 등을 유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란 게 전단 살포 제지의 이유이다. 항공법 적용대상이라는 명분이 사라지자 들고나온 대안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게 과연 합당한 이유가 되는가 한 번 살펴보자.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선 북한이 엄중 경고한 바 있고 실제로 지난 10일엔 총격을 가해온 사례가 있듯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연출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최악의 경우 자칫 한반도 내에서의 국지전 내지 전면전 발발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교통사고 유발과 북한의 도발 중 어느 쪽이 더 위험인자라고 생각되는가?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묵인하고 있는 사이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느낀 해당 지역 주민들은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스스로 탈북자단체의 행동 제지에 나서야만 했다. 이들에게 과연 무슨 죄가 있는 걸까. 국가는 왜 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려 하지 않는 걸까. 일개 탈북자단체의 물의를 일으키는 퍼포먼스가 피해 지역 주민들의 생명보다 더 중요하기라도 하다는 의미인가?
ⓒ연합뉴스
한편, 전단을 날리려는 단체 그리고 이를 제지하려는 주민들, 이들 양쪽의 모습을 놓고 정부와 언론은 또 다시 진영논리라는 묘한 시각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탈북자단체가 언제부터 보수단체가 된 것이며, 피해 지역 주민들은 또 언제 진보단체로 둔갑하게 된 걸까? 탈북자단체는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무리수를 둔 것 뿐일 테고, 피해지역 주민들 역시 정부가 담보해 주지 않는 자신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나섰을 뿐이다.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묵인과 진영논리로 가두어놓으려는 이러한 애매한 태도는 결국 남남갈등만을 더욱 부추기는 양상이다. 남남갈등이 확산될 경우 과연 어느 세력에게 유리한 상황이 될지를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이라도 해놓은 듯싶다. 정치적 이득을 노린 행위 치고는 너무 위험하지 않은가?
그러나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상식과 몰상식의 문제로 바라봐야 할 사안이지,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논리의 시각으로 접근해선 절대 안 될 문제라는 사실이다. 정부는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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