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정몽준 비방 대학생 검찰 기소의 기대효과

새 날 2014. 10. 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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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생이 정몽준 전 의원을 비방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한 정몽준 전 국회의원에 관한 비방 글을 트위터에 올려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모 대학생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단 3개의 트윗글 때문이란다.  어떤 내용이길래 기소까지 이뤄진 걸까?

 

"정 의원은 미개한 국민들 상대로 7선 의원을 했고, 교통비 70원 아니냐 해 놓고 욕먹으니 자기도 쓴다고 학생용 버스카드 들고 '미개한 쇼'하던 전적이 있다. 최후의 양심이 있다면 후보 자진 사퇴하길"

 

"국민미개+시체팔이 시장후보"

 

"정몽준 부인 선거법 위반ㅋㅋㅋ 몽가루 집안이래ㅋㅋ 온 가족이 정몽준 안티"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후보자를 당선되게 하거나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한 공개적 비방을 금지하고 있으며, 공연히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특정 후보나 그의 가족을 비방한 경우도 공익에 관련되지 않는 한 금지하고 있다.  반대로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다. 

 

ⓒSBS 방송화면 캡쳐

 

물론 깨끗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대의명분이나 공익 차원으로 볼 때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내지 비방 등의 흑색선전에 대해선 이를 엄히 다스려야 하는 게 분명 맞다.  하지만 검찰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듯 이번 사안은 매우 가벼운 혐의인 데다 허위사실 유포도 아닌, 엄연히 실재한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한 단순 표현의 글이기에 이를 정식 기소한다는 건 다소 무리가 따르는 일이다. 

 

사실 언론에 알려진 정도의 트윗글이라면 온라인상에서 매우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의 글이다.  당시 아무리 선거 국면이라 해도 이 정도의 글로 기소가 이뤄질 정도라면 대한민국에서 온전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비슷한 사례로 언제든 범법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최근 사회 전반을 휩쓸고 있는 사이버 검열 광풍이 검찰로서도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닌 모양이다.  지난 15일 사이버 명예훼손 유관부처 실무회의를 황급히 열어 허둥지둥 진화에 나선 모양새를 보아 하니 현재의 검찰 내부 분위기가 대충 읽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충견이 되었노라는 지적에 대해 그건 오해라며 손사래를 친다.  아울러 끝끝내 사이버 검열은 애초부터 전혀 계획에 없던 결과라며 항변하기 바쁘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에 대한 실시간 검열은 애초 할 생각이 없었고 그럴 권한도, 능력도 없다는 게 그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사이버 명예훼손상 모욕죄는 감청 대상이 아니므로 메신저 감청 영장 청구 집행 또한 없을 것이라고 극구 강조한다.  포털에 대한 명예훼손 게시글 삭제 시도 역시 부인했다. 



그러나 이러한 검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이미 신뢰를 크게 잃은 데다 최근의 논란이 국민들에게 있어 사생활 및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이버 검열 사태로 인해 200만명 가까이 이르는 사람이 카톡으로부터 외국계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대거 사이버 망명이 이뤄지며 멀쩡한 유망 기업을 죽이고 있노라는 원성이 자자하다.  일각에선 창조경제가 결국 이런 거였냐며 통탄해 마지 않고 있기도 하다.  더군다나 이번 대학생 기소 사건에서 보듯 여전히 경직된 채 꼿꼿하기만 한 검찰의 태도로 인해 그동안의 해명조차 믿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검찰 역시 이와 같은 논란을 다분히 의식한 둣싶다.  이번 대학생의 기소가 최근 일고 있는 사이버 검열 논란과는 전혀 관련없는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나섰다.  그러나 검찰의 과도한 처벌은 대중들의 표현의 자유를 더욱 위축시키며, 현재 대한민국 전체를 정체불명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사이버 검열 논란을 더욱 알뜰히 키워가고 있는 양상이다. 

 

검찰은 트윗글의 내용보다 오히려 기소된 대학생의 SNS상 파급력에 주목하고 있는 듯싶다.  기소된 대학생이 트위터 팔로워 20만 명을 거느린 파워유저이기에 그로 인한 전파력을 무시할 수 없노라 스스로 설명하고 나선 부분에서 검찰의 의중이 읽힌다.  결국 정몽준 전 의원에 대한 비방 내용보다 SNS 파워 유저로서의 능력을 더욱 두려워하고 있노라는 속내를 내비친 셈이며, 때문에 이의 차단에 골몰하고 있는 듯싶다.  

 

그에 대한 선전포고가 곧 그의 이웃 20만명을 향한 엄포이자 또 그들과 얼기설기 링크된 채 이웃하고 있을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라는 사실을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는 가뜩이나 사이버검열 논란으로 위축된 표현의 자유를 더욱 옭아매게 하는 효과를 발휘하며 작금의 파문을 더욱 부추기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할 것임이 틀림없다. 

 

검찰은 국민들 앞에선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을 통해 사실과 다르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뒤에선 이런 방식으로 창조경제의 전형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스스로 논란거리를 창조해내고 있는 와중이다.  모양새가 한없이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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